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18 10살 연하남과 결혼하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부러워하는 노처녀 친구들

浮萍草 2015. 2. 28. 11:24
    난 달 오랜만에 퇴직 공무원인 지인을 만났다. 
    그의 노처녀 딸이 시집간다는 소문이 있기에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표정이 편치 않았다. 
    아니 노처녀 딸이 시집가면 신이 나서 이야기해야 할 텐데 뭔가 사연이 있었다. 
    그는 처음에 노처녀인 딸이 시집을 가겠다고 하니 너무 좋아 반겼으나 곧 예비사위 나이를 듣고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 지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딸은 거의 마흔이 되어 가는데 사윗감은 10살이나 연하라는 것이다. 
    예비부부의 간절한 요청과 딸의 꽉 찬 나이에 어쩔 도리가 없어 결혼을 허락했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
    지인이 말하는 연하남 사위가 걱정되는 이유에는 일리가 있었다. 
    첫째 그 결혼이 사랑에서 시작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연상녀의 안정된 상황에 현혹되어 이를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랑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살다보면 사랑이 없으면 극복하기 힘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남자는 본능적으로 젊은 여성을 좋아한다는 사회통념이다. 
    그 통념은 틀릴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빙성 있게 회자된다. 
    몇 년 함께 살다보면 젊은 사위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자기 아내가 갑자기 늙어 보여 심지어 할머니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부모가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사돈이다. 
    사돈들이 젊으니 가뜩이나 어려운 사돈들과의 대화도 쉽지 않다. 
    결혼준비에 있어서도 사돈들과의 세대차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나이 많은 며느리를 보는 것이 탐탁지 않아 할 사돈들이 딸에게 눈치를 주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나이가 많으니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까지 보태지면 부모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심란하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최근에 석·박사 학위가 있는 여성의 결혼할 확률은 대졸여성에 비해 58.3%나 낮다는 논문보도가 있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국민이 40%를 넘는다는 통계청 발표도 이어졌다. 남들처럼 적당한 시기가 되면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들은 이런 기사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주변에 나이 많은 딸을 둔 부모들은 특히 더 하다. 그러니 이런 저런 상황을 가릴 처지도 아닐 것이다. 이 이야기를 친구모임에서 했더니“무슨 소리야,연하남도 장점 많아.”“그녀는 능력 있네 능력 있어.” 등 열띤 반응이 나왔다. 우리 친구들은 50대 중반이다.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은 고학력 노처녀들도 여러명 있다. 친구들이 말하는 연하남의 장점은 젊으니 늦게까지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벌 것이고 평균수명이 남자가 짧으니 둘이 비슷한 수명으로 살 것이라는 현실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주장이었다. 우리 친구들도 본인의 자녀가 이런 상황이라면 능력이 있다고 부러워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하게 잘 살면 무엇이 걱정이랴 마는 하도 주위에 파경이 많으니 남들과 다른 특이한 상황이 더 걱정이 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런 애틋한 부모의 마음을 그들이 알기는 아는 걸까? 2013년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통계를 보면 한해 결혼한 초혼 혼인건수는 25만 건 정도이다. 이중 연상남 커플 17만 건, 4만1천 건은 동갑커플이다. 여자가 연상인 커플도 4만 건이나 된다. 연상남 커플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연하남 커플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결혼하는 이 커플이 남들과 다르다고 조금 주목을 받겠지만 행복하게 살아 아버지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보여주면 좋겠다. 결혼적령기 딸이 둘이나 있는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지인과 똑같은 이유로 나 자신도 연하남 사위는 마땅치 않다. 딸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과년한 딸들이 연하남 사윗감을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일찌감치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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