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47 프랭크

浮萍草 2014. 10. 11. 13:26
    개그맨에게 가장 힘든 일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커피 내음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바닷가 파라솔 아래로 불어오는 바람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 텐데요. 좋아하는 음악 한 가지를 골라야한다면 고민에 빠질 일입니다. 좋아 하는 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것에 순서를 매길 수는 있으나, 한 가지만 선택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좋아한다는 것은 사람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을 무조건 터부시 하는 것은 더욱 아니겠지요. 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는 것, 어떨까요? 영화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고 서로 좋아하는 분야가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것을 좋아 한다고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스릴러,액션,코미디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존경받고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 가지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깊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영화배우 마이클 패스밴더를 팬들이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프랭크>는 마이클 패스밴더의 다양한 필모그래피에 한 획이 될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용과 형식, 모두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맛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치 음식 재료의 맛을 잘 살리는 맛 집은 확실하나 조미료를 쓰지 않아 입맛에 착 달라붙지는 않는 식당 같습니다. 장사가 아주 잘되지는 않을 겁니다. 단골만 올 테니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프랭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마추어 작곡가 지망생인 존(돔놀 글리슨)은 우연한 기회에 인디 밴드 소론프르프브스의 멤버로 합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밴드, 좀 이상합니다. 리더 격인 보컬 프랭크(마이클 패스밴더)는 이상한 큰 가면 탈을 쓰고 생활합니다. 밥 먹고 노래하는 모든 생활 가운데 탈을 벗는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샤워할 때도 비닐을 덮은 탈을 쓰고 있으니까요.

    밴드 소론프르프브스의 음악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로 기괴하고 전위적입니다. 하지만 밴드가 외딴 작업실에서 앨범작업을 하는 과정이 존에 의해 SNS에 오르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합니다.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들은 공연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밴드의 멤버들은 갈수록 이상해지고 클라라(메기 질렌할)마저 팀을 떠나게 됩니다. 결국 존과 프랭크만 남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있을까요? 영화의 결말은 예상과 다르지 않게 프랭크가 쓰고 있는 탈의 의미에 대해 귀결됩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 보다는 흘러가는 과정이 더 뇌리에 남는 영화, <프랭크>입니다.

    영화 <프랭크>의 주인공,프랭크가 쓰고 있는 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두운 과거의 포장, 기괴할 정도로 혐오스러운 얼굴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러나 감독 레오나드 에이브람슨이 프랭크의 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가 말하고 싶은 프랭크의 탈은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껍질’입니다.

    여러분이 추구하는 행복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돈,명예,사랑,건강 등,행복하기 위한 조건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복이 사실은 본인이 느끼는 행복보다는,남에게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데 대한 쾌감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 행복에 대한 착각입니다. 자동차를 예를 들면, 멋진 차를 타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멋진 차를 타는 것을 사람들이 보아주는 것에 더 큰 쾌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렇게 보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가면 속에서 행복을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마치 커다란 탈 속의 프랭크처럼 말이지요. ‘가면 우울증’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이 진행되고 있으나 겉으로는 과도하게 명랑한 경우를 말합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많이 의식하는 성격에 잘 생길 수 있습니다. 속으로는 썩어 들어가고 있으나 밖으로는 과잉 행동이나 과잉 반응 등으로 포장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가면우울증의 경우, 신경성으로 몸이 아프다고 하는‘건강 염려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뚜렷한 이상 없이 신체증상이 계속되는데도 검사 상에 이상이 없을 경우 우울증 가능성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람들을 상대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의료인,승무원,판매원 등 이른바 감정 노동자들에게 잘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그맨들은 가장 힘든 것이 슬픈 일이 있는데도 사람들 앞에서 웃어야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픈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웃어야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가면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행복이라는 것은 남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행복한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혹시 지금 이 시간,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복에 목을 매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내가 추구하는 행복이 나를 위한 것인지 보이기 위한 것인지 잘 살펴 봐야하겠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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