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한여름 밤에 부르는 '사랑별곡'

浮萍草 2014. 7. 22. 11:25
    머리털 나고 처음 본 연극… 평생 마누라 속 썩인 영감이 죽은 아내 그리며 부르는 노래
    통 크고 후덕한 그 여인처럼 우리 정치판 품도 커졌으면… 내 마나님 도량도 깊어졌으면
    김윤덕 문화부 차장
    은 먹은겨? 열은 좀 내렸구? 임자는 한여름 고뿔에 걸려 자리보전허는디 나 혼자 재미진 귀경을 하고 와 민구스러워 똑 죽겄구먼. 비싼 돈 주고 맹근 자리라 안 가면 일난다고 며눌애가 어찌나 다구치는지…. 근디 참말로 신기허대. 테레비서 보던 고두심이랑 거 누구여 대발이 아부지 순재. 그 둘을 코앞에서 맨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겄어? 제목이'사랑별곡'이래서 며눌애가 적적한 시아부지 회춘하라고 보여주는갑다 혔더니 젠~장, 평생 여편네 속 뒤집고 산 영감쟁이가 마누라 앞세워 저세상 보낸 뒤 청승떠는 내용이여 그게 안 봐도 빤한 스토리요 사내들 껄쩍지근허게 맹그는 줄거린디 눈물은 왜 그리 쏟아지는지. 임자가 안 봐 천만다행이지 뭐여. '도둑이 제 발 저리것슈?' 하믄서 도끼눈을 을매나 치켜떴을겨. 두심 여사가 연기 하난 또 어찌나 정성시럽게 허는지 장바닥에 쭈글뜨리고 앉아 우렁이 파는 장면에선 임자 생각이 절로 나더구먼. 옴팡진 손으로 자글바글 끓여내던 우렁된장 말이여 여름 저녁 조선 상추에 짭조롬한 된장 얹어 양볼이 미어터지도록 먹던 생각에, 군침이 꼴깍 넘어가대. # 그나저나 홍멩보가 타격이 커~. 한일월드컵 터키전서 11초 만에 한 골 먹었을 때도 가심이 시려 똑 죽겠더구먼, 이역만리 브라질까지 가서 면상을 구겼으니 내 자슥 일마냥 명치가 아퍼. 엥간히 폼 잡을 때부터 내 알어봤지. 선수들 아래우로 양복 쫙 빼입고 훈련소 들어갈 때부터 실속은 없겄다 혔어. 아니나 달러? 그라운드에 투지가 헝그리정신이 실종됐다 이거여. 피파 랭킹 57위가 11위 19위를 워떻게 이기냐고? 이거 왜이랴. 우승 후보 포르투갈도 꺾었던 코리아여. 실력을 이기는 유일한 무기가 들끓는 열정인디 이번엔 그것이 안 보이더란 말이지. 박지성 같은 지존이 없었다는 것도 핑계가 못 되야. 퍼거슨이 남긴 유명한 말 몰러?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네이마르가 없으니 브라질이 바벨탑모냥 뭉개지고, 하늘이 내린 메시도 물샐틈없이 달려드는 전차군단 앞에 무르팍을 꿇더라 이 말이여. 그게 축구고 인생이여. 나 혼자 중뿔나게 잘해도 지척에 거들어주고 받쳐주는 사람 없으면 말짱 꽝인겨. # 그나저나 임자가 나흘째 구들장을 지고 있으니 나야말로 타격이 커~. 며눌애 하나 있는 건 입만 동동이지, 시애비 밥을 한때 끓여주나 소지를 한번 해주나. 즈희 시어무니 김치 담고 밑반찬 갖다 바칠 때만 홍홍홍 애교를 떨지 당최 속정이라곤 없으니 그랴서 성해도 마누라, 망해도 마누라 하는가벼. 근디 두심 여사를 보니 돌아가신 울 엄니가 오롯이 생각나대 아부지가 그 속을 을매나 썩였느냐 말이지. 그에 비하면 난 생불(生佛)이여 엄니가 처녀 적에 좀 고왔어? 동리에 입맛 안 다시는 총각이 없었는디 하필 꽝중에 꽝을 뽑은 거여. 약장수처럼 말만 번질나지 돈을 한 푼 벌어오나 자상하길 하나. 콧구녕만한 밭뙈기도 꼴랑 말아잡숫고 배곯어 우는 새끼들은 나 몰라라 당신 허고 싶은 대로 살다 가셨다 이말이여.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근디 우리 엄니가 을매나 대단한 냥반인가 하믄 한번도 자슥들 앞에선 아부지 숭을 안 봐. 쥐뿔도 없는 허풍쟁이 서방헌티 깍듯이 존대를 허고 언제고 아랫목을 내주더란 말이지. 그게 늘 불만이었는디 오늘 고두심 읊는 대사를 듣고 내가 무릎을 친거여. "피떡 같은 자슥도 내 살 베주고 손가락마디 잘라줘야 어매어매 하는 거여. 늬 아부지? 죽도록 미웠지 당장 갈라서고 싶었지. 그래도 깎이고 닳다 보면 바윗돌처럼 뭉툭해지고 단단해지지 않겠나 한거여. 죽고 나면 사람 살아온 덕 살아낸 덕이 다 나오느니. 그 덕을 보고 사람덜이 늬들 늬 자식들까지 돌봐주는 거여." # 그나저나 으리 찾다 낭패본 멩보마냥 대통령이 계속 고집을 피우면 안 될 것인디 타격이 참으로 클 것인디. 이런 말 하믄 잽혀갈란지 몰러두 나라가 잘 되려면 대통령이 자기 수첩부터 확 던져버려야 하는 거여 워째 정치판엔 울 엄니 같은 대인배가 안 보이는지. 시시한 꼬투리만 생기면 서로 자빠뜨릴라고 눈알만 희뜩번뜩이니. 수아레스의 핵이빨은 뭐하나 몰러. 저 오만방자한 정치꾼들이나 콱 물어주지 않구. 우찌 되얐든 나두 임자가 먼저 가면 이순재모냥 산소자락에 꽃가지도 심어주고 차양도 쳐주면서 돌봐줄거여. 내 옹졸했던 사랑, 앙상했던 맹세 속죄하며 살거여. # 하이고~ 날도 안 샜는디 웬 귀신 씻나락까먹는 소리랴? 타격이 크긴 누가 커.
    박춘남헌티 시집온 나, 김점순이 젤로 크지. 월드컵인지 뭣인지 끝나면 잠 좀 실컷 자나 혔더니 이 냥반이 시방 치매 아니여? 그라고 죽긴 누가 죽는디야? 시진핑 같은 남정네 나타나면 구들장 지고라도 따라나설 것인디. 꽃가지고 나뭇가지고 다 귀찮으니께 여여 시들어빠진 마누라 종아리나 꽉꽉 주물러보슈. 당신 엄니 흉내내다 아작난 내 무르팍이나 원상복귀 해놓으슈.
    Premium Chosun ☜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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