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23 1970년대 이후 냉장고 속에서 일어난 엄청난 기술혁신

浮萍草 2014. 10. 15. 09:48
    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걱정했던 오존 구멍이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전(全)지구적 재앙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것이다. 오존 구멍의 문제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개발해서 안심하고 활용했던 기술이 뜻밖에도 우리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변해버린 현실은 몹시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고 70억의 인류가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안전하고,건강하고,민주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밝은 현실을 포기해버릴 수도 없다. 더욱이 우리가 굶주리고,위험하고,전염병과 폭압적인 정치적·종교적 권력에 시달리던 어두운 과거로 되 돌아 가는 것이 가능한 일도 아니다.
    ㆍ시원한 냉장고와 에어컨의 등장
    식품을 싱싱하게 저장해주고 실내의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에어컨은 현대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기적의 제품이었다. 가정용 냉장고와 에어컨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기면서 싱싱한 야채와 육류로 만든 음식과 시원한 음료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제국의 황제도 감히 꿈꾸기 어려웠던 호사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생산·유통·저장 과정에서 인체에 독성을 나타내는 미생물에 오염되어 폐기되는 식품의 양도 크게 줄어 들었고 부패된 식품에 의한 식중독을 걱정할 이유도 사라져 버렸다.
    삼복 더위의 열기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고층 아파트와 빌딩에서 편안하고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바로 냉장고와 에어컨이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펌프를 사용해서 압축한 냉매(冷媒)를 기체로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주위의 열을 흡수하는 자연 현상을 이용한 냉장고는 185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냉장고에 필요한 냉매의 정체가 문제였다. 당시에는 암모니아,염화메탄,프로판,이산화황과 같은 물질을 냉매로 사용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냉매가 인체에 강한 독성을 나타내고 화재와 폭발 위험이 높았다. 가장 흔하게 사용했고 지금도 산업용 냉장고에 사용하는 암모니아는 독성뿐만 아니라 불쾌한 냄새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심각하게 문제가 되었다. 그런 냉매를 사용하는 냉장고는 가정이나 식품점에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가정용 냉장고와 에어컨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후반부터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연구소에서 활동하던 화학자 토머스 미즐리가 1920년대에 개발해서 듀퐁사를 통해 ‘프레온’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던 CFC(염화플루 오린화탄소) 덕분이었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냉매와 달리 CFC는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인체 독성·색깔·맛·냄새가 없어서 가정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미즐리는 CFC의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화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자신이 직접 CFC를 흡입한 후에 입김으로 촛불을 끄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CFC는 사람은 물론 다른 생물에게 직접적으로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CFC는 에어러졸 형태의 향수나 의약품의 추진제 소방용 소화제(消火劑), 기포를 만들어주는 발포제(發泡劑)로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ㆍ화학적으로 안정한 CFC의 반란
    토마스 미즐리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화학적으로 안정하기 때문에 인체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생각은 순진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CFC의 뛰어난 안전성이 문제였다.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하거나 추진제나 소방용 소화제로 사용한 CFC는 결국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나면 화학적 으로 분해되지 않은 상태로 50년 이상 남아있게 된다. 실제로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자신이 개발한 전자포획검지기를 이용해서 1960년대 말에 인구가 많지 않던 아일랜드의 대기 중에서 극미량의 CFC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 중에 방출된 CFC가 지구의 대기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CFC는 지표면에서 40킬로미터에 있는 성층권까지 올라가게 된다. 1974년 미국의 셰리 롤란드와 멕시코의 마리오 몰리나는 성층권까지 올라간 CFC는 태양에서 오는 강한 자외선에 의해 분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CFC가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반응성이 큰 염소 원자가 성층권의 오존의 생성·분해 반응에 영향을 미쳐서 오존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인간이 가까이 갈 수도 없고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던 성층권에서 지표면에 살고 있는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결국 롤란드와 몰리나의 예측은 사실로 밝혀졌다. 심지어 인간이 살지 않는 남극 대륙의 상공에서도 거대한 오존층 구멍이 관측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성층권의 오존층은 10년마다 4%씩 줄어들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존층 파괴는 성층권에서 자외선에 의해 유지되는 산소와 오존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국제 사회가 오존층 파괴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1987년 공포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1996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오존층 파괴 가능성이 높은 CFC의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고 성층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대체물질의 개발을 서두르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몬트리올 의정서에 서명을 했다.
    ㆍ우리가 만든 문제는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그렇다고 CFC(프레온)를 사용하는 냉장고와 에어컨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CFC 대신 냉매로 사용하면서도 성층권의 오존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새로운 냉매를 개발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CFC는 메탄(CH4)이나 에탄(CH3CH3)의 모든 수소를 염소와 플루오린으로 치환시킨 물질을 말한다. CFC-12(CCl2F2)가 가장 저렴하고 널리 사용되었던 CFC였다. CFC는 지표면 근처에서는 매우 안정하지만, 성층권에서는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서 염소를 방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메탄이나 에탄의 수소 중 일부를 남겨둔 HCFC(수소화염화플루오린화탄소)도 개발되었다. HCFC는 수소를 완전히 제거한 CFC보다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서 대부분이 성층권에 도달하기 전에 분해되어 버린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과 달리 HCFC도 성층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서 1992년부터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제는 HFC-23 (CHF3)와 HFC-134a (CF3CFH2)처럼 염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HFC(수소화플루오린화탄소)가 대체물질로 이용되고 있다. 프로판이나 아이소뷰탄과 같은 탄화수소를 사용하기도 하고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암모니아나 이산화탄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던 냉장고와 에어컨이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냉장고와 에어컨의 내부에서는 엄청난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었다. CFC를 개발해서 가정용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든 것도 현대 과학기술이었고 CFC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성층권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현대 과학기술이었고 환경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대체물질을 개발해서 문제를 해결한 것도 역시 현대 과학기술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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