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32〉 티베트 ⑧

浮萍草 2014. 9. 9. 21:25
    악업 태우는 축제
    베트의 축제는 무척 인상적이다. 
    그 가운데 감숙성에 사는 티베트사람들의‘시알랑 축제’에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온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력(中國曆)으로 유월이 되면 마을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옷에 치장을 하고 축제를 치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런데 마을공터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말과 수레를 끌고 먼 길을 떠나는 차림새다. 
    싣고 가는 짐도 예사부피가 아닐뿐더러 마을사람 모두가 참여한 듯 대규모 행렬을 이룬다.
    그들은 산으로 둘러싸여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 곳에서 이윽고 발길을 멈춘다. 
    짐을 내리고 집집마다 텐트를 세워 자리를 잡으면 삽시간에 영화 속의 인디언 거주지처럼 마을이 형성된다. 
    이제 짐을 펼치고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으며 대자연 속에서 춤과 노래와 놀이로 본격적인 축제를 즐긴다.
    이 무렵은 풀이 무성하여 초원이 가장 아름답고 양과 소도 한창 살이 오르는 철이다. 
    따라서 춥고 건조한 긴 시간을 지내고 대자연 속에서 유목민의 후예답게 하늘과 초원과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축제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말을 달려 환호하며 상서로운 그림이 그려진 종잇조각을 허공에 뿌리는 것은 대자연과 부처님의 은덕에 찬양과 감사를 드리는 뜻이다.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둥근 원을 그리며 춤추고 씨름판을 벌이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기타를 치며 감미로운 선율을 펼친다.
    어둠이 쌓여도 흩어질 줄 모르고 하룻밤을 지새운다. 
    이웃과 함께 먼 길을 떠나와 즐기니 여행축제요, 
    먹을 것을 싸와서 노니 또한 소풍축제이다. 티베트의 특성을 잘 담고 있는 축제이자, 이보다 멋진 축제를 상상하기 힘들 듯싶다.
    축제이름인 ‘시알랑’이란 모닥불을 뜻하는 티베트어이다. 
    오랜 옛날, 라불렝 사원의 스님들이 나무를 하러 갈 때면 산길이 워낙 멀어 텐트를 쳐가며 몇날며칠에 걸쳐 다녀와야 했다. 
    이때 불을 피우고 놀이를 즐기던 것이 후일 승가와 세속이 함께 쇠는 명절로 굳어진 것이다.
    이 축제에 자연과 불법을 찬미하고 선조의 역사를 기리는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는 것은 근원을 잊지 않아야 현재의 삶 또한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다는 믿음 때문
    이다.
    인간이 종교적 성정(性情)을 표출하는 원초적 방식이 몸으로 드러내는 노래요 춤이다. 
    고대 제천의식에서 노래와 춤으로 신을 향해 기원한 것처럼 축제는 성스러운 존재와 만나기 위한 종교적 장(場)이기도 하다.
    우리의 영산재ㆍ수륙재와 같은 큰 법회에 범패와 작법이 빠지지 않듯 티베트불교에서도 중요한 의식이 있는 날이면 종합예술의 장이 펼쳐진다. 
    어느 불교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다채롭고 축제적인 종교의식이다.
    정월보름을 전후해 사원마다 열리는 대법회에서는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년의식이 펼쳐진다.
    이때 스님들이 소ㆍ양과 같은 동물과 분노존 등의 가면을 쓰고 독특한 복장을 갖춘 채 무극(舞劇)을 행한다. 
    해골로 장식한 존상과 동물상은 모두 부처님의 화현이요, 부처님 뜻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의식에 쓰는 가면은 스님들이 <조상경(造像經)>에 따라 몇 달에 걸쳐 직접 만든 것이지만 법회를 치르고 나면 남김없이 태운다. 
    부처님의 법력으로 지난해의 모든 번뇌와 악업을 함께 태우는 성스러운 축제임을 믿기 때문이다.
    
    ☞ 불교신문 Vol 3039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