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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나의 사랑 나의 신부

浮萍草 2014. 11. 3. 10:30
    소화불량 아내에게 "소화제 먹어"라고 했던 내과 의사, 결국...
    
    “여자한테 첫사랑은 하나가 아니래.처음 만난 남자가 첫사랑이 아니고,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 첫사랑이래.”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나오는 명대사 중의 하나입니다. 
    여자와 남자가 기억하는 첫사랑은 정말 다를까요? 
    연애에 대한 분석들을 보면 대체로 남자들은 과거에 집착을 하고 여자들은 미래에 집착을 한다고 합니다. 
    첫사랑을 못 잊는 남자들에 비해, 현재 진행 중인 사랑에 몰입하는 여자들은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그늘에서 쓸데없이 방황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 그 진리를 빨리 깨달은 여자들이 더 현명합니다. 그래서 이런 결론이 내려지겠지요.
    ‘남자는 지금 사랑하는 여자의 첫 남자이기를 바라고 여자는 지금 사랑하는 남자의 마지막 여자이기를 바란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신혼부부의 에피소드를 통해 삶과 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즐거운 영화입니다. 
    1990년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원작이며 당시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의 열연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임찬상 감독에 의해 새롭게 리메이크 되었지만 원작에 비교적 충실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배우입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조정석,그리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강 사장(김영철)이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선우(이병헌)에게 내뱉게 만든 희수역의 신민아 이 두 명의 신선한 조합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영화 <나의사랑 나의 신부>는 기승전결이 없는 에피소드 중심의 영화로 무겁지 않은 소재들을 신혼살림처럼 사랑스럽게 꾸며 놓았습니다. 하지만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곳곳에 담겨,영화가 끝나고 나도 몇몇 대사들이 머릿속을 맴돌게 합니다. 특히 시인이 되려고 하는 영민(조정석)과 독거노인 시인 판해일(전무송)과의 대사는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줍니다.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거야. 그렇지만 시 때문에 소중한 것을 놓쳐서는 안 돼. 시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영민(조정석)이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시인 등단보다, 그의 아내 미영(신민아)이 인생에서 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결말을 향해 갑니다. 이 에피소드는 원작에서도 다루었던 것입니다. 어느날 미영(신민아)이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영민(조정석)은 다른데 정신이 팔려 신경 쓰지 않습니다. 혼자 끙끙 앓던 미영은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가게 됩니다. 미영의 빈자리를 뒤늦게 느낀 영민 미영의 소중함을 깨닫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일반적으로 가족 중에 누가 아프면 남자와 여자들의 반응은 조금 다릅니다. 남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여자들은 염려하는 마음이 더 많지요. 어머니의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에 가족 중에 의사가 있다면 어떨까요? 가족 중에 누가 아프면 의사가 있으니 편하고 도움이 될까요? 실제로는 꼭 그렇지는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선배 의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내과 의사였던 그 분은 부인이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소화제 먹으라는 것'이 그의 처방이었습니다.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위 내시경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위 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 부인은 돌아가시고 그 내과 의사 선생님은 큰 충격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습니다. 내과의사인 자신이 부인의 위암을 놓쳤다는 죄책감이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된 것입니다. 의사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진료에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VIP신드롬 때문입니다. VIP신드롬이란 유명 인사나 의사의 지인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과정에 뜻하지 않는 사고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경우를 이르는 것으로 치료가 지연되거나 합병증 후유증 등이 생기는 경우를 말합니다.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진료 행위는 통계적으로 정립된 증거에 의해 프로토콜화 되어있습니다. 즉 모든 절차가 확립되어 있고 의사들은 그 절차대로 검사나 치료를 진행하도록 교육받습니다. 물론 환자의 안전한 치료를 위해 반복적이거나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과정이나 검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인이나 가족들이 진료를 받는 경우에 편리를 봐준다는 배려로 이것저것 생략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과잉 친절로 인해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크고 작은 합병증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VIP신드롬이며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가족이나 지인들이 아프면 본인이 직접 진료하기보다는 동료의사에게 부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족들은 섭섭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혹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직접 진료해 주면 더 편하고 좋을 것 같은데 막상 가족 중의 의사는 다른 의사에게 가보라고 하니까 말입니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사적인 감정이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검사나 치료 과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마음이 약해지거나 배려가 이러한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의사도 사람이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 의사가 있으면 편하고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행위이며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 중요한 결정을 흔드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합니다. 의사에게 하지 말아야할 질문 중에 하나가 “선생님 가족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입니다. 그 말은 ‘냉정한 판단 대신 다른 차선책은 없나요? '하고 부탁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학적 결정에는 융통성이 있을 수는 있으나 VIP신드롬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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