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5 45년만에 광화문 정부청사에 여성미용실 만들려하자 들려온 소문

浮萍草 2015. 2. 6. 06:00
    "여자 차관이 미용 목적으로 미용실 설치 주도한다"
    
    “요즘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전경과 의경들이 교대시간에 몰려가는 곳은?” 
    지인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당구장,식당,헬스장 같은 답을 내놓는다. 
    다 틀렸다. 
    정답은 여자미용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가 건립된 지 45년 만에 처음으로 생긴 여성 미용실 ‘한려’이다. 
    올 8월 말 문을 열었으니 두 달 조금 넘었다.
    내가 여자미용실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여성가족부가 오랜 떠돌이 생활을 마치고 광화문정부청사에 다시 입주(지난 4월)하기 몇 달 전이었다. 
    광화문 청사엔 남성을 위한 이발관은 있었지만 여성 미용실은 없었다. 
    45년 전엔 여성공무원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여성공무원이 이렇게 늘었는데 아직 미용실 하나 없다는 게 이해가 안됐다. 
    중앙정부 내 국가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48.1%까지 늘었다.
    지난 8월 4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들어선 여성 미용실 '한려'.

    또 미용실을 취약계층의 자립매장으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미용 훈련을 받아 자격증을 딴 후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청사매장을 통해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청사 관리는 안전행정부 소관.올 1월쯤 미용실 설립 기획안을 만들어 정부청사관리소장을 찾아갔다. “소장님, 청사에 남자이용원은 있는 데 여자미용실이 없어요. 여성공무원이 크게 늘고 있는데 청사에 미용실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소장은 흔쾌히 알았다고 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공무원들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게 필요해?”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여직원들이 이용하겠어?” “기존에 있던 이용원도 적자인데 미용실도 적자가 뻔해.”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았다. 여직원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자는 얘기도 나왔다. 급기야 듣기 거북스런 소문도 들려왔다. 어느 날 담당과장이 내게 이런 보고를 했다. “차관님, 미용실 설치를 좀 늦춰야겠어요.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여성가족부가 청사에 입주하는 데 여성공무원들이 많으니 여자 차관이 미용 목적으로 미용실 설치를 주도한다는 말이 나온답니다.” 그런 오해를 받으니 기가 막혔다. 그런데 일부러 늦추지 않아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미용실도 타 시설처럼 공개경쟁으로 위탁운영자를 선정해야 했다. 4차에 걸친 긴 공모과정을 거치다보니 아이디어를 내서 오픈하는 데까지 꼬박 8개월이 걸렸다.
    '한려'의 내부 모습.

    그러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뜻밖에도 호황이었다. 값싸고,품질 좋고,거리도 가까우니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물론 젊은 청년들인 전경과 의경,방호원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았다. 여성을 위해 시작했는데 남성들이 더 선호하는 시설이 된 것이다. 남자 손님만 하루 50명 넘게 온 적도 있다고 한다. 여성공무원들도 점심시간과 일과 후 짬짬이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더구나 이 미용실은 취약계층 여성들의 자활을 돕는 특별한 미용실이란 점도 의미가 있다. 미용실에서 얻는 수익금은 앞으로 제2, 제3의 매장을 여는데 종잣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중간 과정에 말은 많았지만 그래도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이 미용실을 열 수 있었다. 안전행정부는 청사 지하 1층에 미용실 장소를 마련해주고 인테리어비용도 지원했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도 미용기기 구입비로 3000만원을 지원했다. 앞으로도 ‘한려’와 같은 시설이 공공기관에 많이 입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