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무교동 횟집의 '비밀兵器'를 아십니까

浮萍草 2015. 4. 12. 11:01
    불황 모르는 秘法 알고보니 오직 '맛' 하나로 밀어붙인
    호랭이 사장의 뚝심과 고집, 老부모 대하듯 극진한 접대
    호방한 사투리로 웃음 주는 名物 '김 전무'가 있었으니…
    김윤덕 문화부 차장
    매 나는 해줄 말이 없당께 뭔 인터뷰를 하자고 사람을 들볶고 그라요. 또 취재를 헐라믄 전무가 아니라 사장을 찾아야제. 번지수도 잘못 찾음시롱 무신 기자를 한다고 뛰댕기요. 물론 내가 인기가 쪼께 있기는 허제잉. "전라도 말 징허게 쓰는 김 전무 있는 식당이지요?" 함시롱 확인하고 예약하는 사람덜이 허벌나게 많응께. 요놈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으쩌까잉. 긍께 바람만 불어도 폭삭 무너질 듯한 우리집이 지독한 불황에도 손님이 꽉꽉 들어차는 비결이 알고 싶다고라? 고건 거시기 영업 비밀인디. 내 맘대로 나불댔다가 사장님헌티 잘리면 그쪽이 책임질라요? 인생 2막으로 식당 차려보겠다는 분들헌티 보시(布施)하는 셈 치라고라? 아따 야그를 해줄 수도 없고, 안 해줄 수도 없고 나 참 미치고 팔짝 뛰겄네잉. #
    뭐니뭐니 해도 머니라고 돈 버는 묘수는 우리 사장님 머리에서 나오지 않겄소? 4 0년을 한자리서 고꾸라지지 않고 버텨온 으뜸 비결은 그 양반 리다십이다 이거요. 우리 사장 별명이 뭔지 아요? 성(姓)은 문(文)인디, 쩌그 살던 김일성이처럼 독재한다고'문일성'이라. 고약하다는 뜻이 아니고 그만큼 주방 장악력이 어마무시하다는 거제잉. 지금도 새벽 두 시에 어시장 나가는 일로 하루를 연다 안허요. 그날 최고로 좋은 생선 선점할라고 강서로 남대문으로 열라 뛰어댕긴다 안허요. 몇월 며칠 몇시에 손님 상 나간 매운탕이 덜 익었다는 것꺼정 기억한대니께요 글씨. 오죽하면 '요식업계의 전설' '일식계의 칼잽이'로 불리겄소. 그 히스토리는 눈물 없인 못 듣지라. 어려서 조실부모허고 열아홉에 서울 올라와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했는디 우연히 종로 어느 일식집에 종업원으로 취직한 것이 운명을 바꿔놓았지라. 잠자던 요리 본능이 솟구쳤다고나 할까. 청소면 청소, 서빙이면 서빙, 회 뜨는 일까지 야물딱지게 해내니 행운의 여신이 이 총각 어깨 위에 올라앉응기라. 무교동 이 집으로 옮겨왔는디 을매나 붙임성있게 일을 잘 했으면 주인이 경영권을 다 물려줬겠능교. 전설은 그날로부터 시작됐지라. #
    처음부터 대박날 리 있겄소? 상권이 없으니 손님이 없고 고층빌딩 들어서 좋아지나 했더니 콜레라가 쓸어불고 하루도 두 발 뻗고 장사한 날 없어라. 그 모든 위기를 뚝심 하나로 밀어붙였다 안허요. 애기 손바닥 두께만한 우리집 회 보셨소? 고걸 갈치젓으로 담근 김치에 싸서 먹어보지 않고는 말을 허덜 말랑께요. 탐시런 두께 말고도 우리 사장님이 개발한 특유의 숙성법에 맛의 뽀인트가 있는디 요걸 알려줘야쓰까잉. 오후 네 시에 귀공자처럼 잘생긴 생선들이 들이닥치면 목만 탁 쳐서는 30분간 얼음물에 파묻어라. 얼음이 차갑고 아픙께 생선이 막 몸을 퍼덕거리겄지. 그때 피를 쏟아냄시롱 살이 딴딴해지는기라. 이걸 잽싸게 건져 광목에 말아 냉장고에 두어 시간 넣어두면 탱탱하고 쫄깃한 생선회가 탄생한다 이 말이오. 막 잡아 회친 것이 맛나고 신선하다고라? 워메 충청북도서 오셨소잉? 민어알로 맹근 우리집 어란은 맛보셨능가? 싱싱한 참알을 소금에 절궜다가 응달에서 참기름 발라감시롱 한 달을 꾸덕꾸덕 말린 우리집 최고 별미 아니요. 이리도 징글징글허게 공을 들이니 단골이 안 생기고 배기겄소??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서비스는 기본이제잉. 시골 부모님 찾아오신 양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라가 사장님 철칙(鐵則)이오. 손님이 부르기 전에 모자란 반찬 살폈다가 재빨리 채워드려야 꾸중을 안 듣는당께요. 호랭이같이 무서워도 직원들은 또 을매나 위하는지. 가슴에 명찰 달린 거 봤어라? 손님덜이 '야, 야' 부르지 말라고 이름을 내걸었지요. 프랜차이즈라고라? 그런 말에 솔깃했다가 한방에 가는 기 장사라. "두 마리 토끼 못 잡는다"가 우리 식당 사훈(社訓)이랑께. 강남 500평짜리 일식집들이 절반이나 문을 닫았다 안허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잘 아는 일을 파고들어야제 남들 한다고 따라붙었다간 백이면 백 망해분다는 게 인생 2막의 기본잉께로 싸게싸게 받아적으쇼잉. #
    근디 나는 어쩌다 이 집과 인연을 맺었냐고요? 고건 알아서 뭣 허게. 입에 풀칠할라고 왔제, 나라를 구할라고 왔쓰까잉. 허긴, 대한민국 굴리는 정재계 거물들도 겁나게 드나들었지라. 국회의원 치고 우리집 안 거쳐간 사람 없당게로. 그란디 참 씁쓸합디다. 누가 현직 실세(實勢)로 잘 나갈 때는 사람덜이 벌떼같이 끓다가도 별 볼 일 없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오매 서글픈 거. 정치인뿐이겄소? 자식도 매한가지라. 아버지 돈 잘 벌어오실 땐 당신 숟가락 들기 전엔 밥상에 손도 안 얹다가 아버지 은퇴하시니 예의고 뭣이고 읎어. 오호통재할 일 아니오? 근디 어쩌다 말이 이짝으로 새어불었쓰까잉. 암튼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그저 맛나고 편안허게 손님 모시는 것이 우리집 비밀병기라. 손님과 세설(世說)하고 가끔씩 술 한잔 얻어먹는 것이 28년 지나도록 즐겁기만 하니, 여그가 나한테는 '신(神)의 직장' 아니고 뭐이겄소. 인자 됐소?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