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살림 高手' 남편들의 설날 뒷담화

浮萍草 2015. 2. 25. 06:30
    명절 공포에서 탈출한 未生들… 살림 下手인 마누라 흉보네
    살림 제1비법은 '미루지 않기'
    요리마저 잘하는 이 家長은 차승원도 울고 갈 매력남… 집안에 평화가 江같이 흐르네
    김윤덕 문화부 차장
    울 방산시장 골목,미생(未生)들 사이 싸고 맛있는 집으로 소문난 '은주정'에 꽃수다가 피었다. 늙은 어머니와 늙어가는 마누라 사이 불꽃 튀는 기싸움을 관전하며 안절부절 기름내 뒤집어쓰는 고역(苦役)의 시간을 견뎌냈더니 신김치에 돼지 목살 듬뿍 넣고 얼큰달큰 끓인 찌개가 꿀맛 중 꿀맛이라. 알싸한 소주 한 잔 목을 타고 넘어가니 하늘 같은 어부인 흉보기가 봇물을 이룬 것이다. # "누군 명절이 좋아 맨발로 달려가 어서 옵쇼 하느냐고. 명절이 공포인 건 나도 마찬가지야. 집에서 하듯 소매 걷고 부엌으로 들어서면 울 어머니'너 안 보는 사이 많이 현대화됐다'감동하시겠냐고. 산적 굽던 불판이 날아오지." "가짜 깁스 안 한 것만으로 절해야 한다잖아. 우리 마누란 명절만 다가오면 공황장애가 생긴대.
    다섯 시간 고속도로에 갇혀 있을 생각만 해도 숨이 가빠진다나? 자기가 무슨 연예인이라고." "우리 집 여자는 동태전 하나를 제대로 못 부쳐요. 약불에 앞뒤로 뒤집어가며 노릇노릇 구워야 하는데 그저 빨리 익힐 욕심에 홀라당 태운다니깐. 홍동백서, 어동육서도 여태 헷갈리니 대학 나온 거 맞나 몰라." "평소 살림을 해봤어야지. 주말에 내가 안 움직이면 네 식구 굶어죽지. 장모 말대로 완전 덜렁수캐야. 일머리는 없고 오로지 손만 커서는 장 볼 땐 무슨 잔치집마냥 죄다 다발 아니면 상자째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고는 뭘 해먹질 않아. 채소 과일 안 썩은 부위 도려내 주스로 갈아 바치는 게 지엄한 이 가장(家長)의 할 일이니." "거긴 맞벌이라도 하지. 전업주부 15년 차 우리 마눌님은 살림엔 도통 취미가 없으셔 고등어 조림은 무 먼저 깔고 생선을 토막 내 얹은 다음 다시 무 얹고 양념장을 뿌리잖아. 근데 이 여인은 고등어 한 손을 통째로 넣고 냅다 졸여. 왜 토막을 안 내느냐 물으면 자기가 너무 바쁘대." "칼질 두 번 할 시간이 없이 바뻐?" "주님 앞에 나아가 자아실현 하느라 바쁘지. 다른 집 여자들은 애들 학원 알아보고 재테크한다 바쁘다는데 우리 마누란 천국 가는 비결 알아내느라 바뻐 아들놈 대학도 하나님이 다 알아서 보내주시니 기도만 열심히 하래. 집주인이 전세금을 1억이나 올려달래서 완전 패닉인데 마누라는 집도 주님이 다 알아서 인도해주실 테니 염려 놓으래. 아니 뭔놈의 하나님이 대학 진로 상담에 부동산 중개 일까지 하느냐고?"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살림 잘하는 단 하나의 비법은 미루지 않는 거다, 눈에 보이면 바로바로 해먹고 치워야 한다고 수백 번 당부했건만 완전 닭머리야. 그 머리로 직장엔 어떻게 붙어있는지. 청소도 하는 둥 마는 둥, 내가 나무젓가락에 걸레를 말아 구석구석 먼지를 걷어냈더니 코페르니쿠스라도 본 양 입을 딱 벌리는 거 있지. 해괴한 건, 씻고 깎기 싫어 과일도 안 먹는 여자가 속옷은 만날 다려 입는다는 거야. 하루 입고 말 걸 왜 다리느냐고 하면 '그럼 세수는 왜 매일 하는데?' 요러면서 눈을 치켜뜨네." # "근데 강 부장 얘기 들었어? 별명이 '화곡동 강줌마'래." "그 경상도 무뚝뚝이가? 와이프가 이영애 닮은 살림의 여왕이라고 안 했어?" "오보(誤報)야 오보. 뒤끝 작렬에 음식과는 담 쌓은 충청도 여인이래 물도 골라 마시는 강 부장이 여간 미식가냐고. 이러다 굶어죽는다 싶어 앞치마를 둘렀다는군." "술 한잔 걸치면 바로 요리강습 들어간다잖아. 한식은 육수 하나만 잘 만들어도 기본 80점은 한다, 멸치·다시마·무·대파·양파 다섯 가지를 통째 우려낸 육수만 있으면 된장찌개부터 칼국수까지 뚝딱 만들 수 있다, 이러면서." "언젠가 2차로 강 부장 집 쳐들어갔는데 그 집 부엌에 별별 도구들이 다 있더라고. 일본 출장길에 사왔다는 세라믹 칼에다 생일 선물로 받았다는 덴빈지 좀빈지 하는 요상한 그릇까지." "하긴, 요리가 재밌지. 명란젓으로 계란찜 만들어봤어?" "죽이지. 내가 자취 경력 13년 아니냐. 삼시세끼 차승원도 울고 갈! 근데 세상이 불공평하지 않냐? 뭔 남자가 고무장갑 끼고 칼질하는 모습마저 섹시한 거야?" "아궁이에다 식빵 굽는 건 완전 예술이더라." "멸치 똥 떼는 모습도 멋져서 여자들이 환장을 한단다." "요샌 연애할 때도 요리가 먹힌다잖냐. 아들놈 김치 못 담그면 장가도 못 간다." "근데 살림하는 남자의 행복지수가 높다던걸? 치매도 안 걸린대." "여자들 개수작이야." "34개국을 조사한 통계라던데?" "살림의 고수(高手)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쥐 죽은 듯 받들어 가정의 평화를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지." "JP의 눈물 봤어? 마누라가 호랑이이자 선생님이라잖냐." "자, 올해도 무사히 살아남기 위하여 건배!"
    Premium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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