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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30대 여성이 느닷없이 유부남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浮萍草 2015. 1. 21. 06:00
    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빠진다. 
    우리는 왜 사랑에 빠질까. 
    뾰족한 답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엔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사랑에 빠질 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새로 인간관계를 맺을 때 인생 초기에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원형(原形)이 큰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그중 대표적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로 이런 인간관계 원형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원형은 자기 무의식 속의 거울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거울에 비친 모습을 근거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인간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모습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무의식 속의 거울은 전적으로 주관적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되므로 거기에 비친 모습도 왜곡되기 쉽기 때문이다.

    미연(가명)씨는 30대 중반의 주부이다. 미연씨의 남편은 최근 수년간 알코올중독 때문에 여러 번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남편은 술에 취하면 난폭해져서 수시로 폭력을 휘둘렀다. 사실 미연씨의 아버지도 주사가 심해 가족을 많이 괴롭혔다. 그래서 그녀는 평소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고 술 좋아하는 남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알코올중독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드러난 미연씨의 속마음은 많이 달랐다. 의외로 아버지에 대해 좋은 기억이 많았다. 맨정신일 때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다정다감했다. 미연씨 마음속 거울에 비친 아버지도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닮은 남편이 미연씨에게 좋은 남자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편을 사랑하고 결혼까지 결심했던 데는 이렇게 왜곡된 마음속 거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수(가명)씨는 30대 초반의 전문직 여성이다. 상냥한 성격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지수씨는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격정적인 연애도 많이 했다. 하지만 늘 좋지 않게 끝났다. 그녀가 좋아한 남자들은 사회 통념상 적당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중엔 나이 많은 이혼남이나 심지어 유부남도 있었다. 게다가 지수씨는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받으려 해서 상대를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상대가 먼저 포기하고 떠나게 만들었다. 지수씨는 초등학교 입학 직후 부모가 이혼해서 이후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지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상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무의식 속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린이집에서 아버지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오던 장면이었다. 어린 지수씨에게 아버지 등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지수씨는 마음속 거울에 아버지처럼 비치는 따뜻하고 포근한 남자들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인정하는 건 어머니에 대한 배신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수씨는 어울리지 않는 상대와 연애를 하면서 늘 죄책감을 느꼈다. 게다가 아버지처럼 그들도 언제든지 자기를 버리고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결국 왜곡된 마음속 거울 때문에 상대를 잘못 선택했고, 불안과 죄책감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사랑을 할 땐 자기에게 잘 맞는 좋은 상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속 거울이 상대를 왜곡하지 않고 바르게 비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무의식 속 인간관계의 원형은 어떤 것일까? 한번 어린 시절의 잊혀진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보라. 혹시라도 비뚤어진 거울에 비친 상대의 모습에 현혹돼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 막으려면 말이다.
    Premium Chosun ☜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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