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하 65도 야쿠티야 이야기

7 氣가 센 시베리아 샤머니즘 발전…하지만 샤먼은 어디로?

浮萍草 2015. 5. 22. 19:00
    야쿠트 샤먼.
    전석 앞에 예수님 사진이 붙어 있는 것을 토폴리노예에서 보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겸연쩍게 웃으며“그냥”이라고 답한다. 토폴리노예 마을을 살펴보았지만 어느 구석에도 교회의 흔적은 없었다. 사진은 과거부터 내려오던 원시 신앙의 부적을 대신한 것일 뿐이었다. 김동리의 소설“무녀도”는 기독교와 원시 신앙이 화해하지 못하고 모두가 무너지고 마는 비극을 보여준다. 시베리아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을까? 문헌상으로는 에벤족이 이미 18세기부터 19세기 초에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에벤키족이나 야쿠트인도 마찬가지이다. 기독교를 받아들였지만 이것은 형식적인 차원의 것이었다. 오히려 기독교, 샤머니즘, 토테미즘이 혼합된 민간 신앙이 발전하였다. 시베리아의 자연 속에서 사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과 자연현상의“주인”에 대한 경외심과 숭배였다. 특별히 존중된 신은 사냥의 신 “바야나이”였다.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바야나이 신에게 성공을 기원하고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나뭇조각 “아물렛”을 불에 바친다.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난 다음에는 신선한 피를 얼굴에 바르고 고깃덩어리를 불에 바쳐 바야나이 신에게 감사한다. 마을에 환자가 생기면 흰털 순록을 태양에게 제물로 바치는 태양 숭배 의식도 있었다. 또 곰 숭배 의식도 오래갔다. 이런 토테미즘은 지금도 자주 볼 수 있다. 길을 가다 보면 자동차가 꼭 서야 하는 곳이 있다. 그곳엔 오래된 나무들이 있고, 그 나무 위에 울긋불긋한 헝겊 조각들이 걸려 있다. 어렸을 적 보았던 서낭당 같다. 거기에 동전이나 빵조각을 바쳐 자연의 주인에게 성의를 표시한다. 시베리아에서 가장 문명화된 야쿠트인들도 예외가 없다. 오히려 야쿠트인들은 토테미즘을 정신세계의 바탕으로 신화화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발전한 문학 장르가“올롱호”이다. 이것은 2012년 유네스코에 인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의식을 하고 있는 야쿠트 샤먼.
    시베리아는 기가 센 곳이다. 자연히 샤머니즘이 크게 발전하였다. 십여 년 전 한국 사람이 모스크바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였다. 병원에 가서 수술도 받고 치료를 하였지만 완쾌가 되지 않았다. 두통이 계속되었다. 마침 야쿠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가 야쿠티야의 영험한 샤먼을 소개하였다. 샤먼이 물었다. 당신이 사는 아파트 남쪽에 호수가 있지요? 예! 그 연못에 산 물고기를 바쳐 방생하면 나을 것이요. 환자는 그대로 했다. 토폴리노예로 가는 길에 추랍치라는 지역을 지났다. 샤먼이 될 운명을 타고난 여자가 있었다. 샤먼 교육을 받았다. 샤먼 교육은 최종 9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도중 넘어져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젊은 나이에 그 여자가 죽었다. 죽은 뒤 그 여자는 큰 샤먼이 되어 사람들 앞에 혼령이 되어 나타났다. 한 번은 크림 반도에 사는 친척 여자의 꿈에 나타났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척 여자는 자기 고향 야쿠티야 추랍치로 돌아왔다. 그다음 해에 2차 대전이 일어나고 크림은 독일군에 점령당하였다. 지금 그 여자는 미라가 되어 야쿠츠크 시의 역사문화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시베리아의 자연은 속이 깊은 어머니의 품속과 같다. 그 속에서 자연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감히 할 수 없다. 오히려 어머니 대지의 보호를 청하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라고 생각했다. 샤머니즘이 발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샤먼은 누구인가? 에벤키말로 ”sa-mi"는 “알고 있다”는 뜻이다. “man"은 ‘최고수, 장인’이라는 뜻이다. 즉 에벤키어 ’saman'은‘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것이 ”샤먼‘의 어원이다. 야쿠트어로 샤먼은 ”이첸“(ichchen)이라고도 했다. 이것은 에벤어”잇-테이“(it-tej),즉 ‘보고 있다’라는 말과 ‘최고수’라는 뜻의 접미사”chen"이 결합해서 생긴 말이다. 야쿠트어의 ‘잇첸’은 에벤어에서 차용된 단어이다. 야쿠트 문학 작품 “올롱호“에는 ‘박스’(bachs)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말의 ‘박수 무당’의 ‘박수’의 어원이다. 샤먼은 시베리아가 원조다.
    그 샤먼의 원조가 퉁구스족 에벤키와 에벤이다. 그러나 에벤키 마을이나 에벤 마을에서는 언어와 함께 샤먼도 사라지고 있다. 의식을 하고 있는 야쿠트 샤먼.토폴리노예에서 할머니를 인터뷰하였다. 자기 할아버지가“하얀 샤먼”이었다는 얘기를 동네 어른들에게서 들었다고 하였다. 하얀 샤먼은 치유의 능력을 지녔다. 동네 사람들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북채를 잡은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공산당 치하의 소비에트 시절 샤먼은 박해의 대상이었다. 북채를 뺏어 갔다고 하였다. 북채 없는 샤먼은 총을 뺏긴 병졸에 불과했다. 공산당 시절 샤먼에 대한 박해는 그만큼 철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샤먼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에벤키나 에벤족은 샤먼을 되살릴 여력이 없다. 말도 영혼도 혼미해져 가고 있다. 그러면 샤먼이 사라진 자리를 기독교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 지난 부활절 야쿠츠크에서는 처음으로 러시아 정교회의 야쿠트인 사제를 배출하였다. 전교 200 년 만에 단 한 사람의 사제.여전히 동전들은 고갯길마다 서 있는 서낭당 같은 나무 밑동에 수북이 쌓여 있을 것이다.
    Premium Chosun        강덕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 kangds@hufs.ac.kr

    ;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