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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이프 아이 스테이

浮萍草 2014. 12. 15. 11:55
    '번 아웃(탈진)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들 때,단 것은 기운을 내게 합니다. 찬바람이 옆구리를 시리게 하는 계절,달콤한 영화를 찾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몸은 차가워지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이 겨울에 어울리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영화 <이프 아이 스테이 If I stay>는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언 손을 따뜻하게 녹여줄,사랑하는 사람의 호주머니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이프 아이 스테이>는 예쁘게 성장한 클레이 모레츠의 매력이 빛나는 영화로 삶의 페이지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만약 일순간에 행복했던 가정이 파괴되고 본인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때 본인이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현실에 실망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삶의 조각들을 모아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한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게일 포먼의 소설 <네가 있어준다면>을 영화화한 <이프 아이 스테이>는 눈 내리는 겨울,행복한 가정의 일상에서 시작합니다. ​미아(클레이 모레츠)는 첼로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입니다. 그녀의 재능은 밴드 출신의 아버지에서부터 물려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는데,그는 밴드를 접고 지금은 평범한 학교 선생님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록음악 마니아이고 동생 테디 역시 록을 좋아하는 꼬마로 바흐와 요요마를 좋아하는 미아는 좀 별종 인지도 모릅니다. ​미아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동창인 아담은 첼로를 연주하는 미아를 보고 한 눈에 반합니다. 아담은 훤칠한 키의 미남으로, 유명한 학교 밴드의 리더이자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입니다. 아담과 사귀게 된 미아는 행복한 가정과 사랑하는 멋진 남자 친구 등,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아담은 밴드 생활을 계속해 나가려고 하고 미아는 졸업 후에 명문 음대인 줄리아드로 진학을 준비합니다. 서로 다른 길을 앞둔 커플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사랑과 진로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미아와 아담의 갈등은 커져가는 데 뜻하지 않은 사고가 미아를 덮치게 됩니다. 아버지가 모는 차를 타고 온 가족과 눈길을 달리던 미아 앞서 오던 트럭을 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한 순간 모든 행복은 끝이 나고 미아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응급 수술을 받게 되는 미아, 혼수상태의 그녀에게 간호사가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살고 죽는 것은 너에게 달렸어. 힘을 내, 미아.’
    미아는 사고 후에 이른바 유체이탈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픔과 지나온 행복한 일상의 추억들 사이에서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끔찍한 현실을 접고 벗어날 것인가 그래도 남아있는 삶의 추억과 사랑하는 아담을 위해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인가 그녀는 선택의 순간을 앞두게 됩니다.

    ​​수술을 끝내고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온 미아,그녀를 맞이하는 간호사는“이제부터 내가 너의 담당 간호사야,미아.네가 떠나지 않는 한,나도 널 절대로 떠나지 않을게. 약속하마”라고 말합니다. 아무 말에도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의 환자에게 말을 건네고, 듣지 못하는 환자에게 지켜주겠다고 약속하는 간호사,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입니다. 현실 속에서도 간호사들은 혼수상태의 환자들과 대화를 합니다. ​중환자실의 아침,아침에 출근한 간호사들은 의식 없는 환자들의 침상정리를 하면서 환자들과 인사를 합니다.“잘 주무셨어요?”,“오늘 정말 춥네요”,“오늘은 열이 많이 내렸네요. 아주 좋아요” 등, 말 못하고 반응 없는 환자들이지만 열심히 간호하고 대화를 합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환자들과 씨름한 간호사들을 위협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른바 ‘번 아웃 증후군’입니다. ‘탈진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서적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것 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환자를 다루는 간호사들에게 잘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간호사들 중에 70% 정도가 번 아웃을 경험하였다는 조사보고도 있습니다. 친절하고 헌신적인 간호사일수록 환자에 대한 감정이입의 경우가 많고 환자의 경과가 안 좋을 경우에 극도의 상실감에 빠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수많은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심리적인 부담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의사들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감정 노동을 하는 직업을 가진 직군에 잘 발생한다고 합니다. ​ 근육도 무리하면 피곤해지고 통증이 발생합니다. 감정도 마찬가지,무리하거나 과도하면 그에 따른 고통이 오게 됩니다. 사람, 특히 아픈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의료인들은 정신적, 육체적 노동 뿐 아니라, 감정적인 힘까지 쏟아 부어야 하는 고된 업무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원치 않는 것일 때, 의료인들은 극도의 상실감을 느끼고 번 아웃 증후군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 <이프 아이 스테이>에서 미아를 돌보던 간호사,“널 떠나지 않을게,악속하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만약 미아가 생을 마감하고 떠나가면 그녀의 간호사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 큰 상실감과 슬픔에 힘들어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간호사의 정신적인 충격과 혼란은 더 커질 것이고 번 아웃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의사, 간호사들에게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OECD국가 중에 손꼽히는 노동 강도를 이겨내는 우리나라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비타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건강을 되찾은 환자들의 환한 미소입니다. ​병마와 싸워 이겨낸 환자들의 밝은 얼굴, 번 아웃을 이겨내는 가장 큰 치료제입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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