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5〉 라오스 ⑤

浮萍草 2014. 12. 15. 13:03
    ‘바씨’ 의식
    오스에서는 그 나라 사람은 물론 여행객들도 손목에 여러 겹의 실 팔찌를 두른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법당에 들어갔을 때 스님이 매어주었고 민속공연을 보려고 극장좌석에 앉아있을 때 여성스텝이 매어주었다.
    이렇게 실을 손목에 감는 의식을 ‘바씨(baci)’라 부른다. 
    이 실은 적어도 사흘 동안 풀면 안 되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행운이 길어지기를 바라며 더 오랫동안‘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팔찌’를 흔쾌히 차고 다니게 마련이다.
    ‘바씨’란 혼을 불러들인다는 뜻으로 같은 문화권의 태국에서는 이를 ‘탐콴’이라 부른다. 
    라오스인들은 사람에게 32가지의 혼이 있어 심신을 지켜주는데‘바씨’를 통해 흩어진 혼을 불러 모아야 우환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일생의 특별한 날과 명절은 물론,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거나 만나고 헤어질 때 복을 빌어주는 일상의 인사법으로도 널리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신부 집에서 결혼식을 치르지만 예식장을 이용할 때도 신부 집에서 미리 ‘바씨’의식을 올린 다음 식장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결혼식의 핵심은 ‘바씨’인 셈이다.
    신랑일행이 집 근처에 다다르면 신부 측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이들을 맞아 선 채로 술을 권한다. 
    집으로 들어서기 전에 신랑의 발에다 물을 뿌리는데 이는 우리의 전통혼례에서 대문 앞에 짚불을 피워놓고 밟아 끄게 하듯 부정을 없애는 뜻이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꽃과 바나나 잎으로 꾸민 ‘파콴’이라는 나무를 둘러싸고 앉아 스님 또는 마을대표가 주관하는 가운데 의식을 치른다. 
    모두 나무에 걸쳐놓은 긴 실을 한 가닥씩 잡고 합장한 채 스님이 축문을 읊고, 염송을 마친 스님은 신랑신부의 손목에 짧은 실을 묶어준다.
    이어서 연장자의 순으로 덕담과 함께 실을 묶어주어 식이 끝나면 새 가정을 이룬 남녀의 손목에는 마을사람들의 소망만큼 풍성한 수십 가닥의 실이 감겨있게 마련이다.
    이들의 ‘바씨’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코끼리농장에 새로 들어온 코끼리가 있으면 여러 코끼리를 일렬로 세워놓고 그 위에 탄 사람이 실을 잡아 서로 연결한 
    채 축원을 한다.
    그리고 사람의 손목에 실을 감아주듯 주인공코끼리의 귀에 실을 묶어주게 된다. 
    낯선 곳에서 탈 없이 서로 사이좋게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과 코끼리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교감하는 ‘바씨’이다.
    그런가하면 봉사활동으로 라오스를 다녀온 이들 또한 마지막 날 그들이 치러준 ‘바씨’를 잊지 못한다. 
    음식을 나누는 환송회로 끝나지 않고 손목에 저마다 실을 감아주는 의식을 행함으로써 이별의식은 더욱 애틋해진다. 
    떠나는 자는 손목을 내밀고 보내는 자는 저마다 정성껏 실을 감아 묶어주는 그 행위가 함께 나눈 우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씨’의 본래 뜻은 혼을 불러들이는 것이지만 라오스사람들이 실을 매개로 치르는‘바씨’에는 주술을 넘어선 깊은 인간의 교류가 담겨 있다. 
    실의 특성은 길다는 것이요, 또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긴 실로 서로를 연결하고 묶어서 상대를 위한 내 마음을 전하였으니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힘을 합하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 것인가.
    
    ☞ 불교신문 Vol 3066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