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22 기후 온난화에 살아남는 지혜는 이것

浮萍草 2014. 9. 29. 12:06
    지구온난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북극곰의 비극
    근혜 대통령이 유엔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전(全)지구적 차원의 도전’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정확한 것이다. 물론 그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였던‘녹색’을 애써 되살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기후 변화가 우리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해 신중하면서도 무거운 대응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에 대한 불필요한 거품을 극도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ㆍ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
    우리나라의 기후가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여름은 과거보다 훨씬 더워졌고 겨울은 훨씬 온화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봄과 가을이 없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대구 이북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했던 사과가 이제는 훨씬 북쪽에 있는 철원에서도 재배를 한다. 제주도에서는 열대 과일이 자라고 남해안에서도 귤과 파인애플을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육지의 상황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연안의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한대 어종으로 알려진 명태가 사라지는 대신 오징어가 많아졌고 아열대의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가오리도 심심치 않게 잡힌다고 한다. 모두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의 결과라고 한다. 심상치 않은 변화도 있다. 2011년에는 추석 연후 직후에 찾아온 늦더위로 전국이 순환정전의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 후 지난 3년 동안 여름에는 끔찍한 폭염이 찾아오고 겨울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 드러난 부품 납품 비리로 상당수의 원전이 운전을 멈추면서 우리 모두가 기후 변화의 위력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가 모두 기후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극한 기상 현상이라는 주장이 엄청난 설득력을 발휘했다.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던 장마

    ㆍ달라졌다는 장마의 패턴
    그 뿐이 아니다. 장마의 패턴도 달라졌다고 한다. 장마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여름이 시작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기상 현상이다. 봄철에 우리나라를 덮고 있던 오츠크해 고기압이 남쪽에서 밀려 올라오는 습하고 더운 북태평양 고기압과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장마다. 한 해 동안 내리는 비의 절반 정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장마 기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맑은 날을 찾아보기 어려운 장마를 견디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장마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장마에 적응해서 참고 견뎌낼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 장마가 사라졌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었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를 한 후에 다시 장마가 시작되는‘되돌이 장마’도 있었다. 평년의 경우와 달리 6월초부터 장마가 시작되기도 했고 8월에 들어서도 장마가 끝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특히 몇 년 동안 장마철에도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마른 장마’가 계속되자 결국 2009년에는 기상청이 손을 들어버렸다. 더 이상 ‘장마 예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로 더 이상 규칙적인 장마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상청의 그런 결정은 성급한 것이었다. 장마 예보를 포기한 기상청의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장마가 멀쩡하게 되돌아 왔다. 물론 그 이후에도 장마의 규칙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 여름의 장마철에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장마가 끝난 후에 찾아오는 불볕 더위도 없었다. 비교적 서늘한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다시 장마철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전남 해남의 유기농 단지에서는 장마철에 씻겨 내려갔어야 할 풀무치의 알들이 한꺼번에 부화를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가 경험했던 올 여름의 날씨도 역시 기후변화 탓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거에도 마른 장마가 있었고 늦장마도 있었던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ㆍ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우리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으로 1988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PCC)를 결성하면서부터였다. 인간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기술적 사실을 수집해서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 이후 IPCC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국제 사회에 확실하게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함께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유엔기후정상회의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의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기후가 변화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변화하는 기후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이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더워지고 있는 지구의 대기를 식혀줄 수 있을 정도라고 믿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탐욕과 무지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기후가 온화하고 규칙적이었다는 생각도 순진한 것일 수 있다. 과거에도 극한적인 폭염과 한파는 일상적인 자연 현상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기후를 되돌려 놓으려는 노력이 아니다.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자세가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뜻이다. 공연히 거대한 자연의 변화를 거스르겠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자칫하면 적응을 위해 투자해야 할 노력과 자본을 모두 낭비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Premium Chosun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草浮
    印萍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