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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재벌 3,4세들이 갑자기 수면 아래로 잠적한 이유

浮萍草 2015. 3. 18. 10:59
    난 2월24일 청와대에서 마련한 재계 주요 인사들과의 오찬은 많은 시사점을 줬다. 
    전경련 회장단과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참여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재벌 3세가 동시에 3명이나 초청된 것은 상징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물론 참석한 3세들은 부친이 병석에 있거나 검찰 조사 등으로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계에선 아주 의미있게 그날 오찬을 바라 보았다. 
    국내 대표 기업으로 경영권 승계가 현실화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등 3세 재벌 기업인들이 한꺼번에 청와대에 초청 받아 대통령과 나란히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장 3세 경영을 ‘인증’하는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겨냥해 이들의 ‘화려한 데뷔’ 무대를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준 측면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땅콩회항’ 사건으로 재벌 3세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진 시각에 한명도 아닌 3명의 3세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 자체 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날 초청된 인사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현재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지난해 5월부터 사실상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나 빌 게이츠 회장 등을 삼성의 대표 자격으로 만나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정의선 현대차 그룹 부회장이 참석한 것은 예상치 못한 파격이었다. 
    정몽구 회장이 참석하지 못할 이유가 뚜렷하게 없었기에 그렇다. 
    항간에 떠 돌던 ‘건강이상설’등도 루머일 뿐이라고 그룹 측에선 일축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격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정 부회장을 보냈다는 해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모임도 아닌 청와대 초청에 부친 대신 아들을 내보낸 것은 사실상 정 부회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려는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3세 경영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정 부회장은 지난 3월9일 중국 출장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충칭에 건설되는 제 4공장은 현대차 그룹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다. 
    정 부회장의 올해 중국 출장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룹측에서도 무척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그룹 측은 기획·생산·판매·해외영업 총괄은 물론 해외 공장 설립 점검도 정 부회장의 중요 업무 중 하나라 출장을 갔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태에서 정 부회장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이번 1박 2일의 짧은 일정에도 충칭 공장의 착공 계획과 향후 생산·판매 전략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초 착공식을 갖는 창저우 공장에 대한 점검도 하고 돌아왔다고 그룹 측은 밝히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조선 DB

    조현상 효성 부사장의 참석은 또 다른 관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형인 조현준 사장이 있는데도 조 부사장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룹측은 그룹의 메세나(기업이 문화·예술 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 일을 조 부사장이 하기 때문에 참석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부친인 조석래 회장은 현재 법정에 출석하는 등 재판에 계류된 상태다. 실제 이날 청와대 오찬은 메세나 활동을 통해 문화융성을 구현하는 기업인과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으로 지역에 맞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기업인을 초청 오찬을 함께한 자리다. 조 부사장의 참석은 그러한 일환이라는 뜻이다. 이날 예비 후계자인 재벌 3세 3명이 동시에 나오기는 했어도 최근 재벌 3세들의 근황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연말 정기 인사에서 3세들이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직급 승진할 때 잠시 언론에 비쳤을 뿐 전혀 동정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주총장에 깁스를 한채 나타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표이사 자격으로 주총을 이끌어야 할 처지였다.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3,4세들의 행적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에 대해 모그룹 홍보 중역은 “조현아 부사장 사태 이후 3,4세들이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리고 있다”면서“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하지만 외부에 노출되는 행사 등은 자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재벌3세들에 대한 동정 기사가 최근 거의 사라졌다. 주요 바이어를 만나거나 공장 준공식 등 외부에 노출될만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의도적으로 3세 경영인의 외부 활동을 알리며 경영 능력을 과시하는 일들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모 그룹은 최근 3세 경영인을 내세워 신규 사업 설명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자주 만나던 3세 경영인들 조차 몸을 사려 퇴근후 술자리 등과 같은 비공식 행사는 갖지 않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이 밝혔다. 심지어 일부 3,4세들은 국내보다 해외에 체류하는 일이 잦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1년에 100일 정도 해외에 머물러 왔는데 올해는 그 기일이 더 길어질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벌 3,4세들이 대외 노출을 꺼리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기는 하다. 기업을 이끌다 보면 싫든 좋든 노출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당하게 전면에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등 시장에서 검증을 받는 것이 향후 본인에게도 득이 되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태자’와 같은 대우를 받던 재벌 3,4세들이 언제까지 수면 밑에 있을까. 재계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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