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23 차관 이름이 복실이래? 왜 강아지 이름을 지었을까?

浮萍草 2015. 6. 8. 09:19
    무리 촌스러워도 내 이름만큼 촌스러운 이름이 있을까? 
    나는 이름 때문에 평생 놀림을 많이 받았다. 
    “우리 집에도 ‘복실’이 있어요.” 
    얘기하는 분들도 한둘이 아니다. 
    요즘은 동물관련 인기 TV 프로그램에도 내 이름이 종종 나온다. 
    그동안 이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지금까지 살았다.
    내 이름에 대한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은 없다. 
    어려서 하도 귀엽고 통통해서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 그대로 이름이 된 것뿐이다. 
    아마 내가 아들이었으면 집안 돌림자를 붙인 멋진 이름을 지어 주셨을 것이다. 
    심술궂은 남학생들 선생님들 나중에는 어릴 적 우리 딸들 모두 다 놀렸다. 
    중학교 때는 친구들이 복도에서 ‘제 이름 너무 이상해. 이름이 저게 모야?’하는 말에 상처받고 집에 가서 울고불고 심통도 부렸다. 
    사춘기 시절이라 더 예민했을 것이다.
    “나 이름 바꿔줘. 예쁜 이름도 많은 데 왜 멍멍이 같은 이름을 사람에게 지어주었어?”
    그럴 때마다 엄마가 하는 말,
    “네 이름이 얼마나 좋니? 기억하기 쉽고 친근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이름 덕 볼 거야. 네 이름이 좋은 이름이야.”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딸은 징징 우는데 엄마는 이처럼 좋은 이름이 없다고 한다. 나중에 사회생활 잘하려면 이름이 쉬워야 한다는 엄마의 설득에 어린 마음에 ‘그런가?’ 하면서 넘어가곤 했다. 이름은 나를 기억하는 이미지가 되고 나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이름에 대한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바꿔 주려고 일부러 하신 말씀 같지는 않았다. 정말로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 말 중에 맞는 말도 있다. 어쨌든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을 잘하니까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가끔 성을 틀리는 분도 있지만 이름 기억 못 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어려서부터 이름보고 하도 놀림을 받아서 그런지 웬만큼 놀림을 받아도 별로 상처받지 않는다. 이름 때문에 저절로 외유내강이 되어가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도 “복슬복슬” 하시면서 수업시간에 내 이름을 많이 부르셨다. 이름 덕분에 선생님들의 관심을 더 받은 셈이다. 뒤돌아 보니 촌스럽고 특이한 이름의 덕도 제법 봤다. 주변에 나보다 더한 이름도 많다. 변태, 성기 등 성적인 뉘앙스를 가진 이름부터 죽자는 이름가진 분도 봤다. 죽자도 한자로 풀면 좋은 이름이다. 대나무 竹에 아들 子. 대나무같이 꼿꼿이 살라고 붙여주신 이름이란다. 이름인지 모르면 왜 죽자, 죽자 할까 생각할 것이다. ‘개명 전후 이름이 스트레스와 자존심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도 있는 걸 보면 이름 열등감은 나만의 문제는 아닌 가보다. 남편이 처음 미국에 유학했을 때 이야기이다. 1980년대 중반이다. 같은 유학생 중에 영석이란 이가 있었다. 석을 영어로 suck으로 썼다.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미국사람들이 킥킥 웃길래 왜 웃나 내 얼굴에 무엇이 묻었나 했단다. 조금 지나니 어떤 미국 동급생이 진지한 얼굴로 suck은 영어에서 성적으로 매우 안 좋은 의미를 갖고 있으니 바꾸라고 조언해 주었다. 놀래서 사전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얼른 영문명을 seok로 바꾸었다고 한다. 영어를 잘 몰라서 생긴 해프닝이다. 지금도 이름에 얽힌 이야기 하면 그분 일이 생각이 난다. 요즘은 예쁜 이름을 짓는 것이 트렌드이다. 아이들 이름에 ‘혜’가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나의 학생 중에도 혜빈, 혜인, 혜수, 혜지, 혜은, 혜원, 혜주 등 비슷한 이름이 많다. 다 기억하기도 어렵다. 다들 예쁜 이름이지만 비슷하니 개성이 없다. 나같이 촌스러운 이름 하나 있어야 사람들을 웃기기도 하리라. ‘왜 나와 다르고 조금 특이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놀릴까? 사람에게는 그런 짓궂은 본성이 처음부터 있는 걸까?’ 시간이 걸리지만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라면 비약일까? 이 다음에 우리 딸들이 결혼해서 손자를 낳으면 손자들도 할머니 이름을 놀릴 수 있다. “할머니 이름 이상해요.” 그럴 때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지 미리 준비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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