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42〉 라오스 ②

浮萍草 2014. 12. 1. 10:57
    소수민족의 나라
    
    1000낍 짜리 라오스화폐에는 서로 다른 머리모양과 옷차림을 한 세 여인이 나란히 등장한다. 
    공식적으로 49개 비공식적으로 그 배가 넘는 종족이 살아가는 다민족국가답게 라오스의 대표종족을 상징하는 여인들이다.
    이들은 저지대에 사는‘라오룸’,산중턱에 사는‘라오퉁’,고산지대에 사는 ‘라오숭’으로 구분된다. 
    평지에 사는 ‘라오룸’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라오족이고 다양한 소수민족은 주로 북부 산악지대에 사는 ‘라오퉁’과 ‘라오숭’에 속해 있다.
    700만의 인구에 다민족이 살아가는 나라,국토의 70%가 산이고 자원도 부족한 나라라면 민족 간에 갈등이 클 법하다. 
    그러나 ‘시간이 멈춘 곳’,‘욕망이 멈춘 곳’이라는 말로 표현되듯이 라오스사람들은 어느 단일민족보다 현실에 상심하지 않고 평화로이 살아간다. 
    조율되지 않은 자연이 가장 조화롭듯 그들도 마치 자연처럼 살아가는 것일까.
    산위에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사는 ‘라오숭’은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라오숭’의 대다수를 이루는 몽족은 중국 황하유역에 살다가 천 년간 한족(漢族)과 싸우며 남으로 밀려왔지만 용맹하기로 이름 높다. 
    이들은 인근나라의 산악지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소수민족으로 중국에서는 묘족(苗族)이라 부른다. 
    라오스의 몽족은 인도차이나전쟁 당시에도 미국과 손을 잡았다가 위기에 몰렸던 불우한 역사를 지녔다.
    라오스 북부, 루앙남타의 산 정상에 자리한 어느 몽족마을에는 ’처녀의 집’이 있다. 
    열네 살이 된 마을처녀들은 해가 지면 원두막처럼 나란히 지어놓은 작은 집에 가서 신랑감을 기다리고, 마을총각은 그곳을 찾아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간다.
    따로 집을 지어 묵게 한 것은 혼기가 찼음을 드러내는 것이자 총각과 얘기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부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함이다. 
    마음에 맞는 상대가 정해지면 부모허락을 받고 신랑은 7년간 처가에서 일한 다음 신부를 데려갈 수 있다.
    또 다른 몽족마을에서는 새해가 되면 공 던지기 놀이로 사랑을 주고받는다. 
    산속에 흩어져 살아가던 처녀총각들이 새해축제 때 서로 만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놀이가 필요했던 셈이다. 
    따라서 이들은 한껏 멋을 내고 축제에 참석해 남녀가 두 줄로 마주보고 서서 공을 주고받는 단조로운 놀이로써 서로를 살피고 눈빛을 교환하며 인연을 찾는 것이다.     
    산중턱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라오퉁’은 인구의 30%를 차지한다. 
    이들의 다수를 이루는 카무족은 칼춤으로 유명하며 모내기철이 되면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여성들은 모심는 동작을 본 따 긴 대나무막대로 땅을 쿵쿵 짚으며 돌고 남성들은 술을 담은 커다란 함지박 주변에 둘러앉아 빨대를 꽂아 술을 마신다. 
    이때 술과 축제에 취한 총각은 마을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마음에 드는 처녀에게 고백도 서슴지 않는다.
    한때 기름진 평야에서 살다가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 
    종족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해 싸웠던 흔적은 칼춤으로 남아있고 여성은 외지인 앞에서 담뱃대를 물며 자신들의 전통이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한다.
    루앙프라방의‘왓 씨엥통’사원은 모자이크로 거대한 ‘생명의 나무’와 수많은 이들의 생활상을 새겨놓은 벽화로도 이름 높다. 
    소수민족들은 마을마다 사랑을 피워나가고, 부처님의 자비는 생명의 나무가 되어 이들 모두를 보듬는 듯하다.
    
    ☞ 불교신문 Vol 3060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