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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김승연-이명희-최신원 회장의 공통점은?...의리(義理)경영

浮萍草 2015. 3. 12. 11:38
    '의리론'을 강조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한화그룹 제공
    난 1월 5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3년만에 사내 TV에 모습을 나타냈다. 신년사를 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그룹의 대 변혁기를 맞아 이라크의 황량한 사막 위에서 기적의 새날을 이어가듯 세계 속의 큰 변화로 발돋음해 나가야하며 그것이 바로 국가의 의리(義理), 사회에 대한 의리,국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일”이라며‘의리론’을 강조했다. 의리의 재벌총수로 불리는 그의 면모를 엿 볼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 회장은 임직원들을 대할 때도 의리를 강조한다. 한번 의기가 투합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중용한다. 현재 천안북일고 재단에 근무하는 L씨는 나이가 70을 넘어섰다. 그는 오랫동안 김 회장을 보좌하다 계열사 사장,고문 등을 다 거쳤다. 그래도 김 회장은 학교재단일을 맡기고 있다. 김 회장 특유의 의리 인사다. 지난해 10월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을 영입할 때도 김 회장 특유의 의리가 발동됐다. 김 감독은 타 구단으로부터 기피 김독으로 이미 낙인이 찍힌 상태였다. 한화에서 영입을 하려하자 타 구단들이 절대 영입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화측 실무자들도 김 감독의 영입에 부정적인 의사를 김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에 김 회장은 격노했다.팬과의 유대나 의리가 중요하지 타 구단들의 이해 때문에 영입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성사시켰다. 김 회장 특유의 의리가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낼 일들이었다. 1997년부터 로버트 김을 후원한 일화는 유명하다. 로버트 김은 1997년 국가 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2003년 로버트 김에 대한 후원회가 정식 발족할 때까지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로버트 김을 지속적으로 지원했었다. 이 사실은 주위사람은 물론 회사 내 측근도 알지 못했다. 로버트 김이 석방된 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혀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로버트 김이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된 탓에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해 다른 기업들도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다. 특히 김 회장은 누구보다도 미국 정관계 인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터라 그의 행동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천안함 유족들을 특별 채용한 일이나 IMF로 다른 기업들이 문화 예술에 대한 후원을끊을 때 예술의 전당 ‘교향악 축제’를 지원하는 등 메세나 운동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술의 전당측에선 김 회장을 종신회원으로 대우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의리 경영’ 덕택에 그를 둘러싼 온갖 구설에도 한화가 10대그룹의 지위를 유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 (左)고(故) 이병철 회장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사진=신세계 홍보실 제공 ▲ (右)'의리 경영'으로 SK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최신원 SKC 회장./조선 DB

    김승연 회장 못지 않은 의리 총수가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남5녀중 막내딸이다. 지난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신세계 백화점과 조선호텔을 분가,오늘의 신세계 그룹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 회장은 좀처럼 전면에 나서거나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회장 가족 중 가장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밀한 성격과 과감한 결단 등은 형제 자매중에서 뛰어나다고 주변 인사들이 증언한다.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삼성그룹 임원으로 있다 퇴직한 인사에게 지금도 회사일을 맡겨서 의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중앙일보 기자 시절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그의 인재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회장은 결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대 회장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지만 이 회장은 결재를 하지 않은 이유를 10년전 한 인터뷰에서“책임을 피하라는 게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려는 뜻”이라면서 “대신 믿지 못할 사람은 아예 쓰지 말라는 선대 회장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신세계 임원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다른 기업에 비해 긴 것도 이러한 이 회장의 ‘의리’ 인사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구학서 사장은 신세계 백화점 사장을 12년이나 했고 그 외에도 여러명의 인사가 10년 이상을 CEO로 지냈다. 백화점과 호텔 하나로 시작,현재는 거대한 유통 재벌로 성장한 이면에는 이러한 이 회장의‘의리경영’이 뒷받침됐다고 할 수 있다. 삼성가에서 분사한 기업 중 새한그룹은 이미 사라졌고 한솔그룹 역시 정보통신분야 실패로 반쪽이 된 상태이며 CJ그룹은 총수가 구속돼 있다. 하지만 신세계 그룹은 유통명가 그룹으로서 우뚝 서 있다. 의리 경영인 하면 SKC 최신원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최 회장은 알려진대로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차남이다. 형인 최윤원 회장이 일찍 타계 사실상 SK가(家)의 맏형 격이다. 최 회장은 조용히 사촌 동생인 최태원 SK회장을 도우며 집안에서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SK그룹은 다른 기업에 비해 가족간 불화가 많을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을 다 갖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친 형제간들도 재산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형국에 SK그룹이 조용한 이면에는 최 회장이 보이지 않는 조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이다.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은 돌아가기 직전에 동생인 최종현 회장에게 그룹 경영을 맡기면서 조카들도 잘 돌보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최종현 회장은 자신의 아들(최태원·재원)과 조카(최윤원·신원·창원)를 구분없이 다 아들이라며 보살폈다. 최종현 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아 SK에너지와 SK텔레콤을 인수하는 등 재계 4위 그룹으로 도약시켰다. 형이 넘겨줄 때보다 엄청난 규모의 대그룹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뒤의 경영대권은 자신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다른 가족들은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그룹과 달리 SK그룹은 별 잡음 없이 경영을 영위하고 있다. 만약 최신원 회장이 욕심을 부려 문제를 일으켰다면 충분이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는 형태다. 오히려 최신원 회장이 앞장서 다른 형제들을 설득하고 넘어갔다. 특히 최신원 회장은 기부에도 앞장서 재벌가 중에서는 개인 기부를 가장 많이 한 총수로 알려져 있디. 퇴직임원들이나 다른 가족들을 챙기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의 보이지 않는 이러한 행위가 2년간 총수부재라는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어도 SK그룹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신원 회장의 ‘의리경영’이 SK그룹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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