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재벌가 인사이드

33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비운의 최태원 회장

浮萍草 2015. 2. 6. 11:38
    최태원 SK 회장/조선 DB
    2015년 1월31일은 SK 최태원 회장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2년전 바로 이날 회사자금 4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날이기 때문이다. 그 후 만 2년 넘도록 최 회장은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내 재계 메이저급 그룹 총수가 2년 넘게 교도소에서 생활한 이는 최 회장 외에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총수들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 났었다. 재판을 받을 때도 휠체어를 타거나 앰뷸런스에 실린채 등장,눈살을 찌푸리게 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 회장은 그 흔한 병보석 한번 없이 2년 넘게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다. 재벌 총수의 최장수 교도소 수감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잠시 ‘가석방’ 얘기가 정치권과 관료들 사이에 나왔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재벌 총수 중 2번 이상 철장 신세를 진 사람은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김승연 회장은 3번이나 검찰에 의해 구속돼 본인 자신이 ‘검찰과 인연이 많은가 보다’라고 술회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수감생활은 최 회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최 회장은 2003년 구속돼 이미 7개월 동안 수감됐었다. 그뒤 다시 구속돼 2년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만해도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들이 재계에 돌았다. 부친의 타계로 일찍 그룹 대권을 물려받은 그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뒤 최 회장은‘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변모했었다. 임직원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거지에서 구속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기도 했다. 2013년의 구속은 처지가 달랐다. 그룹에 대한 막대한 ‘오너리스크’를 안아야 했고 또한 자신도 구속만은 피하고 싶어했다.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형이 확정돼 법정 구속이 됐을 때 상당히 낙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속되었어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다른 총수들처럼 휠체어나 앰뷸런스 신세는 지지 않았다.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그렇게 많은 기간을 교도소에 있어야 할 정도로 중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이에 대한 해석은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에 최 회장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인식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최 회장의 범죄 행위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 사건의 본질은 2008년 10월 SK 계열사 투자금 중 450억원이 베넥스 펀드에서 빠져나가 한 달여 가량 사용된 뒤 9% 이자를 붙여 전액 반환된 사안이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이자까지 합쳐서 반환된 '피해자도 피해금액도 없는'사건이라는 결론이다. 다시말해 SK 펀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11년 초부터 본격화됐다. 검찰이 계좌추적을 한 결과,과거 3년전인 2008년 10월 베넥스 펀드에서 SK 계열사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해서 기소까지 하게 된 사건이다. SK는 이미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피해를 모두 회복시켰다. 다만 법원은 펀드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순간 횡령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강화된 양형 규정(300억원 이상의 횡령 사건의 경우 징역 4~7년형)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런 사안을 두고 재벌 총수를 2년넘게 철장에 가둬두는 것은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사안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건이다. 김 회장은 수천억원대 자금을 위장 계열사에 지원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 법률상 배임 횡령)로 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서 일부 파기 환송된 적이 있다.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현재 풀려난 상태다. 이 당시에도 양형 기준에 따른 법리 공방이 치열했었다. 당시 김 회장 측은 회사를 구하려고 한 행위일 뿐 피해자가 없는 사안이라며 법정공방을 벌였다. 그런데 최 회장은 대법원에서까지 유죄가 확정돼 현재에 이른 것이다. 현재 구속 수감된 LIG 그룹 구본상 부회장과 동양 현재현 회장이나 STX 강덕수 회장 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봐야한다. LIG 구 회장 형제는 LIG 건설이 부도 직전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2151억원 상당의 CP를 발행, 일반인들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사실이다. 현 회장이나 강 회장 역시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법정 구속된 뒤 변호인을 교체하며 재판부와 법리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법원의 판결을 벗어 날 수 없었다. 최 회장은 묵묵히 교도소 생활을 하며 정부의 선처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SK그룹엔 낭보가 날아왔다. 최 회장의 결단으로 지난 2012년 사들였던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할 때만해도 이 회사는 재계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몇몇 기업에서 인수를 추진했으나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했던 어쩌면 ‘애물단지’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인수를 결정했다. 그러자 일부 계열사 사장들이 난색을 표시했다. 당시 하이닉스의 실적이 초라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으로 매출은 10조원이 조금 넘었지만 영업손실만 한해 2273억원에 달했다. 당시 최 회장은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 대성공을 거둔 저력이 있는 회사라며 반대의 논리를 잠재웠다. 지난 한해 하이닉스의 실적은 실로 눈부시다. 영업이익만 5조1000억원을 냈다. 법인세로 8000억원을 납부하게 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자 증세 1년 수입과 맞먹는 규모다. 만약 그때 최 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를 들어 주변에선 최 회장에게 기회를 주고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산적해 있는 회사 현안들은 오너인 총수가 아니고서는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사안들이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의 차녀 민정씨가 해군사관학교를 수료하여 장교에 임관된 사실에 대해서도 본인은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민정씨의 ‘영웅만들기’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혹시나 자신의 구명을 위해 여식을 군에 입대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이 있고 민정씨에게도 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감 생활 2년을 넘긴 비운의 재벌 총수인 최태원 회장 가석방으로 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질 것인가, 아니면 ‘죄값을’ 더 치러야 할 것인가하는 선택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Premium Chosun        홍성추조선일보 객원기자 sch8@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