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마음 읽기

마음이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다면… 꿈을 해석하라, 한줄기 빛이 될지니

浮萍草 2015. 1. 5. 06:00
    학교 교사인 나연(가명·38)씨는 말이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조용한 성격이다. 그는 지나치게 우유부단하고 수동적인 자신의 성격이 힘들다며 병원을 찾았다. 그는 사소한 일도 혼자 결정하지 못했고 직장에선 늘 동료나 윗사람 눈치를 봤다. 남자 친구를 사귈 때도 상대의 감정을 먼저 살폈다. 그러다가 상대가 조금만 싫은 내색을 하면 금방 위축되어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몇 차례 상담을 하다가 필자는 무서운 어머니와 관련된 심리적 갈등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나연씨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다음 상담 시간에 와서 나연씨는 전날 밤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목이 아파서 약국에 갔는데 선생님(필자)이 카운터에 앉아 계셨어요. 제게 큰 알약을 주면서 먹으라는데 약이 너무 커서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도 선생님은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꿈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연씨는 필자가 지난 시간에 한 얘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 엄마에게 할 말을 잘 못하듯이 여기 와서도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대부분 기억도 못 하고 잊어버리지만 우리는 매일 꿈을 꾼다. 뇌가 꿈을 꾸는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다. 추정컨대 꿈꾸는 동안 무의식의 방대한 자료에 대해 일종의 정리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무의식의 영향을 받고 살면서도 무의식에 대해 잘 모르는데 꿈이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라고 했다. 나연씨는 꿈에 대한 내 얘기를 듣고 조심스레 마음을 털어놓았다. 지난번 상담 시간에 내 말을 수긍하지 못했지만 내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아무 말도 못했다는 것이다. 나연씨는 3녀 1남 중 장녀다. 아버지는 나연씨처럼 조용하고 얌전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반면 실향민으로 시장에서 장사했던 어머니는 억척스러운 성격이었다. 어머니는 딸들에게 별로 살갑지 않았지만 하나뿐인 아들에겐 관대했다. 부부는 성격이 너무 달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많이 닮은 나연씨에게 툭하면 잘못을 지적하고 야단을 쳤다. 그런 어머니에게 나연씨는 순종적이었고 동생들에게도 양보를 많이 했다. 그래서 착하고 얌전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동시에 늘 남 눈치를 살피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자랐다. 어느 날 나연씨는 또 다른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릴 때 살았던 집 근처였던 것 같아요. 창문에선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도란도란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어둠 속에 혼자 서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공이 하나 데굴데굴 굴러오길래 그걸 어둠 속으로 세게 걷어차 버렸어요." 꿈과 관련돼 떠오르는 생각을 물어봤다. 어릴 때 남동생이 갖고 놀던 작은 공이 떠오른다고 했다. 필자는 "집에서 항상 관심 대상이었던 남동생에 대한 부러움과 어린 나연씨를 혼자 버려둔 엄마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는 꿈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연씨는 오랫동안 조용히 흐느껴 울었다. 모든 꿈의 기본 소재는 꿈꾸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 경험에서 나온다. 프로이트는 어떤 꿈도 우리의 본능적 욕망이나 소망의 작동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꿈이란 과거와 현재의 실제 경험,본능적 욕망이나 소망의 복합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꿈 해석은 곧 우리의 과거와 현재,그리고 소망하는 미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살다 보면 자기 마음이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꿈이 우리를 바깥세상으로 이끌어주는 한 줄기 빛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Premium Chosun ☜       유범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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