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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메이즈 러너

浮萍草 2014. 10. 20. 11:51
    멀미약 꼭 귀 뒤에 붙여야 하나?
    
    ‘새는 알을 깨뜨리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입니다. 
    한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청년들에게 이 구절은 반항과 현실 부정의 메시지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게르만 제국을 위한 전쟁 참여를 독려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혼돈의 시기를 보내던 그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헤세의 유려한 문체는 마치 오아시스 같았습니다.
    현실의 벽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같을까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경계에 부딪힙니다. 
    그 경계의 선 앞에서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결혼을 예로 들면,‘안 해도 후회, 해도 후회’라고 합니다. 
    결혼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 봐야 정체를 알 수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껍질의 속과 바깥, 어느 쪽이 더 좋을지는 그 알을 깨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실은 답답하지만 이 벽을 깨뜨리기는 두렵습니다. 
    이 벽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말입니다. 
    숙명 같은 이러한 물음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한 영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메이즈 러너>는 표면적으로는 SF판타지에 속하지만 그 내면에는 현실안주와 탈피 그 사이에서의 치열한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탈출은 흡사 영화 <큐브>를 떠올리게 하고 소년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는 소설 <십오 소년 표류기>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영화 <메이즈 러너>는 주인공인 어린 배우들의 에너지가 돋보이는데 특히 주인공인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의 여자 친구로 나오는 트리사 역의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시크한 매력이 영화의 맛을 더합니다.

    기억을 잃고 거대한 미로 속에 던져진 아이들,미로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역부족입니다. 뒤늦게 합류한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는 기존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시도를 하려고 하고 보수적인 아이들과 마찰이 발생합니다.

    토마스의 위험한 시도가 계속되고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가 합류하면서 미로의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미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고 아이들은 남느냐 떠나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아이들은 미로를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 결말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로는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그 역사를 같이 해왔습니다. 그리스의 섬,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반인 반수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유폐하기 위해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듭니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왕녀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실타래를 입구에서부터 풀고 들어가 괴물을 물리치고 미로를 탈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신화 속, 미노스의 미궁 이름은 라비린토스인데, 미로를 뜻하는 라비린스의 유래가 됩니다. 우리 몸속에도 미로가 있습니다. 라비린스라는 미로 그 이름을 그대로 쓰는 부위인데 ‘내이’즉 귀 안쪽에 있는 부위를 말합니다. 귀에서 하는 일은 소리를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청각을 느끼고 뇌로 전달하는 곳이지요. 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을 하는데 공간 감각을 받아들여 우리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게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하는 장소가 귀 안쪽에 있는 내이(inner ear)라고 하는 곳인데 미로처럼 복잡하게 꼬여 있어 미로(labyrinth)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내이는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 그리고 공간 감각을 담당하는 세 개의 반고리관과 전정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마치 물이 가득 찬 막대풍선과 같아서 미로 속을 채우고 있는 림프액의 파동이 세포들의 섬모를 움직이고 칼륨 이온이 유입되어 자극이 전달되게 됩니다. 소리에너지가 귀로 전달되면 이런 과정을 거쳐 화학적 신호 그리고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이로스콥 같이 우리 몸의 평형을 담당하는 곳을 내이 중에서도 전정부라고 하는데 원형과 타원형,두 개의 주머니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조그만 돌멩이들이 들어 있는데 위치에 따라 돌멩이들이 굴러다니면서 세포들을 자극해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 돌을 이석(otolith)이라고 하는데, 탄화칼슘 알갱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를 타게 되면 뱃멀미가 나게 됩니다. 이것은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부와 세 반고리관이 과도하게 자극되어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특히 시각과 조화가 안 되는 경우 더 하게 됩니다. 운전자보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더 멀미를 느끼게 되는 이유입니다. 뱃멀미를 예방하기 위해 귀 뒤에 멀미약을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약은 스코폴라민이라고 하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부교감 신경의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억제하게 됩니다. 아세틸콜린은 칼륨 이온의 흡수에 관계하는데 내이의 위치 감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온으로 이것이 차단되면 과도한 위치감각의 자극에서 벗어나 멀미를 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 내이에 가까운 귀 뒤에 멀미약을 붙이는 것입니다. (물론 단단한 두개골을 뚫고 약이 내이까지 전달되기는 어렵습니다. 피부 밑으로는 약물이 직접 침투될 수 있으나 대부분은 혈액이나 임파선을 타고 전달되므로 꼭 귀 뒤에 붙여야 한다는 것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내이는 모양도 미로처럼 복잡하고 그 기능도 복잡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평형을 잡아주는 소중한 기능을 합니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러워서 생활이 힘들어지니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미로처럼 복잡하고 어지럽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올바른 균형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건강한 내이가 필요합니다. 배를 자주 타면 멀미를 잘 견디게 되는 것처럼 적당한 자극으로 건강한 내이를 만들어 어지러운 현실을 이겨내는 지혜를 가져야겠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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