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미스터 정의 日本 유람기

浮萍草 2014. 10. 7. 11:24
    20년 경력의 베테랑 가이드
    초밥 먹는 법부터 목욕법까지 시시콜콜 잔소리가 태반이네
    일본史부터 직장인 사는 법까지 요모조모 들려주는 이유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김윤덕 문화부 차장
    본 오사카 여행길에 만난 미스터 정은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가이드였다. 쌍꺼풀진 눈,기름으로 발라 넘긴 곱슬머리,거뭇한 피부에 숭숭 자란 구레나룻 때문에 매우 이국(異國)적인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실제로 하와이에 가면 하와이 원주민이냐 묻고 터키에 가면 터키 사람이냐 고 묻는다고 했다. 하지만 미스터 정은'서울 음식은 맛없어 못 먹는'전라도 광주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가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버스 달리는 반대 방향으로 서서 1시간 이상 말하다 보면 멀미가 날 법도 하건만 좀체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이었다. "자아~ 여그까지 들으시면서 궁금한 점 없으십니까? 없다고요? 그라믄 달리 헐 일도 없응께 계속해서 이야그를 이어가겄습니다아~." #
    그의 달변이 썩 달가운 건 아니었다.
    동료들 사이 별명이 '아줌마'라더니 틈날 때마다 철없는 아이 나무라듯 잔소리를 쏟아냈다. "일본 하면 스시이~,초밥이 젤 먼저 떠오르시죠잉? 근디 초밥 드실 때 간장에 밥을 찍어 먹는 분 계십니다. 간장엔 회를 찍으셔야죠잉. 글고 초밥은 반드시 따뜻한 녹차 물과 드셔야 탈이 안 납니다. 또 일본선 우동 먹을 때 국물까지 훌렁훌렁 안 마십니다. 건더기 건져 먹고 국물 한 모금 마신 뒤 젓가락 내려놓는 겁니다아~.일본에선 젓가락을 가로로 놓는디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세로로 놓으면 뾰족한 끝이 앞사람을 위협하기 때문이지요. 나무젓가락도 좌우 아니고 위아래로 뜯는 게 매너입니다잉." 온천에 내려주면서도 잔소리가 한 바가지였다. "온천에서 침 뱉고 코 푸시면 안 됩니다아~. 서서 샤워하는 것도 실례여요. 일본 사람들은 옆 사람헌티 물이 안 튀도록 앉아서 샤워합니다아~. 목욕 다 했으면 의자는 밀어 넣고 바가지는 엎어놓고 나오는 거 잊지 않으셨지라?" 시골길을 달릴 때도 목소리를 높였다. "논밭에 비니루 한 장 안 뒹구는 거 보이시죠잉? 개인용 재떨이를 갖고 다니는 흡연자도 있습니다. 지진 탓에 집을 다닥다닥 붙여 지어 방음(防音)이 거의 안 되는디 시끄러워 어찌 사느냐고요? 그냥 참고 삽니다아~." #
    미스터 정이 일본 역사에 대해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넘나들며'구라'를 풀 땐 졸던 사람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일본 전국시대를 호령한 세 명의 장군이 있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쓰으~. 근디 성격은 완전 딴판이었지라. 울지 않는 꾀꼬리 일화 들어보셨지요잉? 오다는 '울지 않는 새는 새가 아니다'며 그 자리에서 목을 쳤습니다. 못생겼지만 잔머리 하난 비상했던 도요토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새를 울게 하라'고 했답니다. 도쿠가와는 어찌했을까요. 인내야말로 무사장구(無事長久)의 비법! '새가 울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 했다지요. 이 중 일본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자가 우리에겐 불구대천의 원수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니 역사의 아이러니 아니겠습니까?"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도쿠가와의 별장인 니조성(二條城)에선 '비밀' 한 가지를 들려줬다. "이 성에 '세콤'이 있는디 찾아볼랍니까? 겁 많은 도쿠가와는 자객이 까치발을 하고 들어와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게끔 마루를 만들었답니다. 어떻게 했길래 소리가 났을까요? 요 밑을 보세요잉 마룻바닥에 못을 팔(八) 자로 박은 거 보이지요? 요런 거 아는 가이드, 많지 않습니다~." 떠돌이 칼잡이처럼 표표한 분위기는 없으나 간혹 낭만 멘트도 날렸다. "천년 고도(古都) 교토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언제일까요? 봄? 가을? 저는 비 온 뒤의 교토를 젤로 좋아합니다." #
    허나 이 남자의 수다는 금세 샛길로 빠졌다. "일본 국민이 소식(小食)을 즐긴다고요? 없어서 못 먹습니다. 삼각김밥으로 점심 때우는 직장인들 수두룩하지요. 회식을 해도 2차 안 합니다. 막차 끊기면 비디오방, 캡슐호텔에서 자고 출근합니다. 캡슐호텔이 뭐냐고요? 천장이 조금 높은 관(棺)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본엔 100엔(1000원)을 넣으면 샤워기를 1분간 쓸 수 있는 목욕탕이 있습니다. 1분 안에 머리까지 감기 빠듯하니 어느 무명 코미디언이 묘안을 냈다지요. 집에서 미리 샴푸를 머리에 발라 문지르면서 목욕탕까지 가서는 동전을 넣는 순간 빛의 속도로 헹궜답니다." 미스터 정의 정신 산란한 말 중 메모까지 해가며 열중한 대목은 이것이었다. "위 세척 향수라고 들어보셨어라? 이걸 마시면 트림을 해도 냄새가 안 납니다~. 발바닥에 붙이고 자면 몸이 해독되는 디톡스 파스도 있고요. 40도 열기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회용 안대도 등장했습니다. '물 반창고'도 있습니다. 손에 상처가 나도 설거지나 세수를 할 수 있게 코팅해준다니 기막히지 않습니까? 돋보기 달린 손톱깎이는 본 적 있나요? 20년째 경기가 바닥이지만 여전히 일본을 지탱하는 힘은 요런 잔머리 징글징글한 창의력입니다. 이런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밖에 없지요잉. 결론은, 지피지기(知彼知己)라야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것입니다아~."
    Premium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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