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위대한 삶도, 시시한 삶도 없다

浮萍草 2015. 1. 25. 11:40
    제주올레 찾은 후지와라 신야… 여행高手인 그에게 삶을 묻다
    "천천히 걸으면 멀리 갑니다, 먼저 '자기다움'을 회복하세요 生과 死는 길 위에 함께 있어…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십시오"
    김윤덕 문화부 차장
    얄미운 김 상무 면전에 언젠가 사직서를 던지고 물처럼 바람처럼 세상을 떠돌리라 다짐했던 최 과장에게 후지와라 신야는 죽기 전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대학을 중퇴한 뒤 카메라 한 대 메고 7년간 인도를 걸었던 남자.' 인도방랑'이란 책으로 1970년대 인도 여행 붐을 일으킨 그는 티베트·네팔·터키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을 섭렵한 사나이였다. "여행은 지기 위해,좌절을 맛보기 위해 한다"는 고수(高手) 중 고수에게 자신의 갈 길을 묻고 싶었던 최 과장은 마침내 그 소망을 이뤘다. 신야가 제주 올레에 온 것이다. 제5회 월드 트레일즈 컨퍼런스에 특별 연사로 초청됐다. 검정 코트, 검정 중절모에 빨간 머플러,앞코 뾰족한 가죽 구두를 신고 나타난 칠순의 방랑자는"천천히 걸으면 멀리 갈 수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 칠십에 붉은 머플러라니요.
    "'늙었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늙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여행을 하십니까? "사람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 여행할 수 있습니다." 바람·돌·여자가 많다고 해서 제주를 삼다도(三多島)라 부릅니다. "천국이 바로 여기 있었군요." 물처럼 바람처럼 살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아내와 아이들 사진을 지갑에 넣어 다니는 남자치고 진정한 방랑자를 본 적은 없습니다만." 음식과 여자를 좋아해야 여행을 오래 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그 남자의 배기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다르겠지요. 5000㏄ 버스라면 여러 사람을 태울 수 있지만 500㏄ 자동차라면 글쎄요." 저의 배기량이 이렇듯 졸아든 건 우악스러운 제 아내 탓입니다. "여자이기를 포기한 여자보다 세상에서 강한 것은 없습니다(웃음)."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은퇴 쇼크'에 시달리는 남자가 많습니다. "자기 인생이 아니라 회사의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지요. 일벌레일수록 회사를 떠나는 순간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아직도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어찌해야 합니까? "은퇴 후에도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서 회사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주변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고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 말했지요. 회사 앞을 배회하는 대신 당신이 살았던 고향의 지도를 그려보라고요. 사람이 가장 자기답게 사는 기간은 기억이 생기는 서너 살 때부터 10대 후반까지 고작 십몇 년에 불과합니다. 지도를 들고 자기가 살던 집, 다니던 학교, 추억이 어린 장소들을 찾아가 보세요. '자기다움'을 회복하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이 보입니다. 40년간 오로지 회사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말 한마디, 손짓 하나,걸음걸이 하나까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해야 합니다. 머리만 가지고 살았던 인생을 온몸, 육체를 활용해 사는 삶으로 바꿔보십시오. 바벨이나 골프채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두 팔과 다리로 밭을 일궈 열매를 거두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지요. 몸의 녹슨 부위가 사라지고 새 살이 솟아날 겁니다." 나이 듦이 서글프지 않습니까? "머리숱이 많은 사람을 보면 부럽기는 합니다(웃음)."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흠칫 놀랍니다. 시푸르던 나의 청춘은 어디로 갔나 싶어. "여인은 어릴 적 얼굴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 아름답지만 남자 얼굴엔 인생이 담겨야 합니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남자가 되도록 노력해보십시오." # 아버님이 병중에 계시니 죽음을 자주 생각합니다. "나의 아버지는 99세에 웃으면서 돌아가셨습니다. 나의 형은 59세에 폐암으로 고통스럽게 죽었지요. 죽음의 모습은 여럿이지만 무(無)로 돌아가는 모든 죽음은 숭고합니다." 갠지스 강변의 개들이 시체를 물어뜯는 당신의 사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도의 바라나시는 임종이 가까워졌다고 느낀 사람들이 천국에 가기 위해 찾아오는 성지(聖地)입니다. 한 힌두교 승려가 강변에 누웠지요. 나는 그 승려가 언제 죽을지 대머리독수리처럼 앉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몸을 하늘로 향한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거두더군요. 이전에 나는 죽음의 신(神)이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 승려의 임종을 보고 인간이 스스로 죽음의 신을 찾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한없이 슬프고 절망스러울 땐 어찌해야 합니까? "온몸이 말라버릴 정도로 우십시오. 그 눈물이 땅에 떨어져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겁니다." 저를 좀 응원해주십시오. "세상엔 위대한 삶도, 시시한 삶도 없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세요. 생사봉도(生死逢道)! 삶과 죽음은 언제나 길 위에 함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십시오."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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