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병원 수술장
김모(74) 할머니는 며칠 전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무릎이 아파 병원에 다닌 지 10년째다.
3년 전부터 연골주사를 맞으면서 버텨왔으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무릎 관절이 나빠졌다.
김 할머니는 무릎이 아픈 뒤부터는 잘 걷지 못한데다 고령까지 겹쳐 여러가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고혈압은 약을 복용하고 있고 혈당 수치는 당뇨병 전 단계까지 와 있다. 몇 년 전에는 심장병 수술도 받았다. 골다공증도 꽤 진행됐다.
인공관절 수술을 앞두고 의료진이 걱정한 것은 김 할머니가 수술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되는가였다.
다행히 심장병을 수술한 병원 의사의 소견 등을 종합해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수술이 이뤄졌다.
병원에서는 김 할머니처럼 퇴행성관절염으로 잘 걷지 못하면서 비만,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까지 가진 노인들을 많이 만난다.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들이 훨씬 많다.
# 2 2013 국민건강영양조사
올해 발표된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통계를 보자.
6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여성들의 골관절염 비율(34.3%)이 남성(9.2%)의 3.7배나 된다.
여성들은 64세까지는 대부분의 건강 지표가 남성보다 좋다.
하지만 65세 이상에서는 골관절염은 물론 대사증후군의 구성 요소인 고혈압, 비만,고지혈증 등이 남성보다 많다.
여성들의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초고령 노인들의 건강 지표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
여성들이 술, 담배 등 건강에 나쁜 행동은 훨씬 적게 하는 데도 폐경 등의 영향으로 나이를 먹으면 건강이 남성보다 더 급속히 나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특히 '건강위험행태' 중에서 65세 이상 여성들의 신체활동 실천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 노인들은 걷기 등 운동을 하지 않거나 못한다는 뜻이다.
65세 이상 여성의 비만율(37.8%)은 전체에서 2위,영양섭취 부족은 19.2%로 1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성 노인들 중에 영양 섭취는 부족하고 골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ㆍ# 3 우울한 통계
통계청은 최근 내년 우리나라 인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오는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차지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내다봤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서울시민의 건강과 주요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민은 점점 더 뚱뚱해지고 건강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지만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걱정한다는 것을 이 통계는 보여준다.
ㆍ# 4 할머니들의 건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개인,가정,국가에 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성 노인인구 급증과 건강 악화로 인한 부담 증가는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건강보험통계 연보를 보면 전체 인구의 11.5%인 65세 이상 노인들이 총 진료비의 35.5%나 되는 18조852억 원의 진료비를 썼다.
이 비율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한국인 중에서 걷기 이상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걷기 이상의 운동을 하는 인구 비율은 2005년 68.5%에서 2013년 47.2%로 8년 만에 21.3% 포인트 감소했다.
젊은 사람들의 운동 시간이 감소했다기보다는 잘 걷지 못하는 노인 인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노인, 특히 여성 노인들이 잘 걸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국가의 비용을 줄이는 데도 절실한 과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여성 노인들이 걷기 등 운동을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대로 간다면 장수(長壽)가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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