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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 스트레스 받으면 몸이 먼저 아픈 사례

浮萍草 2015. 1. 9. 06:00
    원에 가면 의사들이 이런저런 검사를 한 후에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할 때가 종종 있다. 머리가 아플 때도, 속이 안 좋을 때도 다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하니 돌팔이 의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몸이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적 안정 상태가 깨지기 쉽다. 정신적 안정 상태가 깨지면 불안이 몰려온다. 이런 불안을 통제하려고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하게 되는데 그것을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한다. 그중 하나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먼저 아픈 것이다. 마음의 고통이 몸의 증상으로 바뀌어 나타나는 것인데 이를 '신체화'라 한다. 한 중년 여성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심한 두통 때문에 수년간 고생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큰 병원에 다녀봐도 원인을 찾을 수 없어 상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남편에게 화가 많이 날 때마다 두통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이라 배우며 자랐다. 감정을 억누르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화가 났는데도 스스로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몸은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스트레스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퇴행'을 하기도 한다. 심한 좌절을 겪을 때 잠시 정신적 유아기로 후퇴하는 것이다. 50대 법대 교수가 말기 위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법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었지만 입원 직후부터 의사에게 어린애처럼 떼를 쓰고 응석을 부렸다. 말기 암이란 절대 공포 앞에 일시적으로 퇴행 증상을 보인 것이다. 때론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이 타인을 교묘하게 괴롭히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젊어서 과부가 돼 외아들을 홀로 키운 60대 여성은 1년 전 아들이 결혼한 후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긴 것 같아 우울했다. 그러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자궁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도 차일피일 미뤘다. 아들 부부에겐 "나 같은 늙은이가 비싼 수술을 받아 뭐하냐?"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수시로 몸이 아프다며 아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무의식적으로 아들의 결혼 생활에 깊숙이 개입해 아들 부부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행태를 '수동-공격적 행동'이라고 하는데 수동적 피학적인 태도로 타인을 괴롭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신체화나 퇴행,수동-공격적 행동은 미성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성숙하게 대응하는 경우도 많다. 타인을 건설적으로 돕는 행동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이타주의가 대표적이다. 마더 테레사의 희생이나 목숨을 걸고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감염 환자 치료를 자원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유머도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성숙한 대응 방법이다. 불쾌한 감정을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으로 대체해 긴장을 줄이는 것이다.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이 인기가 좋은 것은 유머를 통해 긴장감과 불쾌감을 재치 있게 줄여주기 때문이다. 심리적 방어기제는 스트레스와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데 꼭 필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미숙하게 대응하면 주위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혹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미숙한 방어기제를 남용하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미숙한 대응을 줄여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Premium Chosun ☜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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