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20 용두사미 과학교육 정책

浮萍草 2014. 9. 2. 13:13
    모두를 위한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버트런드
    러셀의'교육과 훌륭한 삶'
    리 학생들이 과학을 배우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학생들의 자율·선택에 맡겨진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이 어렵고 재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과학을 애써 선택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에 문과를 선택한 학생들의 형편이 심각하다. 단순히 과학을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다. 과학은 이과 학생들이나 배우면 되는 것이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강요 당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문과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 과학과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과학기술에 의해 결정되는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이 과학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형편이다.
    ㆍ과학 교육은 행복과 민주주의를 위한 것
    교육의 10계명으로 유명하고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영국의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은 1926년에 발간한 ‘교육과 훌륭한 삶’에서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밝혔다. 과학 교육은 학생의 미래 행복과 사회의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이라는 것이다. 현대 과학과 산업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20세기 초에 내놓은 주장이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의 주장에는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분명한 진실이 담겨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국민 행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모두를 위한 과학 교육’ (Science for all)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살펴보면 러셀의 지적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는 사회 문제의 대부분은 과학기술과 직접적 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력난, 원전,GMO,조류독감과 구제역,식품 안전 등이 모두 그렇다. 심지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도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제다. 그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도 필요하고 첨단기술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의 정체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었던 과학기술이 오늘날 정반대로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과학적 소양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심각한 반(反)과학기술 정서도 러셀이 걱정했던 부실한 과학 교육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ㆍ과학자 양성 교육도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자리를 잡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능하고 창조적인 과학자가 필요하다. 사회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줄 첨단 기술도 개발해야 하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과학 지식의 증진을 통해 인류 공영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과학기술의 경제적 효용성을 분명하게 인식한 국가는 번성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퇴했던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적 진실이다. 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 교육을 외면해서는 정부가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실현도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뜻에서 이공계 대학으로의 진학을 원하는 이과 학생이 고등학생의 20% 수준으로 줄어들어버린 ‘이공계 기피’는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학생의 수가 줄어드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과 학생의 수가 줄어들면서 초중등학교 과학 교육의 기반이 심각한 수준으로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 고등학교 과학 교사의 수는 사회 교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과학 교사의 수가 2명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의 비중이 크게 줄어버린 수능도 과학자 양성용 과학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과학을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으로 갈라놓고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선택하라는 황당한 교육과정의 문제도 심각하다.
    과학기술로 가능해진 민주주의의 출발을 알렸던 '인권선언'(1789년).

    ㆍ모두를 위한 과학 교육(Science for all)
    그런데 러셀이 강조했던 과학 교육은 우리 초중등교육에서 강조하는 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과학 교육이 아니다. 사실 러셀의 주장은 문과를 선택한 학생들의 과학 교육에 대한 것이다. 과학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문과 학생들에게도 인류가 과학기술을 통해서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짐승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거친 야생(野生)에서의 수렵채취 생활을 청산하고 농경과 목축을 기반으로 하는 문명을 이룩했고 산업혁명을 통해 본격적인 민주 사회를 이룩하게 된 성과의 핵심을 분명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러셀의 입장은 분명하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70억의 인구가 모두 충분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빈곤과 굶주림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풍요롭고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은 명백하게 산업혁명과 그 이후에 인류가 이룩한 과학기술의 결과라는 것이다. 식량을 확보하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치명적인 감염성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의료·위생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다. 우리가 오늘날 자유·평등·인권·박애·민주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게 된 것은 1789년의 프랑스 혁명에서 공포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를 위한 선언’(인권선언)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과학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러셀의 주장도 그런 역사를 지적한 것이다. 우리가 문과와 이과를 가리지 않는‘모두를 위한 과학’에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2년의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문·이과 구분 폐지를 전제로 한‘공통과학’을 신설하고 교사를 임용했었다. 그러나 전국의 어느 사범대학에서도 공통과학 교사를 양성하는 본격적인 학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다. 결국 공통과학은 1997년의 7차 교육과정에서 자취를 감춰버렸고 이제는 공통과학 교사의 임용도 현실적으로 중단되어 버린 상황이다. 문·이과의 모든 학생들에게 과학 개념이 아니라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2009년에 도입했던‘융합형 과학’도 교육부의 무관심과 학교 현장의 외면으로 퇴출 위기에 빠져 버렸다. 아직도 우리는 러셀이 강조하던 모두를 위한 과학 교육의 꿈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