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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욕에 불타는 자기애성 인격 장애, 작은 실패에도 우울증 올 수 있답니다

浮萍草 2015. 1. 17. 06:00
    '인격 장애'란 말이 있다. 
    인격 특성 때문에 대인 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속적 부적응을 일으키는 경우를 말한다. 
    요즘 언론에 '자기애성 인격 장애'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소위 '수퍼 갑질' 관련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들의 행태를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다.
    자기애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자기를 사랑한다. 그런데 
    자기애성 인격 장애 환자들은 이것이 지나쳐 병적인 수준으로 진전된 경우이다. 
    어릴 때 심하게 자존감이 손상되는 경험을 하면서 생긴 무의식적 열등감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열등감을 감추려는 반작용으로 자기애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이다. 
    100명 중 1명이 이에 해당하니 일상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셈이다. 

    30대 중반인 시연(가명)씨는 국내 굴지의 금융 회사 중견 간부이다. 어려서 미국으로 유학가 상류층 자녀가 다니는 기숙학교를 거쳐 명문대학을 나왔다. 학창 시절 시연씨는 잘나가는 친구들과만 어울리려 했고 스스로 최고라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미국 월가의 금융 회사에 취직해 다니다가 몇년 전 지금 직장으로 스카우트되었다.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컸기에 열심히 일했지만 동료는 시연씨를 잘난 척이 심한 재수 없는 존재로 여겼다. 직장 내 따돌림이 심해지자 그녀의 짜증도 심해졌다. 그러다 정기 인사에서 승진에 실패하면서 급속도로 우울해졌다. 자기애성 인격 장애 환자는 무한한 성공욕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존경과 관심을 끌려고만 할 뿐 그들과 잘 공감하지 못한다. 출세나 성공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자기 능력에 대해 비현실적 자신감을 가진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유명한 사람하고만 어울리려 한다. 사소한 비판도 참지 못하고 화를 잘 낸다. 잘나갈 땐 괜찮지만 작은 실패를 겪어도 극단적으로 우울해진다. 시연씨가 그런 경우였다. 그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해 외가에서 자랐다. 외가는 부유했지만 가족 간 대화가 별로 없었다. 외조부모는 늘 일류를 고집했고 성공을 가장 큰 미덕으로 여겼다. 이혼 후 우울감이 심했던 어머니는 어린 딸을 잘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늘 외로웠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자존감의 상처를 숨기려고 시연씨는 더 센 척, 더 잘난 척을 했다. 성공과 출세만이 자존감을 보상해줄 것 같아 더 집착했다. 하찮게 봤던 직장 동료가 따돌릴 때도 자기가 너무 잘 나서 질시를 받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승진 실패로 자존감이 무너지면서 극단적 분노가 밀려왔다. 그런 분노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결국 우울증이 발생했던 것이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는 어린 시절 풍요로운 환경에서 무조건 떠받들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뭐든 자기가 먼저 가져야 하는 이 세대를 미국의 정신분석학자들은'김미 퍼스트(Gimme first)' 세대라 불렀다. 이들이 성년이 된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자기애성 인격 장애 환자가 폭증했다. 세상이 언제나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일부 상류층 자녀의 일탈행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좌절에 취약해서 작은 실패도 잘 못 견디고 쉽게 우울해진다. 자기애성 인격 장애 환자들은 공동체 적응이 힘들다. 그래서 이들의 문제는 개인적 불행에만 그치지 않고 종종 사회적 문제가 된다. 이것을 예방하려면 어릴 때부터 공동체를 위한 최대선(最大善)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사회 전체가 이기심에 사로잡혀 무의식 속 자기애를 자꾸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만 달려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Premium Chosun ☜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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