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8> 라오스 ⑧

浮萍草 2015. 2. 2. 11:53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이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착하게 생긴 얼굴들이 까맣게 그을린 채 모두 그곳에 있었다.” 
    라오스에 대해 어느 작가가 한 말이다. 
    라오스 마을길을 걸으며 우리네 어릴 적 고향을 떠올렸고 그곳에서 만나는 얼굴마다 작가의 말을 실감했다. 
    순수하고 맑은 얼굴, 무엇에도 괘념치 않는 듯한 눈빛…. 
    그것은 상대방까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대하도록 만드는 인간관계의 무장해제였다.
    그들은 앞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에 몰두하지 않는다. 
    작가는 “라오스인이 당신과 4시에 만날 약속을 했다면 그건 4시부터 그 일을 생각해보겠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공동체 전체가 느리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긴 국경을 맞댄 이웃나라 태국과 베트남의 활기에 비해 라오스의 시간은 어느 나라보다 천천히 흐른다. 
    뛰거나 크게 웃거나 화내는 이를 보기 힘드니 그들의 맥박 또한 느릴 것이다.
    열대나무로 엮어 원두막처럼 만든 집엔 곡식과 채소를 담은 자루,화덕과 그릇,옷가지와 이불 외에 별다른 게 없다. 
    꼭 필요한 의식주만 갖춘 것이다. 
    그들도 조금씩 문명화된 삶을 누릴 테고 그것을 바라겠지만 지금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라오스사람들은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상대적 비교를 떠나 자신의 마음에 절대적 가치를 두는 것 그들이 미소를 잃지 않고 자연의 일부처럼 살아가는 비결이다.
    따라서 죽음 또한 삶처럼 자연스럽다. 
    남방불교권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라오스사람들은 장례를 치를 때 울거나 슬퍼하지 않고 상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승의 환송회로 기념하는 가운데 고인을 
    떠나보낸다. 
    고인의 삶이 그러했듯이 남은 자들은 그를 위해 염불하면서 부처님의 가피를 빈다. 
    윤회와 인과를 굳게 믿고, 생과 사 모두를 존엄한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이는 불교적 삶이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라오스 여러 사원의 벽화에서 지옥장면들을 보았다. 
    불가마에 넣는 확탕지옥,톱으로 몸을 자르는 거해지옥,혀를 뽑는 발설지옥 등이었다. 
    먹색 바탕에 황금색으로 그린‘왓 씨엥통’사원벽화에 담긴 장면은,삶과 죽음이 어우러지고 인물의 선악표현에 차별이 없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옥인 줄 알기 힘들다. 
    또 다른 사원에는 원색으로 적나라한 참상을 담았는데 우리의 지옥그림에 어김없이 지장보살이 함께하듯 이곳에도 구제의 존재가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늘에서 쏜살
    같이 내려오는 그 모습은 불선(拂扇)을 어깨에 받쳐 든 스님이었다.
    그런가하면 1958년에 세워진 비엔티안의 붓다파크에는 거대한 호박모양의‘지옥탑’이 있다. 
    무서운 신상의 입을 통해 컴컴한 내부로 들어가면 좁고 높은 계단이 있고 지옥의 존재들과 온갖 신상이 포진한 여러 단계의 계단을 통과하면 한 줄기 빛과 함께 환한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입구의 신상 이마에는 오후7시를 가리키는 시계가 새겨져 있다. 
    아마도 몇 분 동안,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맞아 지옥에서 천상에 이르는 경험을 주고자 했으리라. 
    역사적 의미는 크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탑임에 틀림없다.
    라오스사람들은 생사가 하나로 연결된 것임을 깨달았기에 죽음을 축복으로 보낼 수 있고 또 팍팍한 삶을 미소로 바꾸는 힘을 지닐 수 있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탑 이름이‘천상탑’이 아닌 ‘지옥탑’인 것은 엄정한 업보의 이치를 새기기 위함일 것이다.
    
    ☞ 불교신문 Vol 3077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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