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어디가 좋다면 우르르 몰려가는 행태… 왠지 나그네쥐 무리로 보이네

浮萍草 2014. 8. 16. 10:18
    Wikimedia Commons 제공
    난 여름휴가에 너 나 할 것 없이 죽기 살기로 여름 바다로 내달렸다. 고속도로에 일렬로 늘어선 자동차들이 내 눈에는 괴이하게도 이사 가는 개미 떼나 한 줄로 달려가는 나그네쥐 (레밍·사진) 무리로 보였었다. 애당초 생명체는 바다에서 생겨났고, 280일간 몸을 담았던 엄마의 모래집물(양수·羊水)이 얄궂게도 바닷물의 염도(鹽度)와 엇비슷하다. 그래서 "어머니 몸 안에 바다가 있었네. 아이의 출산이란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는 것"이라고 했다. 레밍은 북극·알래스카·시베리아 등지에서 서른여 종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 노르웨이 레밍(Norway lemming)은 툰드라에 사는 쥣과의 쪼그마한 설치류(齧齒類)로 체중 70~110g, 몸길이 9~15cm로 털을 잔뜩 끼어 입었고 몸에는 회갈색의 때깔 좋은 무늬가 났다. 또한 앨런 법칙(Allen's rule)에 따라 매서운 추위에 체열을 아낄 수 있게끔 몸체가 작달막하고 통통한 것이 다리· 귀·꼬리는 매우 작고 짧다. 노르웨이 레밍(Lemmus lemmus)을'나그네쥐'라고도 부르며 이상하게도 다른 동물들처럼 개체군 밀도 (Population Density)가 해마다 규칙적으로 늘거나 줄지 않고 얼추 서너 해 주기로 폭발적으로 늘었다가는 순식 간에 전멸하다시피 한다.
    또한 이들은 밀도가 크게 늘면 먹잇감과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 딴 곳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개체 수가 터질 듯 늘어나면 가장 중심 지대의 쥐들은 숨 막히게 조여 오는 가위눌림을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는 거침없이 밖으로 세차게 튀며 다른 것들도 덮어놓고 뒤쫓아 나선다. 길잡이는 앞서려고 악착스럽게 달려가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허위허위 뒤따라 붙는 후발대 탓에 걸음을 멈출 수도 또 대열에서 선선히 빠져나갈 수도 없이 몇 날 며칠을 날밤 새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왔다. 드디어 앞장선 녀석들이 해변 낭떠러지나 강호(江湖)에 도달하지만 외줄로 줄지어 왔기에 몰려드는 뒤 녀석들에게 떠밀려 퐁당퐁당 빠져 발짝거리다 죽고 만다. 이와 비슷하게 마소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던 중 한두 마리가 발작적으로 냅다 날뛰면 나머지 녀석들도 덩달아 허둥지둥 우르르 한쪽으로 쏠리고 몰려서 앞선 놈들은 뒤따르는 자들 때문에 멈추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이렇게 판단력을 매우 흐려 놓아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과격한 폭주,폭동 사태를 스탬피드 현상(Stampede Phenomenon)이라 한다. 어디 사람이 별건가. 이웃 사람들이 바다를 간다 하니 너 나 가릴 것 없이 따라나서고 별로 내키지 않는데도 다만 유행한다는 이유로 솔깃하여 들입다 물건을 마구 사며,앞차가 신호 위반을 하고 달리면 나도 모르게 따라 꼬리 물기 하고 혼란 중에 약탈이나 폭동을 일삼듯 부화뇌동하는 것을 레밍 효과(Lemming Effect)라 한다. 그런데 개구리를 찬물에 담그고 아주 천천히 데우면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마침내 죽게 된다는 '냄비 속 개구리(boiling frog)' 이야기나 나그네쥐가 '집단 자살 '한다는 이론(설) 따위는 터무니없는 거짓 믿음에 지나지 않으며 이런 헛된 오판·오인을 과학에서는 오개념(誤槪念·Misconception)이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레밍은 개체군 밀도가 아주 높아지면 어떤 생물학적(본능적) 충동에 따라 주기적으로 수천 수만 마리가 들떠 날뛰다가 해안이나 강,호수에 즐비 하게 나가 너부러져 있었으니 그걸 집단 자살로 봤던 것이다. 참 우스꽝스럽고 민망한 일이었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마냥 그런 줄로만 알고 침 튀겨가며 힘줘 가르쳤으니 말이다. '선생은 살인자'란 말은 이러할 때 쓰는 것이리라.
    Chosun ☜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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