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7〉 라오스 ⑦

浮萍草 2015. 1. 26. 09:57
    탁발, 경건한 나눔
    오스 사람들의 하루는 탁발에서 시작된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골목길 여기저기서 대나무그릇을 받쳐 든 이들이 하나둘 나타나 조용히 길가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러면 인근사원에서 오렌지색 가사에 발우를 든 스님들이 행렬을 이루어 다가오고 사람들은 경건한 몸가짐으로 스님들의 발우마다 조금씩 공양물을 담는다.
    그 단순한 주고받음의 행위는 보는 이들에게 종교적 경건함 이상의 감동을 준다. 
    아마도 그러한 행위에서 인류공동체가 서로 지켜야 할 ‘보편의 약속’과 같은 건강한 힘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눈부신 오렌지색 가사에 발우를 든 맨발의 스님들이 초기수행자를 연상케 하기 때문일까 이방인들에게 라오스의 탁발행렬은 유달리 아름다운 장관으로 이름 높다. 
    라오스를 좀 더 들여다보면 이러한 장관은 대도시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작은 마을에는 스님들 수도 적게 마련이어서 공양 올리는 주민이 한두 사람인 경우도 있다. 
    아마도 그들은 너무 많은 공양물이 넘쳐나지 않도록 순번을 정해 탁발의식에 참여할 것이다. 
    어떤 곳에선 앞선 스님들의 발우는 가득 차지만 뒤쪽은 반쯤 비기도 한다. 
    받은 대로 가지지 않고 사원으로 돌아가 함께 나누는 것이기에 누구도 그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규모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면서 ‘나눔의식‘의 기본구도와 경건함은 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탁발의식…. 
    승가(僧家)와 민중의 삶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루앙프라방에는 탁발하는 스님들,공양 올리는 사람들,구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많다. 
    이곳의 새벽탁발은 인기 관광품목일 정도로 세계의 여행객들이 몰릴뿐더러 탁발에도 즐겨 참여한다. 
    주민들은 집에서 정성껏 찰밥을 만들어 대나무그릇에 담아오고, 여행객들은 공양물을 산다. 
    따라서 어둠이 깔린 이른 새벽부터 찰밥이 담긴 대그릇을 수북이 쌓아놓고 파는 사람,꽃과 과일을 파는 사람,깔고 앉을 자리를 빌려주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공양을 올리는 이들은 저마다 밥을 조금씩 뭉쳐 발우에 넣는다. 
    또 과일도 과자도 넣다보면 스님들의 발우는 가득가득 채워지게 마련이다. 
    공양물을 사고파는 이들이 개입함으로써 적절한 수요공급의 법칙이 무너지고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무슨 대수인가. 
    여행객과 무관하게 탁발의식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이른 새벽 탁발행렬에 기꺼이 참여한 이방인들은 기특하고,그들에게 공양물을 파는 현지인들 또한 그들의 삶인 
    것이다.
    공급부족을 걱정하지 않듯이 공급과잉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행렬을 마치는 지점에 광주리나 비닐봉지를 펼쳐놓고 다소곳이 스님들의 보시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만 먹고 모두 나누는’스님들의 재분배는 탁발의식에 참여한 이방인들에게 또 다른 놀라움과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과연 보시한 자는 누구이고 보시 받은 자는 또 누구일까.
    사람들은 라오스를 일컬어 ‘가난해도 거지가 없는 나라’라고들 한다. 
    시주받은 음식이 그 자리에서 다시 필요한 이들에게 분배되는 공생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바탕 조용한 잔치처럼 음식의 재분배가 지나간 자리 그곳에 남겨진 것은 인류 ‘보편의 약속’이 남긴 건강한 힘이다.
    
    ☞ 불교신문 Vol 3075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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