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병균과 전투 땐 2~3시간만 살다 간다… 백혈구의 피 말리는 살신성인

浮萍草 2014. 10. 4. 10:31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백혈구 T림프구.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 NIAID 제공
    미 본란에 논했던 적혈구 이야기(본지 6월 21일자 B4면)를 간추려보면 적혈구(赤血球·red blood cell)는 핵 없이 가운데가 움푹한 도넛 꼴이고 지름 6.2~8.2㎛로 산소 운반이 주된 임무며 헤모글로빈의 산화된 철분 탓에 붉고 수명은 120여일로 대소변의 누르스름함은 적혈구 분해 산물인 빌리루빈 탓이라 했다. 그런가 하면 백혈구(白血球·white blood cell)는 혈액세포(피톨) 중 적혈구와 혈소판을 제외한 나머지 피톨을 말하고 혈액을 원심분리하면 위(혈장)층과 아래(적혈구)층 사이에 백혈구가 모인 뿌유스름하고 얇은 '연막(軟膜·buffy coat)'이 생기니 이것을 보고 '백혈구(흰피톨)'라 부르게 되었다. 전체 피의 1%를 차지하는 백혈구는 병균을 처치하고 상처를 치료한다. 또 종양세포나 이물질을 포식(捕食)하고 혈관 벽을 빠져나가며, 모양은 아메바를 닮았고 화학주성 (化學走性)으로 부스럼이나 상처 난 곳을 찾아간다. 또 1개 또는 3~5개의 이파리 모양 세포핵이 있고 크기는 적혈구의 2배가 넘으며 혈액 1㎣당 7000여개가 들어 있고,수명은 3~4일이지만 병균과 전투 시에는 고작 2~3시간을 산다. 백혈구는 탐식세포(貪食細胞)와 면역세포(免疫細胞)로 나뉜다.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백혈구는 리소좀 과립(알갱이)이 있는 과립구(顆粒球)와 알갱이가 없는 단구(單球) 로 나뉘며 전자는 염색성에 따라서 호중구(好中球) 호산구(好酸球),호염구(好鹽球)로 나뉜다. 그중 백혈구의 62%를 차지하는 호중구는 세균·곰팡이·바이러스 감염에 동원된다. 이 호중구가 잡아먹은 병균과 스스로 죽어 시체가 되어 쌓인 것이 고름이다. 호산구는 천식 같은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며,호염구는 히스타민(histamine)을 분비하여 혈관을 확장 시킨다. 또한 단구는 단핵세포로 호중구와 마찬가지로 살기등등한 병균들을 만나는 족족 가차 없이 잡아먹으며, 염증이 난 곳으로 이동하면서 먹성 좋고 포식스러운 대식세포(大食細胞)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전체 백혈구의 30%나 되는 면역세포인 림프구는 흉선·지라·림프샘에 생성되고 항체를 생산하는 B 림프구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T 림프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따위를 직접 잡아 죽이는 살상세포 등 셋으로 나뉜다. 면역세포가 굳건해야 암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씀. 자, 이제 가시에 찔렸거나 손가락을 베었다 치자. 요란법석, 난리굿이 난다. 먼저 혈액 응고 반응으로 구멍을 틀어막고 딴죽 거는 침입자를 아예 맥 못 추게 발열 인자가 열을 바짝 올리며 백혈구를 마구 늘린다. 또 다친 세포들이 류코탁신(leukotaxine)을 분비하여 혈관 투과성을 높여주어 호중구 단구가 모세혈관을 통과해 전장(戰場)으로 득달같이 달음질한다. 호중구들이 하루 이틀 고군분투하며 의연히 버티는 동안 어느새 상처세포에서 보낸 구조 신호를 받은 단구가 들입다 앞다퉈 달려오면서 대뜸 대식세포로 변형한다. 원생동물의 아메바 닮은 먹새 좋은 대식세포의 허족(헛발)에 걸려든 병원균·상처세포·이물질들은 리소좀(lysosome)에 든 라이소자임(lysozyme) 효소에 스르르 녹으니 이른바 식균작용(食菌作用)이다. 그러면서 생장 호르몬 등 여러 인자가 실핏줄을 새로 만들고, 생딱지를 만들며, 새삼 새살이 차면서 상처가 아문다. 여태 간략하게 말한 백혈구 이야기는 전체의 100분의 1도 채 못 된다. 당차고 오달진 백혈구들의 피 말리는 살신성인의 희생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만도 기적인데…. 쉴 겨를 없이 애쓰는 우리 몸 지킴이, 든든한 흰피톨의 하해와 같은 은혜도 모르고 사는 바보 천치다.
    Premium Chosun ☜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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