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3〉 라오스 ③

浮萍草 2014. 12. 1. 11:02
    고난을 함께한 부처님
    오스에서는 독특한 수인(手印)의 부처님을 자주 만나게 된다. 
    특히 입상 가운데 “자 이제 그만”이라는 듯 양손을 어깨높이로 들고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모습이 많다.
    이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인데 한 손을 올리고 다른 손은 내린 우리나라 불상과 손바닥 방향은 같으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라오스사람들은 이 수인을 ‘싸우지 말라’는 뜻으로, 평화의 상징으로 여긴다. 
    수많은 전쟁에 휘말렸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 그만 싸움을 멈추라는 메시지로 새긴 것은 참으로 적합하다.
    두 손이 아래로 향한 불상은 비를 부르는 뜻이라 한다. 
    손을 길게 늘어뜨린 데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연상한 것일까. 
    또 가슴에 양손을 교차한 모습, 허리 앞으로 양손을 교차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유달리 입상의 부처님이 지닌 손모양은 다양하다.
    서 계신다는 것은 곧 중생 속으로 한 걸음 깊이 나아감을 뜻하는 것일까. 
    가슴과 허리에 고이 두 손을 교차한 모습은 중생의 희로애락을 껴안는 듯 더욱 자비롭고 친근하다. 
    라오스 사람들과 부처님은 이방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 듯하다.
    라오스의 부처님은 국민과 하나 되어 역사의 질곡을 헤쳐 나왔다. 
    비엔티안의 사원 ‘왓 시사켓’에는 1820년대에 태국과 치렀던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원을 들어서면 전몰병사의 유골탑이 늘어서 있고,회랑을 가득 메운 벽감(壁龕)마다 소불상을 모셔 그 수가 수천 기에 이른다.
    이들 불상은 주로 복원된 것이고, 본래의 불상은 창살 사이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간에 쌓여있다. 
    목이며 팔이 떨어져나간 부처님, 대좌만 남고 몸체는 사라진 부처님…. 
    모두 꽃다운 젊은이들과 함께 무참히 짓밟힌 부처님들이다.
    옛 수도 루앙프라방에는 라오스의 상징인 황금불상이 있는데 그 여정 또한 험난하다. 
    라오스가 14세기에 최초로 통일을 이루어 랑상 왕국을 세우자, 왕실간의 혼인관계에 있던 크메르제국에서는 황금불상과 에메랄드불상을 선물로 주게 된다.                 
    황금불상은 2000여년 전 스리랑카에서 만들어 실론의 왕에게 준 것을 다시 크메르를 거쳐 라오스 왕에게 전해진 것이다. 
    이 무렵부터 라오스에서는 불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여 ‘위대한 황금불상’이는 뜻으로 수도이름도 ‘루앙프라방’이라 지었다.
    그런데 황금불상은 이후 두 차례나 태국에게 빼앗겼다가 1867년에 되찾아 왕궁박물관 옆 ‘호 파방’에 모셔졌다. 
    2000여년 전 조성되어 여러 나라를 거치다가 다시 전쟁의 포획물로 오가는 모진 혼란을 끝내고 이제야 안식을 찾은 셈이다. 
    라오스사람들은 이 황금불상을 가장 신성한 불상으로 받들며 그들의 삶을 지켜 주리라 굳게 믿고 있다.
    황금빛 찬란한 ‘호 파방’을 들어서면 일곱 개의 머리를 지닌 나가(naga) 신이 입구를 지키고 그곳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전설 속 황금불상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양손을 들고 손바닥을 펼쳐 보인 채 ‘싸우지 말라’며 자비롭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스리랑카에서 처음 부처님을 만들 당시 수인의 의미를 어찌 이와 다르다 할 것인가. 
    싸우지 않는 것, 비를 내리는 것 이 모든 것이 중생을 향한 부처님의 참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크메르에서 함께 모셔온 에메랄드불상을 빼앗아 아직 돌려주지 않는 태국에게도 양손바닥을 보이며 말한다. 
    “자, 이제 그만 돌려줍시다.”
    
    ☞ 불교신문 Vol 3062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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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