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12 큰 기대를 모았던 한 여성 기관장, 그런데 한 달 뒤 직원들의 반응은…

浮萍草 2015. 2. 17. 06:00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왼쪽),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래 전 일이다. 정부 모 부처에서 산하기관 기관장으로 여성을 발탁했다. 몇 달 후 그 여성기관장에게 가능하면 기관 내에서 여성을 간부로 발탁하라고 권고를 했다. 그 말을 듣자 그 원장은“그렇게 하면 안 돼요. 여성이라고 무조건 발탁하면 안 되죠. 능력에 따라 승진시켜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얘길 전해들은 부처의 담당국장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본인도 여성프리미엄으로 발탁된 줄 모르고 능력 이야기를 하다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남성들은 꼭 한마디 한다. “여자들은 왜 그래?” 최근 두 여성 리더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박현정 서울시향대표의 얘기가 언론의 주요 기사로 보도됐다. 여성 리더십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여성 리더라기보다는 재벌3세 리더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초창기 여성 리더들은 스스로 개척해가며 리더로 성장했기 때문에 여장부 스타일이 많았다. 그런데 요즈음은 여러 분야에서 여성 리더들이 늘어나면서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두 명을 보고 전체를 파악해선 안 된다. 하지만 아직 곳곳에서 한계를 보여주는 여성 리더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 기관에 대외적으로 이미지도 좋은 분이 기관장으로 왔다. 능력도 있다고 인정받는 그녀와 함께 근무하게 된 직원들은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후 직원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리더는 문제가 생길 때 역량이 드러나는 법인데 그럴 때마다 그녀는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 탓으로 돌렸다고 한다. 결국 직원 모두 그녀가 빨리 떠나기를 바랄 뿐이었고 조직은 사기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어느 기관에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여성 임원이 있었다. 그 기관의 최초 여성 임원이었다. 그 여성은 자신이 그만두면 그 기관에는 여성이 하나도 없으므로 연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녀가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얼른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후임자로 여성이 예정돼 있는 것 아닌가. 여성이니까 나를 발탁해주어야 한다는 논리는 이제 지났다. 여성 몫이 늘지 않는 한 그저 한 자리는 얼마든지 다른 여성들 중에서 발탁할 수 있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인 울브라이트는“여성을 돕지 않는 여성은 지옥에 가서도특별한 자리가 예정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이 여성을 안 돕는게 얼마나 중한 죄이면 지옥에서도 특별한 자리가 있다고 했을까? 아마도 소수인 여성이 같은 소수자를 배려 안 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미일 것이다. 돕고 싶어도 못 돕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타 부처 여성공무원이 전화를 했다. 자기가 여성이라고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그 부처 아는 분께 사실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조직화합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경우에는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준다. 그 뒤부터는 그 여성이 도움을 요청해도“우선 그 부처에서 인정받아라”고 말해줬다. 제일 중요한 것은 조직에서 일단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아무리 배려하려 해도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통계를 보면 아직 여성 리더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주요 기업 임원 중 여성은 1.9%,공공기관 상임이사 중엔 2.8%에 불과하다. 공직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은 거의 50%에 육박하지만 고위 공무원 중 여성비율은 4%도 안 된다. 남자들은 조금 잘못해도 조직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아직 다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 소수인 여성들은 작은 잘못을 해도 눈길을 끌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쉽다. 잘나간다는 지위에 있는 여성들이 더 열심히 해서 롤모델을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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