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52 휴대폰 만지던 손으로 음식 집어 먹으면?

浮萍草 2014. 11. 17. 16:37
    난 이웃 마을에서 도와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가라, 가지마라’ 논란이 뜨겁습니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그냥 볼 수만은 없는데,불 끄러가자니 무섭기도 하고 불 끄러 갈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불을 안 끄면 언젠가 그 불이 우리 마을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볼라 출혈열 치료를 위한 의료 지원에 대한 논란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어려운 이웃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높은 감염율과 치사율의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는 무서운 일입니다. 그 위험한 곳으로 갈 지원자를 찾는 것 그리고 의료진 감염과 본국 송환 문제에 대한 준비 부족 등으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에볼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니,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의료진을 파견한 국가는 30 여 개국 정도입니다. 서구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리 없고 특히 미국에서는 언론에 매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파견할 의료지원단에 이미 100여명이 넘는 사람이 자원했다고 합니다. 그 중 의사만 23명이 넘는다고 하니 우리나라 의료진들의 용기와 인도주의 정신에 감명 받을 만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국내 의료진의 자세는 이미 글로벌 리더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그렇지만, 해결사는 백성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정치권이나 국가 시스템은 국민들의 발목을 잡기 일쑤였습니다. 에볼라 의료진 파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발 벗고 나선 우리 국민들을 보호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는지, 정부의 능력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시점입니다. 결국 지구촌의 노력은 판데믹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판데믹(pandemic)이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세계보건 기구(WHO)가 정한 전염병의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인 6 단계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는 14세기 중세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한 페스트( 흑사병)와 1918년의 스페인 독감,그리고 1968년의 홍콩 독감 등이 그 예입니다. 만약 에볼라 바이러스가 판데믹을 일으킨다면 그와 맞먹는 엄청난 희생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판데믹을 다룬 영화들이 있습니다. 하버드 출신의 의사로 수많은 의학 스릴러를 써낸 로빈 쿡의 소설 중에 그 기반이 된 것이 많습니다. 잘 알려진 <컨테이젼>,<아웃브레이크>,<인베이젼>등이 로빈 쿡의 소설들 중에 판데믹을 다룬 것들입니다. 그 중에 <컨테이젼>이 가장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는데 기네스 펠트로, 마리옹 꼬띠아르,맷 데이먼,주드 로,케이트 윈슬렛 등 헐리웃 스타 들이 총출동하여 열연을 펼쳤던 영화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냉철한 편집이 돋보인 작품입니다. 더스틴 호프만과 르네 루소의 <아웃 브레이크>는 아프리카에서 창궐 하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군의관의 활약을 그린 작품으로 지금의 에볼라와 비슷한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중에서 <감기>라는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현실감있게 그린 영화입니다. 판데믹을 막기 위해 동물들을 살처분하듯, 한 도시를 통제하고 말살 하려는 스토리는 소름 돋게 합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형상화된 것이 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좀비 영화의 공포는 정상인이 좀비에게 물려 좀비로 변하는 과정에서 제일 극대화 되는데,바이러스의 전파에 대한 공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화들 중에는 좀비 영화의 원조 격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분노의 결투>를 리메이크한 <크레이지>을 꼽을 수 있고, 최근 영화로는 <월드 워Z>가 대표적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좀비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 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던 영화 <월드 워Z>는 제작과정에 우여 곡절이 많았던 작품으로 좀비 바이러스의 판데믹을 현실감 있게 그렸습니다. 북한에서 좀비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전체 인민들의 이를 다 뽑아 버렸다는 대목에서 실소를 띄게 하지만(좀비 바이러스는 사람이 물어서 전파됨) 세계보건기구 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UN조사관 브레드 피트의 활약이 돋보인 영화입니다.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바이러스의 공포를 다루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실체 때문입니다. 어떻게 전파되는 지 알 수 없는 경로는 우리에게 더 큰 공포를 가져다 줍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고 환자의 체액(혈액,침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므로 보호구의 착용이 중요합니다. 특히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인들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예방의 관건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2012년 8월 우간다에서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한 남자가 병원에 몰래 들어가 휴대폰을 훔쳐 나왔는데 그 병동이 알고 보니 에볼라 환자들의 격리 병동이었던 겁니다. 불행히도 그 휴대폰 도둑도 에볼라 감염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휴대폰 가격에 생명을 걸었던 것입니다. 사실 휴대폰에는 많은 세균이 붙어있습니다. 우리 몸 중에 세균이 가장 많은 곳이 손인데(대부분의 감기나 세균 감염은 손을 통해 입으로 전파됨) 그 손이 제일 많이 만지는 것이 휴대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휴대폰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아예 수술실 안에 휴대폰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외과 의사가 수술할 때,급한 전화가 오면 순환 간호사(수술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보조하는 간호사)가 수술중인 외과의사의 귀에 휴대폰을 대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했던 것 같습니다. 세균덩어리가 수술 환자 위로 왔다 갔다 했으니까요. 이제는 간호사가 전화를 받거나 메모를 해서 전달하여 감염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도 마찬가지 휴대폰을 만지던 손으로 식당에서 음식을 집어 먹는 것은 위생상 금해야 하는 일입니다. 특히 아기를 돌보면서 휴대폰을 만지는 것은 더더욱 금해야합니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세균 덩어리 휴대폰을 다시 만지작거린다면 도로 나무아미타불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 뿌리 내린 휴대폰,당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좀비가 될 수 있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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