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마음 읽기

끔찍한 괴물에게 쫓기는 꿈, 알고 보면 끔찍이 아낀 남동생에 대한 미움이…

浮萍草 2015. 2. 7. 10:30
    리는 매일 밤 꿈을 꾼다. 별 의미가 없는 꿈도 많지만 때론 중요한 의미를 갖는 꿈도 있다. 하지만 그 꿈의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기억하는 꿈의 최종본이 처음 만들어진 원본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꿈 원본은 무의식의 자동 수정작업을 거쳐 여러 차례 변화된다. 왜 이런 수정작업이 일어날까? 유치원 교사인 희선(가명)씨는 급성 불안증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두 번째 상담 시간에 이런 꿈을 가져왔다. "나이가 지긋한 약사가 신비스러워 보이는 작은 과일을 주면서 이걸 먹으면 병이 나을 거라고 했어요. 먹으니까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모든 꿈에는 우리가 이루고 싶은 의식적, 무의식적인 소망이 담겨 있다. 단순한 소망을 담은 꿈은 원본과 최종본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해석도 별반 어렵지 않다. 희선씨 꿈속의 신비스러운 과일은 필자가 처방해준 약이나 혹은 치료 자체를 상징했다. 그런데 소망이 의식에서 받아들이기 부담스럽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꿈의 원본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어느 날 희선씨는 또 다른 꿈 얘기를 꺼냈다. "끔찍한 괴물이 나를 물려고 계속 쫓아다녀서 무서웠어요. 서너 살쯤 된 어린애 같았는데 머리는 흉측한 짐승의 모습이었어요." 꿈 해석은 원본에 담긴 무의식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되살리는 게 관건이다. 희선씨는 6녀 1남 중 다섯째 딸이었다. 세 살 밑의 남동생이 태어났을 때 부모님은 희선씨를 외갓집에 맡겼다. 희선씨는 남동생과 사이가 별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연상을 통해 밝혀진 희선씨 무의식 속 사정은 좀 달랐다. 남동생 때문에 3년 동안이나 외갓집에 유배됐던 어린 희선씨에게 남동생은 끔찍한 괴물과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잘못도 없는 남동생을 대놓고 미워하자니 양심의 가책 때문에 힘들었다. 이런 무의식 속 갈등 때문에 어린 남동생 이미지와 흉측한 짐승의 이미지가 압축된 반인반수의 괴물이 꿈에 등장했던 것이다. 경호(가명)씨는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어느 날 필자는 경호씨가 아버지에 대해 무의식적 적개심을 갖고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경호씨는 필자가 잘못된 해석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상담 시간에 경호씨는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길모퉁이 약국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내부가 너무 낡고 초라해 보였어요. 계산대 앞엔 점원이 앉아서 졸고 있었어요. 손님이 와도 아는 척도 안 하는 걸 보니 여긴 금방 망할 거라 생각했어요." 꿈에 대해 좀 더 연상을 시켜보았다. 경호씨가 어릴 때 큰 약국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고향에서 알아주는 지역 유지였다. 아버지는 성격이 곧고 불같았다. 그래서 경호씨에게 아버지는 무섭지만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를 미워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경호씨는 아버지에 대해 무의식적 적개심을 갖고 있다는 필자의 해석에 대해 화를 내는 대신 꿈속에서 금방 망할 것 같은 약국의 불친절한 점원으로 필자를 폄하했다. 꿈은 동시에 약사인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적 적개심도 간접 표현하고 있었다. 일종의 중의법인 셈이다. 꿈의 해석은 꿈꾼 사람의 연상을 통해 꿈 원본을 추론해가는 과정이다. 꿈 원본에 담긴 무의식의 메시지를 해독하는 일은 연상에 대해 어느 정도 훈련만 된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Chosun ☜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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