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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정주영 회장 사후 15년, 시련겪는 현대가 2세들

浮萍草 2015. 2. 25. 11:57
    (왼쪽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고 정주영 회장,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조선 DB
    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재계에선 ‘왕 회장’으로 통한다. 집안에서도 스스럼 없이 ‘왕 회장’으로 불렸다. 그만큼 그의 족적이 컸고 현대그룹은 하나의 왕국을 연상할정도로 거대 기업군이었다. 왕 회장은 살아있을 때 입버릇처럼“현대그룹은 재산이 너무 많아 자식 한사람에게 물려주기는 힘들다”고 말했었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자동차는 사실상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백화점 그룹은 3남인 몽근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는 5남인 몽헌에게 물려주면서 ‘현대그룹’이라는 명칭도 함께 주었다. 6남인 몽준씨에게는 현대중공업을 7몽윤씨에게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을,막내인 몽일씨에게는 현대기업금융을 물려주었다. 한 때 몽구 몽헌 형제가‘현대그룹’의 적통을 놓고 재산싸움을 벌인적이 있으나 현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평정한 상태다. 왕 회장 2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현대’라는 이름으로 재계를 리드하고 있다. 그런 왕 회장 가(家)에 지난해부터 시련이 닥치고 있다. 제일 큰 시련은 현대중공업에서 찾아왔다. 7선 국회의원을 지낼 정도로 정계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정몽준씨가 물려 받은 현대중공업은 국내 초우량기업이었다. 한 때 선박 건조 세계 1위를 할 만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러한 초우량기업에 먹구름이 닥친 것은 지난해였다. ‘창사 이래 최대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익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매출액은 2010년 37조3424억원에서 2011년 53조7116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해 54조9737억원에서 2013년에는 54조1880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10년 4조5764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에는 2조77533억원, 2012년 1조296억원에 이르더니 2013년에는 146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추락하던 실적은 2014년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말았다. 매출도 매출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3분기까지 2조원대가 넘는 순 손실을 기록했다. 2조원대의 손실은 현대중공업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다. 특히 지난한해 영업이익 누적 손실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와중에 20여년만에 노동조합이 파업을 일으켰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시계방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겸 현대기술투자 회장,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조선 DB
    이처럼 위기에 빠지자 수뇌진 교체와 임원 30%를 줄이는 등 자구노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마한 정몽준씨는 장남인 기선씨를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러한 불황이 일시적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주주인 정 전의원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3남인 몽근씨가 물려받은 현대백화점 그룹 역시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몽근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일찍이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의 총수는 그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다. 올해 나이 43세에 불과해 ‘젋은 총수’로 재계에 알려진 인물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4년 불과 32살의 나이에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으며 현대백화점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 후 경영 보폭을 넓혀갔고 36살의 나이에 회장직에 올라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신규로 진출한 일부 사업 분야에서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비쳐 주변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신규로 설립하거나 인수한 계열사의 실적이 기존의 수준에 못 미친 것이다. 패션·가구업 등의 업종에 진출할 발판으로 인수한 리바트·한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리바트의 영업이익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하기 직전인 2010년 195억원에 달했지만 계열사로 편입된 2011년에는 8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본격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활동한 2012년의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의 36% 수준에 그쳤다. 한섬도 마찬가지였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 한섬의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인수되기 직전해인 2011년 984억원에 달했던 한섬의 영업이익은 인수된 후인 2012년 71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약 200억원 가량 감소한 504억원에 그쳤다. 신세계나 롯데 백화점이 아울렛이나 편의점 등으로 진출 사업다각화에 앞장섰으나 현대백화점 그룹은 그렇지 못해 결국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부에선 “젊은 총수의 혈기만으로 기업을 경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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