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51〉 캄보디아 ③

浮萍草 2015. 3. 2. 09:34
    물 위의 사람들
    보디아 지도를 들여다보노라면 중앙의 커다란 호수가 참으로 경이롭다. 지형적으로 나라가 호수를 품고 있다면 호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다. 수세기 동안 호수에서 태어나 생을 마감하는 수상가옥 사람들의 삶이 있고 풍부한 수량과 물고기는 생명의 원천이자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왔으며,호수를 둘러싼 물적 기반은 앙코르제국의 번영을 이룬 토대였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삶을 품은 호수,국토면적의 15%에 이른다는 똔레삽(Tonle Sap)이다. 거대한 호수 곳곳에 삶의 터전을 잡은 마을이 있다. 땅을 딛는 대신 물 위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의 삶은 우리와 다를 바 없다. 학교와 사원이 있고 음식점과 미용실이 있으며 아버지는 고기를 잡고 어머니는 돼지를 키운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은 부모를 도와 그물을 손질하고 청바지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아가씨는 빨래를 널다가 보트 위 여행 객의 손 인사에 미소를 잃지 않는다. 생활용품을 실은 슈퍼마켓 쪽배가 호수골목을 누비면 필요한 물건을 산다. 물 위가 곧 길이요, 배가 그들의 발이니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쪽배를 탄다.
    건기에도 제주도의 두 배이고 우기면 면적이 네 배로 늘어나는 호수라 수심도 꽤 깊으련만 걱정스런 눈빛은 여행객의 몫일 따름이다. 우리를 태운 작은 보트로 쪽배가 미끄러지듯 다가오더니 할머니가 선장에게 도시락을 건넨다. 어머니가 일하는 아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건네는 일상의 행복이 그곳에 있었다. 무궁무진한 자원을 품은 호수는 전 국민이 보충하는 단백질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전통 발효식품인 물고기 리엘(riel)은 캄보디아 화폐단위로까지 이름을 올렸다. 호수 주변의 광대한 영역에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호수에서 길어 올리는 자연물로 생계를 유지한다 호수에 펼쳐진 연지(蓮池)는 그들의 훌륭한 복밭이다. 쪽배를 타고 밭을 누비며 연근과 연밥을 채취하고 연꽃은 부처님께 바치니 버릴 게 없다. 드넓은 물풀에서 뱀을 잡고 맹그로브 숲에서 게를 잡는가하면, 악어를 키우며 목돈을 꿈꾸기도 한다. 그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궁핍함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 똔레삽은 건기에 강을 따라 바다로 물을 내보내고 우기에 수많은 지천으로 역류를 받아들이는 거대한 저수지이기도 하다. 물이 들고 나며 비옥한 흙이 쌓이는 순환을 거듭하여 호수는 황금의 곡창지대를 이룬다. 그런데 메콩강 상류에 수력발전 댐이 건설되고 숲이 벌목되면서 똔레삽과 메콩강의 순환이 흐트러지고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앙코르에서 40여 킬로를 달리면 크메르왕국의 시작을 선포한 성지 프놈쿨렌(Phnom kulen)이 있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이곳에서 돌을 날라 앙코르유적을 지은 불가사의함으로 이름 높고, 오솔길을 따라가면 똔레삽의 발원지 ‘뚝 포웃’이란 옹달샘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솟아나는 용천수를 몸에 바르며 저마다 소원을 빈다. 산의 높은 곳에는 바위를 깎아 조성한 길이 8미터의 부처님이 누워계신다. 열반에 든 자비로운 와불(臥佛)은 생명의 원천인 똔레삽을 품고 크메르왕국을 번영시킨 이곳의 상징적 존재이다. 그들에게 부처님이 정신적 삶을 지탱해온 신앙의 대상이라면 똔레삽과 프놈쿨렌은 물리적 삶을 지탱해온 신앙이라 할 만하다.
    ☞ 불교신문 Vol 3083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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