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33〉 태국 ①

浮萍草 2014. 9. 22. 09:14
    코끼리와의 공생
    국의 코끼리는 그 나라의 옛날과 지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인류에게 ‘공생’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태국에는 화려하게 치장하여 사원이나 왕궁에 모셔놓은 코끼리 상을 흔히 볼 수 있고 국기인 삼색기의 흰색 또한 본래 흰 코끼리에서 비롯되었다. 
    불교의 상징인 코끼리를 국기 중앙에 그림으로써 확고한 불교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냈던 것이다.
    태국역사 속에서 코끼리는 불법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영웅과 하나가 되어 나라를 지켜온 용맹하고 신성한 존재로 추앙받아왔다. 
    웬만한 공격에 끄떡없이 밀어붙이는 저돌적 힘에다 말보다 영리하여 그야말로 막강한 핵심병력이었고 코끼리가 없는 나라와 싸울 때면 상대편에게 공포감을 불러
    일으켰다.
    전쟁영웅으로서 코끼리의 상징은 지금도 끊임없이 되새겨지고 있다. 
    동부의 ‘수린’ 지역에서는 1955년부터 매년 코끼리축제를 열고 있는데 볼거리나 규모가 세계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축제의 백미는 4백여 년 전 코끼리를 타고 치렀던 미얀마와의 전쟁을 재현하는 행사이다.
    1592년 미얀마가 침략했을 때 나레수엔 왕이 코끼리를 타고 나가 물리친 역사를 기리는 것이다. 
    그 코끼리는 ‘국민에게 평화를 준 불사(不死)의 정복자’라는 칭호를 받았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태국영화 〈수리요타이〉에서는 코끼리와 함께 나라를 지킨 왕비이야기를 담았다. 
    16세기 태국 마하왕은 코끼리를 사랑해‘흰 코끼리 왕’이란 별명을 지닐 정도였는데 미얀마에서 침공을 위한 구실로 흰 코끼리 세 마리를 요구하였다. 
    이를 거부하면서 전쟁이 일어났고, 마하왕이 위험에 몰리자 남장한 채 코끼리를 타고 전장에 들어온 왕비가 미얀마왕의 칼을 대신 받아 비장한 죽음을 맞았던 것
    이다. 
    왕비는 국민들에게 헌신적 사랑과 충절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태국사람들에게 코끼리가 지닌 신성성은 종교적 상징성만이 아니라 나라를 지켜온 역사적 의미 속에서 더 빛을 발해온 셈이다. 
    이에 아기를 가진 여성이 코끼리 배 밑을 세 번 지나가면 순산한다는 속설도 생겨났고, 죽은 코끼리의 상아는 가장 상서로운 보물로 여겼다.
    그들의 삶속에서도 코끼리는 없어서 안 될 존재였다. 
    나무를 하면 무거운 통나무를 코로 감아 운반해주고 먼 거리에 짐을 싣고 이동할 때나 농사를 지을 때 길들인 야생코끼리는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ㆍ도시화 등으로 삶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코끼리의 거대한 몸집과 엄청난 먹이는 그 자체로 버거운 삶의 무게가 되고 말았다. 
    이에 길들여진 코끼리는 관광에 동원되면서 늙고 병들어 구실을 못하면 돌보지 않은 채 버려지고 야생코끼리 또한 끊임없는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드는데다 상아를 
    노린 사냥으로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태국의 문제’, ‘코끼리의 문제’를 넘어서 인류와 자연의 공존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서구에서 ‘흰 코끼리’는 처치 곤란한 존재, 성가신 일을 뜻하는 관용어라고 한다. 
    이 말은 옛 태국에서 왕이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하사하는 벌에서 유래되었다. 
    왕이 내린 성스러운 흰 코끼리를 돌보는 데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고 극진히 대접해야 했기에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간은 자연을 ‘함께 공생해야할 대상’이 아닌 ‘흰 코끼리’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 불교신문 Vol 3042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草浮
    印萍