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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헤밍웨이… 훌륭한 예술작품은 '무의식의 寶庫'에서 나온다

浮萍草 2015. 1. 14. 06:00
    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마우리츠하이스 왕립미술관에 유독 사람들이 몰리는 작품이 하나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 소녀'이다. 
    오래전 네덜란드에 갔을 때 그 작품을 보러 일부러 헤이그까지 간 일이 있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우리는 왜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 끌리는 것일까.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예술가가 지닌 창조성의 원천을 아이의 놀이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창작과 놀이는 무의식에 뿌리를 두면서 종종 환상의 형태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기 무의식 속 환상을 그대로 드러낼 때가 많다. 
    하지만 성인에겐 환상이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것일 수 있어 밖으로 드러내기를 꺼린다. 
    하지만 예술가는 때로 작품 속에 자기 무의식 속 환상을 담아낸다.

    어떤 정신질환은 발병하면 자아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무의식의 활동이 강화된다. 조울병이 대표적이다. 조울병은 감정이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개 조증 상태에서는 활동이 왕성해지고 우울증 상태에서는 위축된다. 특히 조증일 땐 무의식의 활동도 부쩍 활발해진다. 빈센트 반 고흐,어니스트 헤밍웨이,버지니아 울프 등 조울병에 시달렸던 천재 예술가들이 수없이 많다. 이들은 한때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지만 결국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했다. 화가인 우경(가명)씨는 30대 초반에 조울병 진단을 받았다. 우경씨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했다. 부모가 심하게 다툴 때면 몹시 불안해져서 방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 마음속 불안과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우경씨는 1년 중 두세 달은 기분이 들뜨고 매우 활동적이 되었다. 그림을 하루에 몇 점씩 그릴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기분이 가라앉으면 몇 달간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우울해지면 그림도 그릴 수 없었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우경씨는 조울병 때문에 몇 차례 입원했지만 치료받기를 꺼렸다. 약을 먹으면 더 이상 기분이 들뜨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지만 그림 그리기가 힘들었다. 약물치료로 무의식의 활동이 억제되면서 예술적 감성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경씨는 약은 최소량으로 복용하면서 상담 치료를 받았다. 상담 과정에서 그녀에겐 행복한 가족에 대한 환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환상이 작품의 모티브가 될 때가 많았다. 사실 우경씨는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그림을 그렸다. 가족에 대한 환상을 그림에 담고 있는 동안은 행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무의식 속 환상을 이해하면서 우경씨는 지금껏 조울병의 재발 없이 창작 활동을 잘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신세계의 대부분은 무의식의 영역에 속한다. 의식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각과 같다. 바다 밑에 잠겨 안 보이는 나머지 빙산의 대부분이 바로 무의식이다. 그래서 의식 속에서만 창작 소재를 구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 훌륭한 예술가란 무궁무진한 무의식의 보고 속에서 좋은 창작 소재를 찾아 작품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문화와 인종,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사람의 무의식에 정서적 공명을 일으킨다. 우리는 누구나 무의식을 갖고 있고 그 영향을 받는다. 명작이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무의식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볼 때 가슴이 뛰는 건 우리 무의식이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무의식과 이미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Premium Chosun ☜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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