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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

浮萍草 2014. 9. 16. 09:29
    근육 키우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과용하면 여성 된다?
    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선수를 기려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립니다. 
    베이브 루스,행크 아론 등 미국 야구를 빛낸 인물들이 올라가 있지요. 
    하지만 몇몇 선수의 자격 조건을 놓고 시끄러웠습니다. 
    특히 지난 7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이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된다 해서 유명 선수들의 이름이 다시금 오르내렸습니다. 
    대표적으로 마크 맥과이어나 배리 본즈 같은 유명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금지된 약물,즉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 때문입니다. 
    약물 복용 의혹이 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고 실제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그 논란만으로도 성스러운 명예의 전당 입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선수들도 유혹에 빠지는 금단의 약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과연 어떤 약일까요?

    지난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폴 워커의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는 울퉁불퉁 알통을 자랑하는 뽀빠이들이 단체로 나오는 마초들의 영화입니다. 영화에 출연하는 근육질의 배우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이런 근육질 몸을 만들기 위해 복용한다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빈 디젤과 폴 워커가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영화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그렇지만 남자들의 로망이 있는 신나는 액션 영화입니다. 편집은 엉성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과장되어 쓴웃음을 짓게 하지만 자동차 액션 하나만큼은 대단합니다. 영화의 간략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미닉(빈 디젤)은 전직 경찰이자 여동생의 애인인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리우데자네이로에 잠입합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큰 건을 하고 손을 털기로 합니다. 그 미션은 리우의 빈민들을 착취하여 거부가 된 악당의 돈을 빼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체포하려는 정부 요원 홉스(드웨인 존슨)의 추격이 시작되고 이들은 기상천외한 작전을 시작합니다. 서부 활극에서 시작된 액션 영화는 마카로니 웨스턴, 홍콩 느와르 등을 거치면서 남자들의 로망을 대변해 왔습니다.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액션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영화들이지요. 흘러간 영화들이지만 현재 성인이 된 남자들에게는 아련한 사춘기의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 얘기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만큼 여자들이 싫어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중요해보이지 않는 단순한 것에 남자들이 열광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 주제 중에는 자동차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자동차의 배기량과 마력이 어떻고 타이어와 휠의 사이즈가 어떻고 하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외계인들의 대화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매끈하고 세련된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스포츠카보다 머스탱 같은 투박한 머슬카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안 될 수 있지요. 그런 것을 통칭하여 남자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동차 액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는 남자들의 로망을 다룬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더 락>으로 알려진 미국의 프로 레슬러 드웨인 존슨의 합류는 이 영화를 마초들의 땀 냄새로 범벅이 되게 하였습니다. 근육질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빈 디젤도 프로 레슬러인 드웨인 존슨의 덩치 앞에서는 왜소해 보일 정도입니다. 미국의 프로 레슬링 경기를 보면 레슬러들의 육체미는 만화 같을 정도로 비현실적인데요. 그렇게 몸매를 불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쉽게 몸을 불릴 수 있는 약물들을 찾게 됩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입니다. 올림픽 등 스포츠 정신이나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하는 경기에서는 엄격한 도핑 테스트를 통해 스테로이드의 복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 경기에서는 선수들 개개인을 통제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가끔씩 터져 나오는 약물 복용의 스캔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의학적으로는 아주 유용한 악물입니다.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까울 정도로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코티졸 같은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입니다. 이것은 세포막을 안정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항염증, 즉 염증을 가라앉히고 신경의 부종을 막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알러지 같은 피부질환과 신경계 질환에는 특효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절염이 심할 때 맞는 뼈 주사라는 것도 이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입니다. 그뿐 아니라 심한 뇌부종으로 생명이 위험할 때 특급 소방관 역할을 하는 것도 이것입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과용하면 부작용 역시 심각합니다. 내분비 장애를 일으켜 당뇨를 악화시키고 골다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신체의 면역세포들을 약화시켜 세균 감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주어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는 적절히 쓰면 명약이 되지만 남용하면 독이 됩니다. 이처럼 의학적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가 있지만 다른 용도로 오용되는 스테로이드가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 호르몬을 합성하여 만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대표적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화를 촉진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인데 근육 발달 효과를 노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복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스테로이드의 일반적인 부작용 외에 여성화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남성화를 위한 스테로이드가 여성화를 유발한다는 것이 이상하지요?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몸속에 과도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들어오면 우리 몸은 남성 호르몬이 충분히 만들어진 것으로 오해하고 남성 호르몬 생산을 중단하게 됩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 즉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성호르몬의 생성이 중단되며 여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과도한 남성화의 결말이 여성화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참으로 신비해서 욕심을 내면 그 보답을 꼭 돌려받게 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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