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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X선 영상에서 무릎 뼈 양쪽이 닳아 위, 아래 뼈가 붙은 모습이 보이시지요?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아야 할
때가 되셨습니다."
환자: "그런데 원장님, MRI는 안찍나요? 큰 수술인데..."
필자: "X선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의 치료 경과와 통증 등을 종합할 때 이제는 인공관절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환자: "아, 네."
진료실에서 환자와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환자들 중에 구식(?) 장비인 X선 영상을 보고 큰 수술인 인공관절 치환술을 결정해도 되는지 걱정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수술에 앞서 CT나 MRI 같은 검사를 한 뒤에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물론 골절이나 무릎, 어깨,척추 질환,스포츠 손상 등으로 척추 관절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X선 촬영을 한다.
그런데 X선 촬영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아 보일 때가 있다.
가슴 X선을 찍어본 경험들이 있어서 익숙한데다,
세상에 나온 지 100년도 넘은 오래된 장비라는 선입견도 한 몫을 하는 듯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저렴한 것이 오히려 신뢰도의 감점 요인이 되는 것같기도 하다.
반면 CT나 MRI는 병원에 본격 도입된 지 20~30년 안팎의 신형 장비들이다.
CT는 128채널CT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새 모델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CT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첨단 의료장비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MRI는 아직 건강보험이 제한적으로만 적용
되므로 촬영 비용이 X선보다 훨씬 비싸다.
이런 이유로 X선보다 CT가 좋고, CT보다 MRI가 더 좋은 장비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그래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을 환자들에게 X선 영상을 바탕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말하면 좀 의아한 표정을 짓곤
한다.
ㆍ뼈가 부러지면 X선,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MRI가 더 정확
이는 분명한 오해다. X선 영상을 보고 인공관절 수술을 결정한다고 해서 실력 없는 의사가 결코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무릎 연골이 손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릎 관절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과도한 마찰이나 충격 등이 비교적 오래 가해져야 연골이 손상된다.
그 과정에서 통증도 나타나므로 약물,주사,운동 등 다양한 치료도 받는다.
치료 경과는 환자의 차트에 다 기록돼 있다.
경험 많은 전문의라면 환자의 병력(病歷),진료 기록과 무릎 X선 영상만 봐도 인공관절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각 장비의 특징도 있다. X선이나 CT는 주로 뼈, 폐 등의 촬영에 사용된다.
간이나 움직이는 심장의 관상동맥 등을 찍을 때도 CT가 이용된다.
반면 MRI는 뼈만 볼 경우 우선 선택되지는 않는다.
물론 척추질환 진단에는 MRI가 많이 사용되는데 척추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이 튀어나와 척추 신경을 누르고 있는 지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RI는 관절 주변의 인대, 힘줄 등의 연한 조직을 확인할 때도 많이 사용된다.
또 MRI는 골수 내 종양이나 골부종 등의 진단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무릎 전방 십자인대 손상을 확인을 위해서는 MRI를 찍지만 종아리뼈가 부러졌다면 X선을 찍는 것이 좋다.
인공관절 수술 중에서도 부분만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반치환술'을 할 때는 종종 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CT를 찍는다.
이처럼 어느 부위를 촬영하는가에 따라서도 장비가 달라질 수 있다.
진료비가 비싼 장비가 무조건 더 정확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됐다는 뜻이다.
필자의 병원에는 X선은 물론, CT,MRI,초음파,근전도검사기 등 여러 가지 장비가 있다.
만약 이들 장비 중 딱 한 가지만 가져야 한다면 나는 X선을 택할 것이다.
검사의 편의성, 비용,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X선이 가장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X선은 영상의학 장비의 맏이 같은 존재인데 그 이후에 태어난 CT나 MRI와 같은 동생들이 부분적으로 더 좋은 성능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맏이는 여전히 믿음직하게 제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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