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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히스테리아

浮萍草 2014. 11. 24. 12:35
    여성을 손으로 흥분시킨 의사, 명의로 칭송받다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히스테리가 이만저만/데이트에 좀 늦게 가면/하루 종일 말도 않고…….’
    이렇게 시작하는 최희준의 노래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는 격동의 역사를 지내온 우리 국민들이라면 한 번쯤은 흥얼거렸을 것입니다. 
    그의 노랫말처럼 여자와 히스테리는 정말 뗄 수 없는 관계일까요?
    이후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으니, 
    혼기를 놓친 여성들에게는 쏟아지는 관심 자체가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결혼 전에도 스트레스이고 결혼이라는 경제적 부담도 허리가 휠 정도인데 결혼 후는 더 심각해집니다. 
    특히 결혼 후에 한국 여성들은 시집,남편,자식 교육,경제적 문제 등 각종 스트레스에‘화병’으로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1995년 화병(Hwa-Byung·火病)이 신경정신질환으로 한국인에게 독특하게 나타나는 민속 문화 증후군(culture bound syndrome)이라 인정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에게 결혼은 끝없는 스트레스의 연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OECD국가 중에 바닥을 헤매는 행복지수 특히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최하위라고 합니다. 
    화병 가득한 엄마들에게 길러지는 아이들, 행복할 수 있을까요? 
    급속한 경제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근대화의 이면에는 여성의 인권유린과 사회적 스트레스의 역사가 있고 그 소재로 한 영화들도 많습니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히스테리아>는 19세기 영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던 이색 치료법과 이른바 성인용품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용 바이브레이터 의 개발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심각하게 생각하면 요즘 물의를 일으키는 퇴폐 성인 마사지업소를 연상하게 할 수도 있는데 의외로 전혀 천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솔직 담백한 매력이 있습니다. 의료가 나아가야할 참 모습과 여성의 인권 등 유쾌함 속에 품은 메시지는 영화를 빛나게 합니다. 젊은 의사 모티머 그랜빌(휴 댄시)은 여성전문병원에 취직하게 됩니다. 그 병원은 ‘히스테리아’ 전문치료병원으로 소문나 있는데 그 치료법이라는 것이 참 민망합니다. 의사가 손으로 여성의 성적 쾌감을 유발하여 히스테리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부부 생활에 만족을 못하던 상류 사회의 부인들로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닥터 그랜빌은 과로(?)에 그만 손에 병이 나고 맙니다.

    치료를 못하게 된 닥터 그랜빌은 병원에서도 쫓겨나고 실의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닥터 그랜빌은 전기로 작동되는 바이브레이터를 개발하여 다시 재기하고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그랜빌이 근무하던 병원 원장의 딸 샬롯 댈림플(매기 질렌할)은 돈만 아는 아버지와 의절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닥터 그랜빌은 그곳에 무료 진료소를 만드는데 모든 돈을 기부하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히스테리아는 현대 의학에서는 특정 질병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신경증의 범주에 불안 강박 등의 다양한 질병 군을 포함하여 다루고 있고 화병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신경증은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처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다양한 심리적인,혹은 신체적인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 원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불안이며,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스트레스가 문제인데, 심리적인 스트레스 뿐 아니라 육체적인 스트레스도 신경증,특히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만성 통증에 의한 우울증입니다. 급성 통증은 대부분 일시적인 신체의 과도한 자극에 의한 신경계의 정상적인 반응으로 볼 수 있고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면 쉽게 치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성통증은 신경계의 손상으로 오는 병적인 통증으로 치료가 쉽지 않고 우울증 같은 심리적,정신적인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척수 신경의 손상으로 신경병성 통증(neuropathic pain)이 발생한 경우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이 뇌에 가해지면서 뇌 세포에 비가역적인 변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성 통증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우울증은 여러가지 신체 증상, 특히 이상 통증을 유발합니다. 결국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신경병증성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 분께 진통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끔씩 환자분께서 물어보십니다. “이게 치료제입니까? 아니면 그냥 진통제입니까? 진통제면 안 먹겠습니다. 그냥 참아볼게요.”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물론 치료제는 아니지만 통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프다고 무조건 참지 마시고 필요할 때에는 약을 드세요. 증상이 나아지면 나중에 약을 줄이시면 됩니다.” 급성 통증이 적절히 치료되지 못하고 만성통증으로 진행되면 일반적인 진통 소염제로는 듣지 않게 됩니다. 신경세포를 안정시키는 약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이 동반되면 항우울증약도 필요하게 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의 치료가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두통이나 혹은 관절 근육통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대상포진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증상이 완화되고 나면 약물 치료가 줄어들게 되고 환자분이 스스로 투여량을 조절할 정도가 되면 안정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심한 만성통증의 경우,약물을 계속 써야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고 혹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계속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척수신경이나 뇌에 전기 자극기를 심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신경 세포를 미세한 전류로 자극하여 이상 통증이 들어오는 길을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파집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픈 것처럼 됩니다. 아픔,그 고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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