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하 65도 야쿠티야 이야기

10 시베리아에 한국 학교가 들어선 까닭은?

浮萍草 2015. 6. 5. 07:30
    1945년 소련은 독일 히틀러의 전격적인 침공을 받고 쑥대밭이 되었다. 
    스탈린은 독일에 대항해 연합군에 가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기가 필요했다. 미국은 소련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소련에 무기를 보낼 루트가 마땅치 않았다. 
    그때 선택된 루트가 페어뱅크스-야쿠츠크였다. 
    야쿠츠크는 시베리아 깊숙한 곳에 있어 독일 정보망으로부터 안전하였다. 
    소련 비행사들이 페어뱅크스까지 가서 무기를 실은 수십 대의 항공기를 몰고 야쿠츠크까지 왔다. 
    이때 처음 야쿠트인들은 비행기 소리를 들었다. 
    야쿠트인들이 바깥 세계란 것에 눈을 뜨게 된 첫 번째 경험이었다.
    그리고 45년이 흘렀다. 1991년 야쿠티야는 사하 자치공화국이 되었다. 
    가장 먼저 외무부를 만들었다. 
    바깥 세계의 존재를 알려준 페어뱅크스를 기억했다. 페어뱅크스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많은 사람을 알래스카에 보내 영어를 배우게 하였다. 
    유네스코에 가입하였다. 
    교육, 문화와 과학 부문에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다.
    1990년대 사하 공화국의 존재는 너무나 미미하였다. 
    시베리아가 ‘동토의 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하공화국을 다녀간 서방 사람들의 기록은 한결같았다. 
    음습하고, 낙후되고, 춥고, 거친 땅. 영국 여행가 안나 레이드는 1992년 이 지역을 여행한 후 “샤먼의 코트”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을 읽고 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시베리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시급했다. 
    먼저 교육 제도의 선진화 정책을 만들었다. 
    영재학교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제일 먼저 영재예술학교를 세웠다. 
    여섯살짜리 음악 영재를 모아 열여섯살까지 가르치는 전문학교이다.
    캐나다가 도와주었다. 
    그다음 외국어 영재학교를 세웠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터키어 학교. 야쿠츠크의 고려인들이 시 교육청을 찾아왔다. 
    한국어 학교도 세워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사하-한국학교가 세워졌다. 1994년의 일이다. 
    지난 21년간 이곳 사하와 인연이 묶이게 된 실마리기도 하다. 
    지금 이 학교 중 남아 있는 외국어학교는 사하-한국학교가 유일하다. 
    사하-한국학교는 명문이 되었다. 
    지난 20여년간 시베리아에서 한국 문화 전파의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러시아 야쿠티야 자치공화국내 사하자치지역의 사하-한국학교 우등생 13명이 1997년 7월 31일 한국연수차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한국외국어대 노어과 학생
    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DB

    사하 정부는 세상사람들이 시베리아의 오지를 찾아올만한 구실 마련이 절실하였다. 과학, 수학, 정보 국제 올림피아드를 1994년부터 개최하였다. 과거의 동맹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몽골, 그리고 중국 학생들을 초청하여 국제대회로 키웠다. 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를 4년마다 독자적으로 열어 중앙아시아, 유럽에서도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대회로 키웠다. 사하 정부는 참가자들을 위해 체재비 등 모든 편의를 제공하였다. 국제화를 위한 자기희생이자 투자였다. 유네스코 국제회의도 유치하였다. "Linguistic Diversity in Cyber Space"를 주제로 하는 유네스코 국제회의를 3년마다 개최한다. 작년에는 52개국에서 400여 명이 참석하였다. 5월부터 11월까지는 각종 국제회의로 호텔 방 잡기가 만만치 않다. 2010년에는 야쿠츠크국립대학교가 북동연방대학교로 승격되었다. 러시아에서 연방대학교는 4000개 대학 중 10개뿐이다. 우랄 산맥 동쪽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2개 대학교밖에 없다. 북동부 시베리아의 중심 거점으로 인정되었다는 증거다. 국제학부를 만들어 영어 교육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학부 특강을 맡은 강사가 ‘북방 포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북방포럼에 한국의 강원도가 회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한국이 왜 북방이냐고? 자기들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분명히 남방이지만 북방에 과학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강원도를 초빙하였다고. 북방포럼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원격의료기술에 관한 포럼을 아이슬란드에서 개최하였다. 강원도가 발표하였다. 그때 충격을 받았다고 모든 게 미국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2011년 8월 철도 건설현장을 방문한 한국 대표단. 오른쪽이 정태익 전 주러시아 대사.

    야쿠츠크에 가기엔 교통이 너무 불편하였다, 이제는 아니다. 서울과 야쿠츠크는 직항으로 4시간 반 거리이다. 철도도 야쿠츠크의 강 건너까지 건설되어 블라디보스토크로 나가는 물류 수송도 개선되었다. 시베리아는 바로 사하 공화국이다. 사하공화국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야쿠츠크 시에는 2년 안에 26층 빌딩이 들어선다. 니오비움, 볼프람, 가스전을 두고 한바탕 국제전이 붙을 수도 있다 대륙을 바라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참으로 절묘하다. 한반도는 대륙의 변화를 주도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아니면 대륙의 끝자락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선택은 이제 우리가 해야 한다.
    Premium Chosun        강덕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 kangd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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