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11 "애들 간수 잘 하세요. 밤길 조심하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하려 하자 조폭이 건넨 협박

浮萍草 2015. 2. 16. 06:00
    과거 서울의 성매매 집결지 중 하나였던 '청량리588' 일대 모습.

    2008년 서울 미아리 집창촌 업주와 주변 상인들로 구성된 '성매매 집결지 자율정화위원회'가 가림막 설치로 손님이 끊겼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
    자가 졸업한 대학이 있는 곳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이다. 학교 근처인 청량리역 근처에는 그 유명한 ‘588’이 있었다. 전철역에서 내려 학교를 가려면 588이 보이곤 했다. 아이들이 볼까 부모들이 조심하는 곳,따갑고 민망한 시선이 존재하는 곳,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드나드는 곳이다. 거기에서는 누구나 쉽게 성(性)을 살 수 있다. 골목에는 삐끼,미장원,목욕탕,옷가게,약국,여관 등 여러 직업군들이 공생하고 있다. 얼마전 여성가족부가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내년부터 집결지 폐쇄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집결지 폐쇄 방침을 발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0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가끔씩 있었던 일이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대놓고 손쉽게 성을 사는 곳이 없어진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전국의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10개 업소 이상 밀집 지역)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 수는 2010년 1806개에서 2013년 1858개로 52개(2.9%) 늘었다. 또 종사 여성 숫자도 4917명에서 5103명으로 186명(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35곳이던 성매매 집결지(경찰청추산)도 10곳이 폐쇄됐지만 아직 25곳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동안 집결지를 폐쇄한 방법은 주로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을 통한 자발적인 폐쇄 또는 재개발을 통한 지역개발이었다.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폐쇄된 곳은 대전의 유천동을 들 수 있다. 재개발로 폐쇄된 대표적인 곳은 서울 용산역 앞이다.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지구로 지역 자체가 탈바꿈하는 것이다. 서울 천호동과 청량리 588은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재개발 지구지정 등 모든 절차는 지방정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중앙부처가 아무리 적극적이라도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 상가 밀집지역 재개발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욱 어렵다. 건물주들은 개발이익의 상당부분을 보상받지만 상가 세입자들은 그렇지 않다. 세입자들은 권리금 보상을 요구하나 권리금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반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재개발이 지연된다. 성매매업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성매매업소의 저항은 특히 과격하다. 집결지 재개발을 담당하는 해당 구청이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여기에 있다. 공개적인 시위, 공무원에 대한 협박 등 성매매 업소들의 저항은 필사적이다.
    이복실
    A 구청의 경우 집결지를 최신식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진행을 하려 했지만 사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구청장은 공무원들이 아무도 그 업무를 맡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주변에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어떤 구에서는 이런 업무를 맡지 않으려고 1년간 휴직을 신청한 공무원도 있었다고 한다. 업주인 조폭들이 찾아와 위협적 언사로 공갈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들을 해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등하굣길 아이들 간수 잘하세요. 밤길도 조심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해도 여러 가지 이권 정리 등 쉽지 않은 일이 많은데 조폭들의 협박까지 받게 되니 공무원들이 이 업무를 꺼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사례도 있었다. B 구청은 집결지가 포함된 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새로운 도시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이후 경찰 단속이 지속되던 어느 날,업소 주인인지 조폭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구청장실에 난입해 온몸에 시너를 뒤집어쓰고 한 손에는 라이터를 손에 들고 사업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구청장과 간부들은 자리를 피해버렸다고 한다. 한 공무원은 “이런 일들 때문에 지방정부에서는 소극적이 되기 쉽다”고 했다. 법과 규정이 있어도 실제 현실에서는 제도 개선이 녹녹치 않음을 보여준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매매업소들은 전국한터연합회를 조직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가족부에서는 집결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자체별로 집결지에 대해 도시정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부진했던 집결지 폐쇄가 향후 얼마나 큰 진척이 있을지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협력,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