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7 "억울하면 결혼해라?"…죽어서도 억울한 싱글 이야기

浮萍草 2015. 2. 10. 06:00
    중년 싱글로 보이는 한 일본인 남성이 도쿄 시내 식당에서 홀로 식사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싱글족들을 위한 주방 가전들.
    글세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가“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를 고의적으로 안 낳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도 논의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 것이“정부가 싱글세를 물리기로 했다”는 소문으로 번졌다. 놀란 복지부가“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자료까지 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란 분노가 일었다. 싱글들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싱글로 사는 것도 억울한데 세금까지 매기겠다니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린 격이었다. 직장도 불안정하고 집 구하기도 어려워 혼자 사는 거지 누구는 싱글로 살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느냐는 항변이었을 것이다. 2012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결혼격차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개인의 결혼관에 관계없이 고용이나 수입이 결혼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결혼하기 어려운 계층이 늘면서 혼인율도 갈수록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싱글들의 문제는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싱글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몇 년 전에 모 중앙부처에 근무하던 50대 독신 여성공무원이 독감이 발병한 지 일주일만에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평소에 일도 열정적으로 하고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던 여직원이었다. 아침에 멀쩡하게 출근한 사람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고 사흘 만에 사망했다.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우리 곁을 떠났다. 그녀가 갑자기 떠나고 나니 직장에서는 연금 등 후속으로 처리해 줄 일이 많았다. 연금수급권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이 70%가 지급된다. 아니면 유족일시금으로 받아도 된다.
    싱글인 공무원이 사망하면 법에 정해진 수급자격 대상자가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녀에겐 유족연금을 받을 대상자가 아무도 없었다. 싱글이다 보니 당연히 연금 수급권자가 되어야 할 남편도 자식도 없었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형제 자매는 공무원 연금법상 수급권자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본인이 낸 부담금까지 그대로 고스란히 국가에 귀속되었다. 33년 동안 본인 부담금을 냈으니 꽤 큰 금액이었을 텐데 정말 한 푼도 못 받았다. 평생 성실하게 일해서 모아놓은 돈을 쓰지도 못하고 떠났다. 그 일 이후 싱글들 사이에서는“죽기 전에 쓰면서 살자”란 말이 나왔다고 한다. 정말 죽어서도 억울한 싱글이다. 이와 반대로 남편 사망 후 거의 30년째 유족연금을 받고 계신 친척 어르신도 있다. 50대에 공무원인 남편이 출근길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후 또박또박 연금을 받고 계시다. 아마도 돌아가실 때까지 연금이 나올 것이다. 결국 결혼으로 인한 차이가 연금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주변 어디에나 싱글들이 많이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3%이다. 네 가구 중 하나 꼴인 셈이다. 서울시의 경우 열 가구 중 한 가구가 독신 여성 1인 가구이다. 자식들과 한 집에서 살기 싫다고 혼자 사시는 우리 시어머님,아직도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내 친구들,모두 다 싱글은 싱글이다. 내 주변의 여성 골드 싱글들의 공통된 불만은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는 거다. 연말정산 때만 되면 화를 낸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으로 남의 아이들 키우는데 내 세금 다 쓴다는 농반진반의 푸념이다. “억울하면 결혼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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