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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수능 100일 기도, 무릎 꿇지 말고 하세요

浮萍草 2014. 10. 17. 10:08
    능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의사로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걱정거리가 생긴다. 
    바로 수능 ‘100일 기도’를 하는 부모(주로 어머니)들의 무릎 관절이다. 
    자녀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는 부모의 사랑을 시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관절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그 분들의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대부분의 종교 의식은 절대자 또는 신(神)께 복종하는 의미를 담는다. 
    종교 의식의 핵심이 무릎을 꿇고 하는 기도다. 
    불교의 108배 또는 3000배 이슬람교의 메카를 향한 하루 5회 기도가 있다. 
    요즘 교회나 성당에서는 의자에 앉는 곳이 많아졌지만 일부 교회나 개신교 기도원 가톨릭 수도원 등에서는 아직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무릎을 꿇고 하는 기도가 진정한 기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도나 절하는 동작은 믿음, 신앙심의 상징일 수 있지만 무릎 관절 건강의 측면에서는 좋은 자세는 아니다. 
    요즘은 우리의 일상도 입식(立式)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좌식(坐式) 문화가 꽤 많이 남아 있어서 무릎 관절에 가혹한 환경이 적지 않다.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는 행동의 예를 보자.
    - 재래식 변기(화장실)에서 볼일 보기
    - 쪼그려 앉아 방바닥 걸레질 하기
    - 빨래터에서 빨래하기
    - 방바닥에 앉아 고스톱 치기
    - 방바닥에 앉아 식사하기
    - 쪼그려 앉아서 하는 밭일(농사)
    - 오리걸음
    - 골프 칠 때 쪼그려 앉아 퍼팅 라인 읽기
    쪼그려 앉거나, 양반 자세로 앉는 동작이 거의 다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예컨대 재래식 변기 이용은 무릎 건강 측면에서는 최악의 동작으로 분류된다. 
    또한 평소 운동을 즐겨하지 않았던 중년 남성,여성들 중에 골프에 입문한 뒤 그린 위에서 퍼팅 라인을 읽기 위해 수시로 앉았다 일어 섰다하는 동작도 무릎에는 좋지 않다.
     의학적으로 볼 때 무릎 관절은 90도 이상 구부리면 크건 작건 부담이 된다. 
    그래서 체중이 거의 실리지 않는 자전거 타기에서도 안장 높이를 조절해서 무릎이 최대 90도 이상 굽혀지지 않게 한다. 
    허벅지 근육 강화 운동인 스쿼트나 런지를 비롯해 스트레칭을 할 때도 가급적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지 않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기 또는 20대까지는 무릎을 좀 많이 써도 별 문제는 없다. 
    학창 시절에 말썽을 피우다 벌로 오리걸음을 해본 추억은 대부분 갖고 있다. 
    군대 유격장에서 ‘앉아 뛰며 돌기’‘쪼그려 뛰기’ 등의 PT체조도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다만 젊을 때는 하체 근육량이 많고 몸의 유연성도 좋아서 무릎을 90도 이상 구부리거나 무릎 관절에 다소 무리한 하중이 걸려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운동을 통해 허벅지 등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ㆍ무릎 관절은 90도 이상 구부리지 않는 게 바람직
    그런데 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감소하고 관절 기능도 떨어진 상태에서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고 하중을 싣는 동작을 반복하면 허벅지 근육 강화 효과보다는 무릎의 ‘반월상 연골판’이나‘뚜껑뼈’등의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여기서 더 악화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물론 무릎 관절 보호를 위해'100일 기도'나 종교 의식을 중단할 수는 없다. 또한 농민이 농사일을 중단할 수도 좌변기가 없다고‘볼 일’을 안 보고 살 수도 없다. 무릎 관절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몇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어쩔 수 없이 무릎을 90도 이상 굽혀야 한다면,굽히는 횟수를 줄이거나 굽히고 있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빨리 변비를 치료해야 한다. 재래식 화장실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는 습관은 금물이다. 밭일 등 농사일을 할 때는 틈틈이 무릎을 펴주는 동작이 도움이 된다. 식당도 가급적 방바닥에 앉는 곳보다는 식탁이 있는 곳이 바람직하다. 둘째, 평소 틈나는대로 계단 오르기,등산 등을 통해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허벅지 근육이 강하면 무릎 관절에 실리는 하중을 분산시켜 무릎 관절을 보호해준다. 셋째,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이 쪼그려 앉으면 무릎에 더 많은 하중이 실리므로 체중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투쟁에 대한 뉴스를 볼 때도 그분들의 신념은 존중하지만 무릎 관절에 줄 부담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종교,신념,대학 입시 등은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들이라는 데 100%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보면서도 무릎 관절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 정형외과 의사로서 운명이 아닐까 싶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의 노래 가사 중에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한다’는 것이 있었다. 의학적으로 볼 때 ‘무릎 꿇기보다 서 있는 것’이 확실히 낫다.
    Premium Chosun ☜       서동원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동시면허 s91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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