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하 65도 야쿠티야 이야기

8 시베리아에 병충해라니…온난화가 시베리아를 변화시키고 있다

浮萍草 2015. 6. 1. 09:30
    폴리노예로 가는 도중 타틴이란 곳을 지났다. 
    타틴 지역은 넓이가 한반도 반 만한 곳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였다. 
    시베리아는 본래 나무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때 벨로룹스카야 교수가 한 마디 건넨다. 
    20년 전에는 이곳에 나무가 하나도 없었다고 흔들리는 차에서 몸을 뒤척이며 지루해하던 날 깨웠다. 
    “나무가 하나도 없었다고요? 왜요?”
    타틴 지역은 물이 부족했다. 
    부근에 강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자라지 못했다. 
    10년 전 이 지역 출신이 사하 공화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자기 고향에 큰 선물을 주었다. 
    300km 떨어진 레나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레나강을 건너면 지름이 1m는 충분히 넘을 듯한 관이 길을 따라 달린다. 
    그 관을 송유관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수도관이었다. 
    그 관은 추랍치를 지나 타틴까지 이르러 한반도 반 만한 지역에 퍼져 있는 마을마다 물을 공급하였다.
    타틴 지역은 이제 물이 부족한 곳이 아니다. 
    20년 전만 해도 이 땅은 완전 동토였다. 표면까지 동토였다. 
    그래서 물을 얻을 수 없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나무도 물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동토에서 물이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20년 사이 기온 변화는 이 지역을 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바꾸었다. 
    곳곳에 늪이 생기고 숲이 우거지게 되었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숲이 검게 그을어 있었다. 
    숲에 병충해가 생긴 것이다. 
    무엇 때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손을 쓸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고 했다. 
    소나무 재선충. 이 병충해가 생기면 그 주변의 나무는 모두 불태워야 한다. 
    한국의 전문가를 불러 보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베리아에 그런 병충해는 드문 일이었다. 
    연구도 자연 별로 없었다. 
    여기선 숲에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두면 탈 만큼 타다 스스로 꺼진다. 그게 시베리아다.
    야쿠츠크시를 동쪽으로 거대한 레나강이 흐른다. 
    강폭이 좁은 곳은 3~4km, 넓은 곳은 10km가 넘는다. 
    강변 쪽으로 넓은 퇴적층이 발달하였다. 
    그곳은 다른 지역과 달리 동토가 아니다. 
    같은 야쿠츠크 시내라 해도 건물을 지으려면 ‘스바이’라고 하는 굵은 기둥을 12m 이상 땅에 박아야 한다. 
    그 기둥 위에 건물을 올린다. 
    지하실은 팔 수 없다. 
    그런데 강변 퇴적층에는 기둥을 박을 필요가 없다. 
    지하를 파고 기초공사를 할 수 있다. 
    지하실도 만들 수 있다. 이 지역은 앞으로 야쿠츠크의 신시가지로 기대되고 있다.
    혹한지 고풍스러운 건축물 주변에 건설되고 있는 빌딩./조선일보DB

    분명히 온난화는 시베리아에 축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점만 있을까? 만일 동토가 녹으면 어찌 될까? 땅이 물러지지 않을까? 그럼 기초 없이 기둥 위에 지어진 빌딩들은 어찌 될까? 지질학을 모르는 문외한의 우려일 수도 있다. 지금 야쿠츠크 시에선 최고 26층짜리 빌딩 프로젝트가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스바이라는 기둥 위에 지어질 것이다. 사하공화국에 러시아인이 본격적으로 이주한 것은 다이아몬드 때문이다. 1940년대 다이아몬드 광맥이 발견된 이후 러시아인들이 많이 들어와 도시를 형성하였다. 미르니는 다이아몬드 중심도시, 뉴륭그리는 석탄 도시, 틱시는 북해 항로 중심. 이런 식으로 러시아인이 주도하는 도시들이 생겨났다. 1995년 다이아몬드에 대한 연방정부의 독점권이 끝났다. 이제 사하공화국의 경제, 사회 주도권은 야쿠트인들의 손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그것이 또 얼마나 오래갈까? 사하공화국의 발전 속도보다 인구가 너무 모자란다. 시장을 가보면 그 변화의 판도를 읽을 수 있다. 생필품 시장은 중국인들이 장악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 시장을 사람들은 그냥 ‘중국시장’이라고 부른다. 야채와 과일 시장을 가면 중앙아시아 출신 상인들만 보인다. 이들의 카르텔은 토폴리노예에 가는 길에서도 보았다. 사하공화국 깊숙한 곳에까지 이들의 손길이 미쳐 있다. 바로 얼마 전엔 북한 사절단이 왔다 갔다. 이곳에 노동력을 수출할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왔다. 시내에 가톨릭 성당이 하나 있다. 신자수라야 50명이 넘지 않을 것 같다. 작년부터 새로운 신자들이 늘었다. 필리핀 여자들을 상당수 미사에서 볼 수 있다. 필리핀에서 영문 주보를 보내고, 신부는 강론 말미를 영어로 정리한다. 새로운 풍속도를 본다. 앞으로 야쿠츠크 시 인구 25만명에 유입인구 10만명이 증가한다면 사하공화국에 어떤 일이 생길까? 야쿠트 친구에게 농담한 적이 있다. 사하공화국을 지켜 주는 군대가 있느냐고? 그것은 추위라고. 이곳은 너무 넓어 인력으로는 지킬 수 없다. 견딜 수 없는 혹한이 이민족의 접근을 제한해 왔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도, 가스도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땅엔 개발된 것보다 개발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우리나라가 눈이 빠지게 찾는 니오비움, 볼프람 같은 희토류도 그대로 묻혀 있다. 이 나라에서는 이런 지하자원 때문에 싸움이 일어난 적이 없다.
    희토류./조선일보DB

    이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야쿠트인은 13세기 바이칼 지역에서 올라와 원주민과 섞이면서 이 땅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사이 이질적 문화를 가진 새로운 사람들이 눈에 띄게 들어올 것이다. 게다가 혹한은 예전 같지 않다. 혹한이 두려워 이 땅에 오지 못하는 겁쟁이들은 없어 보인다. 야쿠트인들은 이 땅의 주인으로서 길게는 400년간, 짧게는 70년간 러시아인들과 잘 지내 왔다. 이미 다민족 사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문화 속에 지혜를 축적해 왔다. 자연의 변화가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증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동토가 녹으면 그것이 축복이 될까? 재앙이 될까? 야쿠트인들은 분명히 이것을 축복으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고 싶다.
    Premium Chosun        강덕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 kangd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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