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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조현아 사태는 할아버지의 교육 이념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탓

浮萍草 2015. 2. 16. 11:53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선 DB
    난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 재판정 앞. 내외신 기자들로 지방법원은 글자 그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땅콩회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취재하기 위한 열기였다. 이날 오성우 부장판사는 항공보안법 항공기항로변경·안전운항저해 폭행,강요,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을까하는 일부의 판단을 깬 실형선고였다. 재판부는 '땅콩회항' 사건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조직이 한 사람을 희생시키려한 사건" 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이 있었거나 직원을 노예처럼 여기지 않았다면 타인에 대한 의식이 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항공기 회항에 의해 사고가 현실화되지 않은 점과 조 전 부사장이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인정 반성하고 있는 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사죄의 뜻을 표현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받자 재벌가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반재벌 정서가 더 파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국의 재벌은 대부분 해방 이후 탄생했다. 이번에 말썽이 된 한진그룹도 1945년 인천에서 조현아 부사장의 할아버지인 조중훈(2002년 작고)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창업회장은 ‘한(韓)민족의 전진(進)’한다는 뜻에서 ‘한진’이라는 사명을 썼다. 한진그룹은 길이 있는 곳은 무조건 달려간다는 사업슬로건을 내걸고 ‘바다로, 하늘로’ 수송외길을 걸어왔다. 특히 1960년대 월남전에서 한진은 전쟁의 특수를 톡톡히 누려 거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 유명세를 탄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가 월남전에 돈벌러 취직한 곳은 한진을 모델로 삼았다. 이때 마련한 자금으로 대한항공과 동양화재 조선공사(한진중공업) 등을 인수해 재벌그룹이 됐다. 창업 회장은 자식들의 교육에도 엄격했던 것으로 알려젔다. ’인성에서는 검소와 성실을, 일에서는 프로’를 강조했다고 조양호 회장이 2005년 필자와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특히 창업 회장은 자식들에게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 이전에 훌륭한 인간이 되어라. 현재의 조건에서 행복을 찾아라. 행복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고 말했다. 그런 집안에 이번에 장녀가 말썽을 일으키자 부친인 조양호 회장은 망연자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자식들에게 강조했던 집안 교육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조선 DB
    이를 의식해서인지 조 전부사장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서"모든 일이 제 탓이고 정제 없이 화를 표출하고 여과없이 (화를) 드러냈다"며"김모 승무원과 박창진 사무장에게 내리라 하며 마치 비행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 모멸감을 줬었다"고 적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제가 화가 나서"라며"왜 화가 났는지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썼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김 승무원과 박 사무장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일텐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면목 없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반성문을 통해 밝혔다. 때늦은 반성문이었지만 진정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14일에는 이들에게 각 1억원씩의 공탁금을 내걸어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조현아 사태’는 재벌가 3세의 실상을 그대로 표출한 것으로 일반인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만의 ‘리그’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재벌가 3~4세들은 부친의 후광으로 무소불위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룹의 ‘황태자’한테 밉보여 하루 아침에 옷을 벗은 임원들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선택으로 그룹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지만‘로열패밀리’라는 특권으로 책임에서 벗어난 사례도 수없이 많다. 어쨌든 이번 조현아 사태는 한국 재벌가의 한 획을 긋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는 일이다. 재벌그룹들의 역사가 1960~70년에 이르면서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거나 준비중에 있지만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사실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교육하고 ‘통혼’을 통해 한국의 신지배계급을 형성하고 있으나 그들을 통제하고 검증할 장치는 별로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로마제국 5현제 중 한사람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 황제는 그의 저서’명상록’에서“어렸을 때부터 자기 통제력,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무, 마음의 평정을 얻는 법, 검소하게 사는 법을 숙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40세에 황제가 돼 거대한 권력을 가졌지만 이를 마음대로 휘두르지 않고 스스로 권력을 나눈 것으로도 유명하다. 루키우스 베루스를 공동 통치자로 임명해 거대한 로마제국을 다스렸다. 그때 로마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는 특히 “독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보편적인 이성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항상 품고 다녔다”고 명상록에 반복해서 쓰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조현아 사건은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하나의 경종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재벌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안하무인의 행동 등 사회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가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셈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조선일보 객원기자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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