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4〉 라오스④

浮萍草 2014. 12. 8. 11:59
    부처님과 로켓축제
    오스의 건기가 끝나갈 무렵이면 특별히 바빠지는 부처님이 있다.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팔을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채 서 있는 ‘비를 부르는 부처님’이다.
    중생의 순조로운 삶을 위해 기우(祈雨)하는 자세가 비오는 형상을 닮았는가하면, 한편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비를 맞는 듯 보이기도 한다. 
    ‘호 파케오’ 사원에 모신 ‘비를 부르는 부처님’의 옷자락은 구름문양으로 되어 있어 그 뜻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라오스ㆍ태국ㆍ미얀마 등에서는 태양이 황소자리로 이동하는 4월 중순이 설날이다. 
    이 시기는 건기가 끝날 무렵이기도 하여 라오스에서는 삐마이, 
    미얀마에서는 띤잔, 태국에서는 송크란이라 부르는 새해맞이 물축제가 일제히 벌어진다. 
    따라서 이때 라오스사람들은 어김없이 ‘비를 부르는 부처님’께 물을 끼얹으며 액을 깨끗이 씻고 가뭄에서 속히 벗어나기를 기원하게 된다.
    새해의 물축제가 한 해를 새롭게 맞는 정화에 초점을 둔다면 5월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기우의 풍습이 시작된다. 
    비가 와야 모내기를 할 수 있을뿐더러 이모작ㆍ삼모작이 가능한 나라이기에 한 해 농사는 비와 함께 시작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때 ‘비를 부르는 부처님’께 본격적인 기도를 올리고, 분방파이(Bun Bang Fai)라는 로켓축제로 독특한 기우제를 지낸다.
    로켓축제는 대나무로 로켓을 만들어 하늘에 쏘아 올리는 것이다. 
    로켓이 클수록 위력도 세게 마련이어서 화약을 넣은 로켓의 크기는 해마다 조금씩 커진다.
    여럿이 줄을 당겨 대나무로 만든 발사대에 로켓을 장착하고 단단히 묶은 다음 불을 붙이면 누구나 깜짝 놀랄 만큼 큰 굉음과 폭발력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로켓은 하나가 아니라 마을마다 준비해 와서 가장 오랫동안 하늘에 머무는 로켓을 만든 마을에 상을 주기도 한다.
    이들은 왜 기도대상인 하늘에 로켓을 쏘는 것일까. 그것은 하늘을 노하게 만들어 비를 내리도록 하는 축제적 선전포고이다. 
    제물을 차려놓고 정성을 올리는 정숙형 기우제와 나란히,이러한 파격의 소란형 기우제가 가능한 것은 민간의 단순명쾌한 역동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로켓을 끌고 공터로 향하는 축제행렬에 여장한 남자와 얼굴에 황칠한 이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커다란 남근석의 끝에 붉은색을 칠하여 장대에 메고 가기도 한다. 
    이때의 붉은색은 마을제사를 지낼 때 ‘피 부정’으로 금기시하는 여성의 생리를 상징한다.
    기성질서를 파괴하는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하늘도 기겁하여 피를 씻어 내리고 공동체의 집단반란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비를 내리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모든 모습이 우리의 기우제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우리 또한 산꼭대기에 불을 지피거나 용바위를 묶어 흔드는 시늉으로 하늘을 자극하는가하면 긴 장대에 붉게 색칠한 여성속옷을 내걸어 비를 바라는 민심이 신을 위협할 
    만큼 간절함을 알렸던 것이다.
    로켓축제는 본격적인 농사를 앞두고 벌이는 한바탕 축제이다. 
    이 축제를 위해 그들은 1년간 공을 들이고 스님들도 로켓축제에 참여해 발사 직전에 작은 기도를 올린다.
    첫 번째 로켓이 굉음과 함께 터지면 그때부터 모든 이들이 환호하며 축제는 절정에 이른다. 
    서슴없이 하늘로 솟구치는 로켓은 그 속에 담긴 라오스사람들과 ‘비를 부르는 부처님’의 소망만큼 명쾌하다.
    
    ☞ 불교신문 Vol 3064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