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9> 캄보디아 ①

浮萍草 2015. 2. 9. 10:11
    천상의 무희, 압사라
    
    “그녀들의 손바닥은 하늘을 향할 수도 있고 손목을 구부려 영원한 침묵을 요구할 수도 있다. 
    손가락은 황홀경이나 고뇌에 사로잡힌 긴 팔의 끝에서 모든 것을 표현해낸다.” 
    로댕이 그린 일련의 ‘캄보디아 무희’ 데생그림을 보고 나서 릴케가 한 말이다.
    1906년 그림의 주인공인 캄보디아 무희들이 프랑스로 건너와 파리공연을 할 때 로댕은 춤에 매료되었다. 
    공연이 끝나자 그는 공연 팀의 숙소와 연습장소를 따라다니며 그녀들의 몸짓을 그렸다. 
    다음 공연을 위한 마르세이유행 기차에도 동승하여 일정을 같이했고 그녀들이 귀국선을 타기 직전까지 스케치를 멈추지 않았다. 
    조각뿐만 아니라 데생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한 로댕, 그는 캄보디아 무희들의 춤과 몸짓에서 어떤 감동을 느꼈을까.
    그는 이렇게 술회하였다. 
    “우리는 지난 사흘간 3천 년 전의 시간을 보냈다. 
    예술적이기에 종교적인 춤…. 
    캄보디아 여인들은 고대예술이 지닌 모든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로댕은 신을 기쁘게 하는 그녀들의 춤에서 고대예술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보았고, 그 속에서 인간 본질의 종교성을 발견했던 듯하다.
    캄보디아 무희들은 1200년 전 앙코르유적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천상의 무희라 부르는 압사라(Apsara)이다. 
    사원 벽과 기둥 어디에나 춤추는 압사라 부조가 새겨져 있어, 
    그곳을 빠져나올 때쯤이면 그녀들은 앙코르에서 가장 친숙한 존재가 되고 만다. 
    압사라는 춤추는 천녀이면서 물의 요정이다. 
    인도의 천지창조신화를 보면 신들이 불로장수의 영약을 만들기 위해 천 년간 우유바다(乳海)를 휘저을 때 여러 생명체와 함께 6억의 압사라가 태어났다고 한다.
    잘록한 허리에 볼륨감 있는 몸매 다리와 손목을 구부린 채 온화한 미소와 섬세한 손동작으로 연꽃 위에서 춤추는 그녀들은 근엄한 건축물마다 생명력과 활기를 부여
    한다. 
    특히 앙코르와트 제3회랑 동쪽 벽의 거대한 천지창조 장면에는 우유바다를 휘젓는 물결 속에서 수많은 압사라가 태어나 하늘을 나는 신비로운 장관을 볼 수 있다. 
    앙코르에 조각된 압사라가 1700여개에 이르지만 똑같은 모습은 없다고 하니, 저마다 다른 꽃을 피우는 앙코르의 꽃임에 틀림없다.
    앙코르를 방문한 이들은 저녁이면 부조에서 튀어나온 듯한 실제의 그녀들을 만난다. 
    앙코르쇼나 디너뷔페에서 로댕이 매료되었던 무희들, 살아 움직이는 압사라의 전통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신비로운 춤은 크메르왕국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식이었고 당시 궁중무희들은 천상의 춤을 추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 왕궁에 살면서 결혼이 금지되었다. 
    15세기 타이족의 침략으로 크메르왕국이 멸망하면서 압사라 춤도 명맥이 끊겼다가 1940년 사원복원과 함께 수천 개의 부조사진을 찍어 춤을 되살려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크메르루즈 때 다시 말살되었고 근래 수 백 개의 동작을 되살려 40여 개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압사라 무희들의 춤은 크메르왕국의 영광과 슬픔을 동시에 담고 있다. 
    1906년 증기선에 몸을 실은 지 한 달 만에 낯선 유럽 땅에 도착한 그녀들의 공연은, 프랑스가 거느린 식민지 풍물을 소개하고 성과를 자랑하는 식민지박람회를 위한 
    것이었다. 
    나라의 위기마다 명맥이 끊어졌던 춤이기에 그녀들의 신비로운 손동작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일까.
    
    ☞ 불교신문 Vol 3079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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